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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 |
[특집]대안학교 - ‘자력’을 키워나가는 곳
관리자(2006-03-08 20:41:13)

글 | 송경미 기자 “학교라고 하는 것이 본래 대안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거기에 또 대안을 붙이는 것은 참기름을 참참기름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대안학교에 모델은 없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쇄신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평선 중학교 미술을 담당하고 있는 김홍일 선생님의 말이었다. 지평선 중학교는 “자력”이라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교과 과정이 운영된다. 마음공부를 통한 내적인 자력과 의(衣), 식(食), 주(住) 교육을 통한 성(成)교육으로 외적 자력을 중학교 과정 속에서 풀어나가는 학교다. 지평선중학교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반교과과목, 특성화교과,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이다. 일반교과에서는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진행을 한다. 조금 다른 면은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학교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생활속 활동에서 학습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성화교과로는 학교에서 가까운 학성강당에서 예절이라는 과목을 1학년 1년 동안 배우고, 자신의 마음을 알기 위한 마음공부를 단계적으로 3년 동안 배운다. 또 생태교육의 일환으로 텃밭 가꾸기, 생태지도 만들기, 흙집 짓기 등과 사회봉사, 독서, 영화 만들기로 구성된다. 특기적성교과는 기숙사형 학교의 장점을 살려 방과 후 아이들이 자기 개발과 취미를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다. 학교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많은 교과를 운영 할 수는 없지만, 한 학기에 4개 정도의 교과를 운영하려고 한단다. 관악, 택견, 음식 만들기, 옷 만들기, 그릇 만들기, 목공반, 영화감상반 등이 있다. 특기 적성은 꼭 하지 않아도 된다. 하기 싫은 아이들은 그 시간이 자유시간이 된다. 학교는 도둑질이 없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런 일이 생기는 경우에는 학생, 교사가 한 자리에 모여 전체회의를 한다고. 선생님은 아이의 잘못된 것에 대해 꾸짖기 보다는 아이의 어리석은 마음이 원래의 마음으로 돌아갈 때까지 논의하고 시간을 준다. “학교에서 문제가 일어나면 선생님들은 모든 일과를 접고 전체 회의를 합니다. 선생님이 문제만을 제기하고, 아이들 스스로가 이끌어 나갑니다. 물론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이 되면 교사가 끼어들어 방향을 잡아 주기는 하죠.” 지평선 중학교에는 교복이 없다. 등록비와 수업료도 따로 없고 특별활동에 따르는 부담금과한 달 기숙사비 30만원 정도를 낸다. 입학전형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가 있지만 서류보다는 면접에, 부모보다는 아이의 의사에 비중을 둔다. 부모와 학생면접을 따로 실시하여 부모의 강요 때문에 온 학생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뽑지 않는다고. 지난 해 신입생 면접은 1박 2일로 이루어졌는데, 물어 볼 것은 물어보면서 선택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한 것이란다. 면접 시간으로 이틀이나 할애한 이유는 어림잡아 ‘대안학교라면 이럴 것이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입학 후에 ‘이건 아닌데…’ 하며 후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생수로는 올해 한 학급이 더 증설되어 1학년이 40명이 되었다. 그래서 전교생 수는 85명 안 팍. 그리고 올해 기숙사를 새로 지을 모양이다. 건축에 있어서도 그냥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닌, 학습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단다. 지난 해 아이들과 함께 흙집 짓기 교육프로그램으로 1년의 과정을 거쳐 공예관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새로 지을 기숙사 또한 흙집으로 짓는다. 건물이 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땅이 건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자연친화적인 사상이 그 바탕에 있다.   2학년 교육과정에 있는 도보여행은 일반 학교의 수학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선생님이 계획을 짜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선택, 기획, 구상한다는 점에서 그 차원이 다르다. 아이들은 조를 나누어 장소와 일정, 차편과 숙박시설 같은 세세한 사항들을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선보이고, 선생님들은 거기서 가장 뛰어난 것을 추천하여 그대로 이행한다. 작년 8박 9일 동안의 제주도 일주를 회상하며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도보여행은 극기 훈련이 아니기 때문에 걷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뒤에 따라오는 차를 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차를 타지 않고 그 먼 길을 걸어서 완주한 학생들이 6명이나 됩니다. 여행의 중간쯤 한 코스만 배를 타고 갔으면 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의견을 모았는데 찬성이 13명 반대가 4명이였어요. 다수결의 원칙이 진리는 아니라는 생각에 이유에 대해 토론을 했더니 걸어가야 하는 이유가 더 타당했지요. 그래서 다시 걸었습니다. 저는 힘들어서 내심 배를 탔으면 했었지만요. 마지막 날에는 정리하는 차원으로 한라산 정상에 올랐는데 울면서 끝까지 올라가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목적이 있으면 인내할 수 있는 자력이 생기는 법이란 걸 알았지요.” 대안학교의 1세대들의 사회적응력은 남다르다. 어려운 일에 대해 해쳐나가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인데 지평선 중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스스로의 판단을 인정해주는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교육받은 아이들은 어떤 일에 대해 쉽게 포기 하지 않는다. 지평선 중학교의 졸업식은 1박 2일로 진행되는데 졸업생들이 준비한 장기들을 보여주는 작은 음악회가 끝나면 부모와 교사 아이들이 함께 잠을 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졸업식을 거행한다. 누군가의 앞에 서야 할 때 사람들은 빨리 끝내고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하는데 지평선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하겠다고 손을 든단다. 그런 용기와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해답은 마인드교육 이라고 지평선 중학교는 말한다. 자유와 절제를 동시에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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