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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 |
“소리 있는 곳에 길이 있다” - 해설이 있는 판소리 300회 특집
관리자(2006-02-01 16:10:06)

2002년 9월 7일 시작하여 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 차례씩 쉬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전통문화센터의 ‘해설이 있는 판소리’가 1월 18일로 300회를 맞았다. 햇수로만 벌써 4년이다. 300회 특집으로 전통문화센터는 1월 17일부터 21일까지 ‘최고의 명창들이 들려주는 판소리 다섯바탕’이란 이름으로 5일 연속 공연을 마련했다. 특별공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박송희, 김영자, 이일주, 안숙선, 김일구 명창과 그 문하생 채수정, 김공주, 장문희, 정보경, 김경호가 숙련된 기량을 선보였다. 그동안 해설이 있는 판소리는 30여명의 명창과 그 문하생 106명을 소개하고 2, 30대 젊은 소리꾼 40여명을 발굴하는 성과를 보이는가하면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회 회원들의 자리마련, 남성소리꾼의 공연 등 여러 가지 새로운 기획으로 신선함을 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 오직 판소리만 상설 공연되는 곳은 전국을 통틀어 전주뿐이다. 전통문화센터는 판소리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편으로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해설이 있는’ 판소리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써 관객들은 해설자의 설명을 미리 들은 후 따로 준비되어 있는 자막을 보며 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까. 2003년에는 공연을 즐겨보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판소리를 사랑하는 모임 <더늠>을 창설하기도 하였다. 전주가 소리의 본고장이라는 명칭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귀명창들의 역할이 크다. ‘전주에 가서 함부로 소리하면 일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주의 귀명창들은 판소리를 분별하여 듣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귀명창이 없는 무대는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 하에 ‘더늠’은 숨어있는 귀명창들을 찾아 해설이 있는 판소리의 관객으로 꾸준히 참석, 흥을 돋구어 소리의 맛을 살려내는 일을 하였다. 도립국악원 판소리국법 교수이자 ‘더늠’의 회장을 맡고 있는 권혁대 씨는 “해설이 있는 판소리는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판소리 전반에 대한 해설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어려운 말이나 고사성어의 풀이까지 병행되었으면 좋겠다. 늘 오는 사람만 관객으로 삼기보다 더 많이 알려서 다양한 관객들이 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좋은 공연에 대한 호응의 부족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2003년 11월, 판소리가 종묘제례악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면서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는데 그 때문인지 한국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전주를 찾는 외국인도 많다. 한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전통문화센터를 찾아와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돌아간다는 일본 관광단의 말을 빌리면 판소리는 한 시간을 넘게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고 한다. 이렇듯 쉽고 빠르게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판소리는 추천대상 1순위다. 판소리에는 우리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리꾼과 고수가 입고 나오는 정갈하고 화려한 한복에는 의복문화가, “얼쑤~, 좋다~” 등의 추임새에는 놀이문화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애절한 가락 속에는 우여곡절 많았던 우리 역사가 숨어있다. 그 뿐인가. 본격적인 소리를 하기 전 창자의 사투리 섞인 구수한 입담에 귀 기울이면 웃는 입이 즐겁고, 창자의 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있노라면 손이 즐겁고, 혼신의 힘을 다해 내지르는 소리를 듣노라면 가슴까지 시원하다. 전통문화센터의 개관 직후 판소리의 대중화를 목표로 숨 가쁘게 달려온 해설이 있는 판소리는 서서히 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초기에는 관객이 적었지만 4년이 흐른 지금 정기적으로 무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전통문화센터에 가면 판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또 해설이 있는 판소리는 소리를 배우고 있는 젊은 소리꾼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데 명창선생님들과 관계자들의 심사를 거쳐야 무대에 설 수 있기 때문에 미래 판소리를 이끌어갈 뛰어난 인재들이 배출되기도 하였다. 해설이 있는 판소리의 기획 단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군산대학교 최동현 교수는 “이 무대의 기획 의도는 판소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판소리를 알리고자 했던 것이었다.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익히 알려진 명창들 못지않게 실력이 출중한 소리꾼들을 새로이 찾아내었을 때 보람을 느낀다. 판소리를 널리 알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명창들의 발굴이며 판소리를 주도해나갈 어린 주역을 찾는 것이다. 신진판소리꾼이 많아져야 발전도 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온’은 옛 말로 백을 뜻한다. 완전한 것, 충족한 것, 전부이고 전체인 것 등의 의미가 백(百)이다. 그러한 백이 세 개가 모여 삼백이 되었다. 횟수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앞으로의 다짐을 굳건히 하고자 함일 것이다. 하지만 다짐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여주는 사람의 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보아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2006년, 전통문화센터의 해설이 있는 판소리는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뿐 아니라 날카로운 비판까지도 기다리고 있다.   | 송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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