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삼곤 작곡가 2005년 12월 29일과 30일 군산시민회관에서 열린 전북오페라단에서 주최한 창작시극 만인보는 전북예술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던져준 기획무대라고 할 수 있겠다. 만인보는 이 고장이 낳은 세계적인 시인으로 노벨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된 작가로서 한국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고은 선생의 역작으로 만인의 군상들을 우리 근세사를 통해 표현한 역작이라 하겠다. 이러한 만인보가 음악과 만났다. 그것도 詩劇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서 전문 오페라단인 전북오페라단에서 주최하는 무대로 만났다. 지역출신의 유명 예술가의 작품과 예술단체가 만나 함께 활동을 하는 것은 참으로 이상적인 것으로, 특히 어려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예술가의 작품을 상품으로 만들어 군산의 문화상품으로 태어날 수 있게 한 전북오페라단의 참신한 기획력이 돋보인 작품이라고 하겠다. 문학과 음악은 끊임없이 교류하며 서로를 보완하며 성장 발전해 왔다고 하겠다. 극단적인 표현을 빌리면 음악과 문학을 관계있는 것들로 줄긋기 하자면 시는 가곡으로, 소설은 오페라나 연극으로 표현되어 왔다고 하겠다. 시와 음악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계속되어 오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질 숙명적 관계임이 틀림없지만 우리가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은 시는 추상적이고 정적이기에 음악장르에서는 고도의 예술성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적인 가곡과 단편적인 노래로 표현되어오지 않았나 싶다. 단순한 논리를 이처럼 어렵게 풀어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에 공연된 창작시극 ‘내사랑 우리땅’이 이러한 단순한 사고의 범주를 넘어 새롭게 시극이라고 하는 형태의 예술로 만들어 냈다고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극의 특성은 이야기의 전개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승전결 또는 한편의 이야기 등등. 음악에서도 음악적 전개방식이 있는데 그 방식의 보편적 방식은 긴장과 이완이라 하겠다. 만인보에서 단편적인 대표 시들을 발췌해서 만든 ‘내사랑 우리땅’을 극화한다는 자체가 추상적 개념의 단편적 접근이어서 음악극으로 풀어내기에는 이야기전개가 지극히 부자연스러웠고 시가 갖고 있는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극복하지 못하고 음악적 톤 칼라가 전체적으로 회색 톤을 띠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두웠고 긴장의 연속성 때문에 지루함을 주었다고 하겠다. 이것은 작곡가의 역량이나 연주자들의 몫보다는 접근방식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과 한계를 극복하고 혼과 얼을 심어 열연한 가수 분들과 연출가를 비롯한 스탭진들의 헌신적인 열정이 무대를 통해 고스라니 전달된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척박한 이 땅에도 봄날은 오겠구나하고 생각하며 모든 분들께 따뜻한 마음을 담은 박수를 보낸다. -------------------------------------------------------------------------------------------- 김삼곤 | 작곡가. 서해대학 겸임교수와 홀리크로스 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