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5 | [문화저널]
[어린이책세상]
그림책을 읽는 어른
노효은
어린이 서점 '초방' 대표(2003-04-07 15:40:51)
나에게 가장 좋은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나는 당연히 "그림책을 읽을 때"라고 대답한다.
나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림책을 읽고 그 그림속에서 무엇을 발견했을 때"라고 대답한다. 그림책을 못 읽고 자란 세대여서인지 아니면 그림을 못그려서 인지 나는 그림책을 들여다 볼 때 가장 행복하고, 신간이 나오면 가슴이 설레인다.
오랜만에 신간이 많이 나왔다. 서점에 쭉 진열을 해놓고 보니 이 녀석들이 빨리 아이들 손에 들리어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아! 이 작가가 그림을 그렸구나', '어, 이 작가가 글을 썼구나, 이번에는 어떤 내용일까?'
어른 책 세계에도 작가의 색깔과 맛이 있듯이, 아동작가들에게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한 세계가 책 속에 펼쳐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영국의 아동작가 존 버닝햄과 미국의 윌리엄 스타이그, 일본의 히야시 아키코를 좋아한다.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책은 어떤 책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좋은 그림책이란 그림도 좋고, 글도 좋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그림만 보고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책, 글과 그림이 한 작가로 이루어진 책을 꼽을 수 있다.
일러스트의 발달로 유럽의 책은 화려함을 넘어서서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은 문학의 언어를 풀어 낼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이미지 언어를 주로 그려내놓는 그들에게 글까지 잘 쓰라고 한다면, 언어의 천재를 바라는 걸까?
어찌되었든 버닝햄이나 스타이그 등은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는 손에 꼽을 만한 작가들이다. 문체가 간결하고 그림 기법이 독특한 버닝햄. 글이 다소 긴 듯 하지만 상상력이 뛰어난 스타이그. 그리고 우리의 정서와 잘 맞는 아키코의 주인공들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을 만하다.
아동문학은 발전에 발전을 하고 있다. 문학이 발전하는 만큼 그 문화를 받아들인 준비를 우리 독자들은 해야한다. 아동이든 어른이든.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에는 장난감도 좋지만 엄마 아빠 온 가족이 같이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선물하자.
이달에는 『소중한 주주브』(웅진, 유아), 『벌렁코 하영이』(사계절, 저학년), 『가만 있어도 웃는 눈』(창비, 고학년)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