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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 |
‘신선’을 꿈꾸는 사람들
관리자(2006-02-01 17:10:29)

도교에서는 신선들이 사는 산으로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꼽고 흔히 삼신산이라 부른다. 조선의 삼신산은 금강산(봉래), 지리산(방장), 한라산(영주)을 말하고, 호남의 삼신산은 부안의 변산(봉래산), 고부의 두승산(영주산), 고창의 방장산이다. 아마 조선시대 도교의 도사 함열사람 남궁두나 고부살던 권극중이 이 호남의 삼신산에서 수도를 해서 신선이 되었을 것이다.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내장산 나들목에서 보면 왼쪽이 입암산이고 오른쪽이 방장산이다. 고창 읍내에서 보는 방장산의 모습은 얼핏 무뚝뚝한 듯하지만 볼수록 듬직하게 믿음이 가는 모습이고, 고창 신림면 가평 마을에서 보는 방장산은 지리산의 주능선을 마치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름도 그대로 방장산이다. 옛날 사람들은 산 이름 하나를 지을때도 이 세상 모든 이치를 다 헤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림면 가평마을은 고삿길 돌담이 아름답고 다섯 칸이나 되는 큰 한옥들이 즐비하다. 한 마을에서 박사를 10여명이나 배출하고 교수, 의사, 조합장 등이 나온 80여 호의 큰 마을이다. 장흥고씨, 고흥유씨 그리고 행주기씨 집성촌인 가평마을 사람들은 ‘가평마을 산악회’를 조직할 정도로 단합이 잘 되고, 정월 보름이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당산제를 지내오고 있다. 마을 어른들은 모두 방장산 기(氣)를 받은 덕이라고 얘기를 한다. 가평에서 덕화마을 저수지를 지나 골골이 선산들이 있는 소나무 숲을 지나면, 툭 트인 곳이 바로 유점마을이다. 유점마을에는 10여 호가 있는데 절반 정도는 아이들은 댕기머리를 하고, 어른들은 상투를 틀고 한복을 입고 사는 ‘유불선 합일 갱정유도’를 믿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보통 ‘도인(道人)’ 이라고 한다. 아직 수도가 덜 되었으니 도인이 아니라 ‘수도인(修道人)’이라고 굳이 강조하는 남정찬 씨의 평생 업은 ‘도(道)’ 닦는 것이다. 70년쯤 전에 순창 회문산에서 강대성에 의해 발단한 갱정유도교는 ‘머리땋고 서당 다니는’ 지리산 청학동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도(道)’를 믿는 사람들이다. 원래 입암산에서 살다가 이곳 방장산 자락 유점마을로 옮겨 왔다고 한다. 여나믄 명의 댕기머리 학생을 가르치는 올해 54살의 남정찬 훈장님은 “이제 곧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 그 복을 받으려면 머리를 길러야 된다”고 말한다.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은 서양식인데, 이제 서양의 기운은 쇠하고 동양의 기운이 성하게 되며, 동양은 원래 머리를 기르는 방식이기 때문이란다. 초등학교도 가지 않고, 오로지 서당(강학당)에서 ‘마음’공부만 해 나가는 것이 신기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사람들 모두 얼굴 표정이 맑고 편안해 보인다는 것이다. 강학당 즉 이 마을 아이들이 다니는 서당은, 방장산 깃대봉 아래 좌청룡에 숙구치가 있고, 우백호에 수레봉이, 안산에 수산이 있어, 마을에서도 가장 기운이 좋은 명당자리라고 강학당 중건비에 적혀있다. 10여 호 밖에 안되는 작은 마을인데도 방앗간도 있고, 공중변소도 있고, 모정 옆 당산나무에 줄다리기 했던 줄도 그대로 감겨있었다. 시계가 멈춰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80여세 된 한 할머니는 옛날식 부엌에 나무를 때며 혼자 건강하게 살고 계셨다. 4남 1녀의 5남매를 두었지만 서울서 한 2년 아들네 집에서 살다 답답해서 내려왔단다. ‘비사표’ 성냥에 ‘장미’담배를 피우시는 이 할머니는 “본바닥 사람은 대여섯 집인디, 다 70넘은 노인들 뿐이고, 도(道)꾼들이 서당에서 자기 새끼들 가르치고, 그 사람들이 우리 농사일도 도와주고 사는 그런 동네여”라고 하신다. 고창 신림면 왕림사거리에서 2.5km 가면 가평이고 가평에서 덕화마을 지나 유점까지는 한 2km 정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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