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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 |
순수의 한 가운데에서
관리자(2006-02-01 16:11:21)

[2005·2006 아동극 페스티벌 한지인형극 ‘호랑님 생일잔치’ ] “이 쪽으로 와주시구요. 화장실은 저기 왼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학생은 3000원, 어른은 5000원입니다~” “자꾸 돌아다니면, 엄마, 집에 간다?” 지난 1월 15일 오후 2시 15분 전,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입구의 모습이다. 어른 한 명당 아이 세 명 꼴로 길게 늘어선 줄이 행인의 눈길을 끈다. 아이들은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한벽극장 앞마당에서 널을 뛰고 굴렁쇠를 굴리는가 하면 잘 닦여진 바닥 위를 운동장처럼 뛰어다닌다. 분위기에 맞추어 눈치껏 행동하는 법을 배우지 않은 어린 아이들만의 자연스런 목소리에 바라보는 어른들도 덩달아 즐겁다. 전주전통문화센터가 주관한 2005·2006 아동극 페스티벌의 세 번째 팀인 인형극단 까치동의 ‘호랑님 생일잔치’가 8일 공연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22일 마지막 공연 예정이다.) 한 자리도 남김없이 객석이 꽉 찬다는 것은 무대에 서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일 것이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앉을 자리가 없어 간이 의자가 들어오고 엄마의 무릎 또한 의자가 되어버렸다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해야 될까. 극을 연기하는 극단의 실력이 녹록치 않다는 것의 증거일 것이며, 인형극이나 아동극에 대한 관심이 부재하다는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반증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아이들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앞에 선 연기자가 선생님이라도 되는 양 묻는 말에 족족 대답도 잘 한다. 누구 목소리가 더 큰지 내기라도 하듯이 목소리 또한 힘차다.   1995년에 창단되었으니 올해로 열한 살이 된 인형극단 까치동은 공연에 쓰이는 인형들과 주변 세트를 한지로 제작하기 때문에 한지인형극단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전통문화유산인 한지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알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지로 인형을 제작하고 실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그대로이다. 보기만 해서는 우리 한지를 다 알 수 없다. 그 오돌토돌한 재질과 얇으면서도 찢어지지 않는 견고함까지 겪어보아야 비로소 한지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열명 남짓의 단원들이 전북 출신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전북의 문화, 더 나아가서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게 됐다고 연출을 맡은 정경선 씨는 말한다. 구수한 우리 소리인 창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상모를 돌리는 원숭이, 구성진 판소리로 호랑님의 생일선물을 대신하는 다람쥐, 한복을 입고 전통무용을 보여주는 사슴, 곳곳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이 극단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지향하는 것보다는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모인 우리 어린 관객들이 자라면 다른 문화공연의 관객들이 될 테지요. 우리 어렸을 때는 이런 공연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잖아요. 그것이 현재 문화를 향유하는 관객들이 많지 않은 이유 아닐까요.” 지향하는 인형극문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경선 씨가 대답했다. 현재만큼 미래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문화생활을 겪고 그 속에서 느낀 바가 있는 아이들은 자라면서도 꾸준히 문화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한 후 자신의 자녀들에게 그것을 이어준다면 우리 문화사업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평화동에 사는 이경순(35)씨는 모처럼 세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왔는데 올 때는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보다 내가 더 웃은 것 같다면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천진난만함인가.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참새 같은 웃음소리, 단내가 폴폴 나는 여린 숨과 호기심이 눈물 되어 똑 떨어질 것 같은 똘망한 두 눈. 우리는 어리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삶과 어른들의 삶을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고 이미 몸으로 겪어내었던 내 어린 시절마저 잊어버리려 했던 것은 아닐까. 인형극단 까치동의 바람은 거대하지 않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동시에 잃어버린 순수를 찾기 위한 인형극을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과 말투를 구사해야 할 테고 또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법을 꾸준히 배워나가야 하겠지만, 그 노력은 문화선진국 한국을 잘 닦여진 문화사업의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송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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