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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 |
소양인이 급한 이유
관리자(2006-02-01 17:11:16)

글 | 송정모  우석대한방병원 원장 다이어트로 몸살을 앓는 요즘 시대에 어떻게 하면 살이 찔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진료실을 찾는 사람이 가끔 있다. 아무리 잘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소양인이라는 사실은 또 하나의 흥밋거리이다. 지난 호에서 태음인이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하였는데, 소양인은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다. 소양인이 살이 잘 찌지 않는 이유는 움직임이 많기 때문이다. 부단히 움직이며 에너지를 소비하는 소양인이 살이 찔 이유가 없을 것이다. 소양인이 살이 찐다면 그는 게으른 소양인이다. 소위 ‘게으름의 미학’을 깨우친 사람이라고나 할까? 소양인의 장부 구조는 비대신소(脾大腎小)이다. 신대비소인 소음인과는 정반대이다. 비장의 기운과 신장의 기운의 크기가 정반대이다. 사상의학에서 비장의 기운은 뜨거운 기운이고 신장의 기운은 차가운 기운이다. 비장에서는 뜨거운 기운으로 위(胃)에서 받아들인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신장에서는 차가운 기운으로 대소변을 아래로 내보낸다. 비장은 뜨겁기 때문에 그 에너지는 위로 치받아 올라가고 신장은 차갑기 때문에 그 에너지가 아래로 하강한다. 그래서 비장의 뜨거운 기운은 양기이고 신장의 차가운 기운은 음기이다. 소양인은 뜨겁고 위로 상승하는 양기가 큰 반면 차갑고 아래로 하강하는 음기가 부족하다. 이제 소양인이 많이 움직이는 이유가 짐작이 될 것이다. 뜨거운 불기운이 가슴에서 항상 치받아 오르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가만히 조용하게(얌전히) 앉아 있으면 오금이 쑤셔서 못 견딘다. 잠 잘 때를 제외하곤 끊임없이 움직인다. 심지어는 앉아서 대화할 때 (움직임이 많이 제한된 상태) 조차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당신과 마주 앉은 사람이 소양인이라 생각되면 대화하는 상대방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라. 눈썹, 눈, 입, 입술을 쉴 새 없이 움직일 것이다. 다른 체질보다 훨씬 많이 움직이는 걸 느낄 것이다. 얼굴이 별로 안 움직인다면 (아마 근엄한 집안에서 엄하게 자랐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머리, 목, 어깨, 손의 움직임을 보라. 아마 다른 체질보다 더 움직일 것이다.       활기찬 소양인! 비장의 기운이 크기 때문에 소화력이 좋다. 그러나 섭취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래서 뜨거운 양기를 많이 가진 소양인의 장점은 활기 있고 사교적이고 적극적이며 따뜻한 면이다. 그렇다면 단점은 비장의 차가운 기운이 부족하여 침착하고 사색적이며 단정한 소음인의 기질이 부족한 면일 것이다. 이밖에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양인은 호기심과 아이디어가 많아서 일을 잘 꾸미는 스타일인데 얼굴에 감정이 솔직하게 표현되며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끈기와 인내심이 없어서 중도에 포기하고 얼른 다른 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소양인은 노성(怒性)이 많고 애정(哀情)이 급하다. 노성이 많다는 것은 화를 잘 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매사에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뜻이다. 소양인의 입술을 보면 대체적으로 얇으며 야무지다는 걸 알 수 있다. 야무진 입술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불만이 많은 성격을 함께 알 수 있다. 소양인은 이목구비 중 눈이 발달했다. 눈이 발달해서 사물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빠르고 정확하다. 이러한 입술과 눈의 특징을 보면 소양인의 성질이 고분고분하지 않고 불만이 많으며 까다롭고 (눈이 발달해서 보이는 게 많으므로) 트집을 잘 잡는 성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노성(怒性)과 관계가 있는 것들이다. 애정(哀情)은 슬픔을 말하므로 애정이 급하다는 것은 슬픔이 지나치다는 뜻이다. 소양인은 활달하고 사교적인데 왜 슬픔이 많다는 것일까? 이제마는 소양인의 슬픔을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것에 대한 슬픔이라 하였다. 소양인은 양적인 속성 때문에 남의 말을 쉽게 믿는다. 의외로 단순한 성격이다. 그런데 그 믿는 사람으로부터 속임을 당하게 되면 그 슬픔을 억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양인의 슬픔은 과시적인 성격과 관계가 있기도 하다. 소양인은 자기 자신을 남에게 내보이려는 성질이 강하다. 자기 의견을 항상 주장하며 표현한다. 이게 조금 더 나가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쇼맨십을 보인다. 화려한 제스처와 언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울고 웃게 만드는 재주도 있다. 모임에선 항상 시끄럽고 자기중심적으로 분위기를 리드한다. 여기까진 좋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가면 외식(外飾)하게 된다. 가진 게 없어도 있는 체하고 아는 게 없어도 아는 체하며, 머리에 든 게 없는 사람은 머리 모양, 몸치장을 화려하고 이상스럽게 하기조차 한다. 이러한 사람의 내면은 어떨까? 공허하다. 그 공허함이 슬픔이 된다. 이러한 슬픔은 타격이 크다. 심각한 병을 부른다. 소양인은 노성 때문에 병이 오는 것 보다는 애정(슬픔) 때문에 병이 오는 것이 더 심각하다. 가족이나 친구 중에 평소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가 비애감에 빠져 있다면, 그리고 그가 소양인이라면 그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소양인의 성질 중 중요한 특징 중의 또 하나는 급하다는 것이다. 보통 급한 게 아니라 아주 급하다. 그래서 불같이 급하다고 한다. 외출하려면 미리 옷 입고 나서야 되고, 할 일 있으면 빨리빨리 해서 결말을 봐야 되고, 머릿속에서 생각 난 것은 그 즉시 입으로 나오며, 다른 사람이 일을 더디게 하면 답답해서 못 보고, 차근차근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맞다고 느껴지면 즉시 실행하는 등, 몸도 빠르고 생각도 빠르며 행동도 빠르다. 이러한 급한 성질은 물론 비장의 양기가 크기 때문이다. 뜨거운 열기가 가슴에서 충동질하는데 급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적당히 급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나치면 양기가 더욱 커지고 상대적으로 음기는 더욱 작아져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 정(精)과 기(氣)라는 개념이 있다. 에너지가 안으로 응축되어 있는 기운을 정(물의 기운)이라 하고 에너지가 밖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기(불의 기운)라 한다. 그래서 정은 음이고 기는 양이다. 소양인은 양인 기가 많은 반면 음인 정이 부족하다. 마음이 급해질수록 이 불균형은 심해진다. 정은 뼈의 구성을 이루는 근원이고 허리와 하체를 튼튼히 하는 요소이다. 이것이 부족해지면 뼈, 허리, 하체가 부실해지고 물이 말라 피부에 윤기가 없어지며 화기가 올라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고혈압, 두통, 소갈(당뇨) 등의 질환을 부른다.   이제 소양인에게 왜 ‘게으름의 미학’이 필요한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으름의 미학은 그냥 아무 대책 없이 게으른 게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를 반성하며 급한 기운을 다스려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일부러 한 번 더 생각하고,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며, 남에게 과시하기 보다는 자기 내면을 충실히 하려 노력하는, 말하자면 내공을 쌓는 것, 그리하여 자기 안에 정(精)이 충실함을 느낄 때 비로소 움직이는 것이 게으름의 미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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