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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 |
봄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 입춘행사
관리자(2006-03-08 20:23:34)

불어오는 동풍에 땅이 녹아 벌레와 물고기가 활동을 시작한다는 입춘이었지만 체감온도는 여전히 겨울이었다. 그러나 느지막이 강세를 부리는 추위 속에도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2월 4일 오전 11시, 한옥마을에 위치한 설예원 마당에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의 입춘맞이 기념행사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작년 7월,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지켜가기 위해 발족된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은 전주로 떠나는 전통문화 기행-팸 투어 실시 및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전주 뿐 아니라 타지역 사람들에게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의 당위성과 비전을 제시하려는 것이었다. 발족된 후 반년이 지난 지금, 입춘을 반기며 그간의 활동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재정비하고자 마련한 조촐한 행사장에 사)천년전주사랑모임, 전주시청 문화팀, 사)전북작가회의, 전주세계소리축제, 사)마당, 한옥마을공동체, 전주문화재단, 인천학산문화원, 한옥생활체험관, 전북공예인협회, 컨티뉴, 풍남동 주민자치위원회, 전주한지축제, 전주국제영화제, 사)한국차문화협회 전북지부 등 총 15개 팀의 일꾼들이 자리를 채워주었다. 행사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절을 하는 세배의 풍습을 떠나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함께 절을 하며 덕담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전주문화재단 장명수 이사장과 한지공예가 김혜미자 씨는 “전주의 문화를 살리는 일에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말과 함께 웃어른으로서 따뜻한 덕담을 잊지 않았다. 꽉 찬 방에서 다수가 단체로 절을 하는 바람에 세배의 예법이 온전히 지켜지거나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2006년 전주를 문화산업 혁신도시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과 다짐들이 하나로 모인 의미 있는 자리였다. 세배를 마친 사람들은 마련된 떡국을 나누어 먹으며 짧았던 덕담을 길게 이어갔다. 마당에서는 전주문화원 사무국장이자 서예가인 김진돈 씨가 직접 한지 위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입춘첩을 써내려갔고 먹물이 채 마르지도 않은 신선한 대련을 받아든 사람들의 미소에 봄 햇살이 걸쳐졌다. 입춘첩 한 장이 마치 복이라도 되는 양 반절로 접지도 못하고 소중히 들고 있는 사람들의 조심스런 몸짓에 마음속 염원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이 날 참석한 위 15개 팀은 오후 윷놀이에도 참가하였는데 우승은 사)전북작가회의가 차지하였고 사)마당과 한옥생활체험관이 그 뒤를 이었다. 컴퓨터 게임의 짜릿함과 각종 레저스포츠의 신선함에 놀이로서의 위치를 잃어버린 줄 알았더니, 이 날 윷놀이는 ‘모’와 ‘윷’이 나올 때마다 터져 나오는 환호성과 앞서 가던 말을 따라잡았을 때의 스릴에 장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승패와 상품을 떠나서 서로가 조금 어렵던 사람들의 눈과 손이 한데로 모여졌다는데 그 가치가 있었다. 올해는 1월 29일 시작해서 2007년 2월 17일 끝나 입춘이 두 번이나 들어 있는 ‘쌍춘년’이라는데 하나가 아닌 둘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행한바 하나라도 올곧게 끝내고 또 보다 나은 결과를 내는 것이 흐지부지한 두개보다 나을 것이므로. 계절은 겨울의 출구와 봄의 입구에 서 있다. 고운 아름다움을 피워내야 할 순간을 맞은 것은 꽃들만이 아니다. 눅눅한 기분은 햇볕에 널어 말리고 정돈된 마음으로 새해 다짐했던 계획들을 한번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봄도 지지만 살아있는 한 영원히 지지 않을 우리의 희망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 송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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