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류관현 전주전통문화센터 관장 최근 들어 전주는 조용한 가운데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라북도가 혁신도시 건설 전국 최고의 모범사례에 선정되어 대통령을 모시고 ‘혁신도시 건설 보고회’를 전북도청에서 개최한 바 있다. 전통문화센터에서 이어진 지역 문화예술인과의 오찬시간에는 ‘전주 전통문화중심도시 지정’ ‘유네스코가 후원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무형 유산 센터 유치’ ‘한 브랜드 사업 추진 주체 선정’ 등이 주요 화제가 되었다. 확실히 전주는 전통문화 특화 도시로서 도시의 발전 방향을 확정한 듯하다. 부산이 영상중심도시로,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로, 그리고 경주가 역사문화도시로 이미지를 선점해 커다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통문화를 화두로 정한 선택은 일견 현명해 보인다. 문화재청이 추진 중인 문화유산의 전당이 전주에 건립되고, 일본과의 경합이 예상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무형 유산 센터를 전주로 유치할 수 있다면, 전주는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고유문화의 허브로 자리매김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벌써부터 장밋빛 청사진을 그릴만큼 여유로울 일은 없지만 이러한 시설들을 채울 소프트웨어를 고민하는 일이 한가할 만큼 시간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문화유산의 전당이나 아시아태평양지역 무형 유산 센터가 전주에 건립해야 할 당위성, 차별성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무조건 남의 음식을 탐하는 어린아이의 투정으로 비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주의 강점은, 전북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공통점이지만, 파괴되지 않고 깨끗하게 남아있는 자연적인 요소들이다. 역설적이게도 산업화에 뒤쳐진 지역의 단점이 세월이 바뀌자 가장 확실한 특장점이 되어 주고 있다. 무주의 반딧불이 축제, 함평의 나비축제, 김제의 지평선 축제가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히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하는 이유도 환경적인 배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자연 환경과 전통을 이질적인 요소로 생각는 경향이 있다. 전통은 오랜 세대를 거쳐 다듬고 가꾼, 삶의 애환과 희노애락이 녹아 든 문화유산인 반면 환경은 자연이 우리에게 거저 준 선물쯤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자연도 분명 선대가 물려준 유산이고 지키고 가꾸는 일은 삶아 남은 후대의 몫이다.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에서 벗어나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패스트 푸드가 지고 슬로우 푸드가 뜬다든지, 자장면의 매출이 30% 감소했다든지 하는 기사거리들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한류의 중심에 한식이 있다는 것은 단순히 드라마 한 편의 성공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오랜 시간 축적해 있던 한식의 다양한 장점들이 시대와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표출되는 것이다. 다양한 요소들이 긍정적인 충돌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때만이 하나의 흐름으로 시대의 조류를 선도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대표적인 발효 식품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장류, 젓갈류와 김치, 날것의 야채를 먹는 식습관, 튀기거나 볶는 요리보다는 찌고, 삶고, 데치는 조리 방식 등은 건강식으로 한식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로서 한식은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건강식의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최고 수준의 질과 양을 담보하는 전주의 음식문화는 콘텐츠 개발 여하에 따라 최고의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주가 지니고 있는 전통문화도시로서의 요소들, 예컨대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한국의 소리이자 세계의 소리인 판소리, 경기전과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진 한옥, 한정식과 비빔밥, 콩나물국밥으로 대변되는 전주의 음식문화, 그리고 친환경적 요소를 활용한 생태체험을 어떻게 버무리느냐가 문제다. 그리고 하나 더, 전통문화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전통문화는 박물관에 박제돼있는 유물이 아니라, 동시대를 호흡하며 끊임없이 번식하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표현되어지고 해석되어지는 문화는 당대의 치열한 삶과 교류하면서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의 판소리가 신재효의 판소리와 같다면, 우리는 죽은 소리를 복제하며 신재효의 그림자를 팔아서 생명을 연장하는 꼴이다. 오늘의 소리가 다르고 내일의 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소리를 들으러 오늘도 소리꾼을 찾는 것이다. 간혹 전통문화는 고루하고 옛 것이기 때문에, 전통문화에 접근하는 방식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심각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전주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브랜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프로젝트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것을 상품화하여 포장을 하고, 진열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상품(한브랜드)을 전주라는 점포에 진열 한다고 할 때 고객(시민과 관광객)들이 쇼핑도 하고, 구매를 하게 될 것이다. 점포(전주)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쾌적한 공간에 구매 욕구를 일으키도록 진열을 해야 하고, 점원(시민)들이 수준 높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마인드를 구가 할 수 있도록 상품(한브랜드) 개발 과정부터 시민들 스스로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에게 상품개발의 목표를 이해시키고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토록 해야 하며, 이러한 주인(전주)의 노력이 “한브랜드”의 성공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 다시 말한다면, 상품을 개발하여 만들어 놓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않되며 상품개발을 왜하는지, 점포를 왜 그곳에 설치하는지,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며 그 부산물인 경제성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환원될 것인지 등 시민들이 공감하는 가운데 개발된 상품이 시민들에 의해 홍보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인기상품으로 만들어져 민에 의한 민의 부가 살찌워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의 정책이 민에 언로가 트여 민과 공감하는 네트웍이 상존 할 때 관은 그 해당 지역의 민에 의한 민을 위한 진정한 관이 되는 것이며, 민은 개인적 손익이 아닌 지역의 공동이익을 추구할 때 주권이 있는 진정한 민이 된다고 본다. 민이 관에 의한 존재가 되어서는 민?관 모두 미래의 발전은커녕 사람의 기본적인 희망과 행복추구는 발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때마침 불고 있는 "한브랜드" 사업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고유문화의 허브로 자리매김 되도록 전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시청 홍보실과 관광안내소 등에서 리플렛이나 판플렛을 비치하고 설명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5분~10분 이내의 “전주는 친환경정책과 문화를 비즈니스 하는 도시입니다.”라는 케치플레이로 영상프레스를 만들어 방문자들의 시각과 청각에 전주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주는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로 자랑스럽게 비즈니스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류관현 | 남산골 한옥마을 소장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한국의집 관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전주전통문화센터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