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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 |
문화저널의 시대적 역할과 사명
관리자(2006-01-06 11:45:02)

서른여섯 번째 마당 수요포럼은 ‘문화저널의 시대적 역할과 사명’을 주제로 펼쳐졌다. 2006년이면 문화저널이 창간 19주년을 맞는다. 문화저널은 지난 1987년 11월 17일 ‘전북지역의 찬란한 전통문화를 발전계승하며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근거한 건강한 문화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건전한 문화풍토 조성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창간해, 2005년 12월에 통권 211호를 발간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문화적 환경 또한 급변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의 문화저널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임계점에 달한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한 정철성 편집주간을 비롯해 이날 포럼의 참석자들은 모두 이점에 동의하며, 변화의 방향과 그 방법을 모색했다. 지정 토론자로 나선 곽병창 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은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문화저널이 그 성격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문화저널 2호와 100호, 그리고 나도 참여해 문화저널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을 했었던 2003년 창간기념호를 정독해 보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문화저널의 논조가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문화저널을 이끌어 오고 인물들이 거의 비슷하다. 10여 명 정도의 노고와 희생에 의해 문화저널이 지금까지 흘러온 것이다”며, “2003년 특별좌담을 할 때 문화저널이 프로냐 아니면 운동가 집단이냐고 물으며, 좀더 전문적인 문화전문 잡지로 가야하지 않겠냐고 말했었다. 그 후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 발제를a 들으면서 문화저널이 지난 18년 동안 뼈아픈 자가당착을 반복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제문 중간에 보면, ‘계몽을 꿈꾸는 순간 문화저널은 믿는 도끼가 변하여 아니 땐 굴뚝의 속된 권력이 될 것이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그럼 지금까지 문화저널이 해온 일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계몽을 꿈꾸는 집단이 아닌데 어떻게 매년 창간기념호만 되면 시대적 역할과 사명을 묻고 있는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문화적 계몽자로서의 행위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그는 “문화저널은 계몽적 성격을 명명백백하게 선언해야 할 때다.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곳’이라는 사실을 선언해야 한다. 이럴 때 비로소 문화저널의 자가당착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저널이 꿈꾸는 문화를 말하고, 동참을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한명의 지정토론자로 나선 전주시정발전연구원 원도연 연구원은 문화저널이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저널의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고, 외부자의 입장으로 문화저널을 바라보기도 했다. 문화저널의 주인은 상근자들이다. 때문에 문화저널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도 편집위원들이 아니라 상근자들이다. 문화저널이 18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태도에 변화가 없었다는 말이다. 문화저널은 만드는 사람은 많이 바뀌었지만, 문화저널의 논점이 그대로인 것은 문화저널이 기자위주가 아니라 편집위원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곽병창 총감독이 전문성을 강조했는데, 편집위원 체제로는 전문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문화저널에 전문기자가 들어와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재정구조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문화저널을 일종의 주식회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화저널이 분명히 어떤 역할을 해왔고, 또 그것이 시민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 시민들에게 문화저널의 부양을 주장해도 떳떳하다고 생각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지역의 일간지들과 인수합병을 하는 방법으로도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화저널이 질적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이었다. 원도연 연구원의 지적에 대해 곽병창 총감독은 “원도연 연구원이 생존의 문제를 말했는데, 이것도 결국은 문화저널이 명확한 역할을 결정짓고 있지 못하고 있어서 생겨나고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와 같은 형식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면 문화저널이 좀 더 계몽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고, 인수합병을 하려고 한다면 완전히 상업지로 변모해야 한다. 문화저널의 출발단계에서는 어떤 운동적 결연함 같은 것이 있었고, 그것이 당대의 시대적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는 바가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시대적 상황도 변했고, 문화저널은 출발단계에서의 운동적 결연함이나 혹은 계몽성 등이 모두 모호한 상태로 되버렸다”며 다시 한 번 성격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정철성 편집주간은 “원도연 씨가 주장했던, 기자들이 문화저널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실제로 편집위원이나 외부 필진 등 전문성을 가진 필자들은 많다. 문제는 이들이 지역사회에 너무 얽혀 있다는 것이다. 얽매이지 않고 비판하는 것은 기자가 해야 할 역할이다. 때문에 전문기자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편집주간도 이것을 본업으로 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자립이 가능해야한다. 하지만, 원도연 씨가 주장한 방안들은 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특히 타 매체와의 인수합병은 제안을 하기도 어렵고,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는 보다 구체적인 것으로 이어졌다. 이종민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 단장은 “내가 편집주간으로 있을 때에는 좀 행복한 시절이었다. 나아갈 방향이 더 명쾌했고, 지역에서도 기특한 일을 한다고 격려를 많이 해줬었다. 그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도 결국은 기본적인 독자수가 확보되지 않으니까 잡지는 굉장히 힘들게 만들어놓고 보람이 적다. 사실 잡지의 수준은 서울에서도 인정한다. 문제는 이것을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굉장히 안타까운 현실이다”며, “이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인 것이 분명하다. 이제 책을 만드는데 쓰는 공력의 상당 부분을 독자 확보를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저널에 마케팅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병창 총감독과 원도연 연구원은 보다 내실있는 책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곽병창 총감독은 “문화저널의 공연평이나 전시평이 갖는 권위는 전라북도의 그 어떤 매체도 따라올 수 없다. 문화저널이 비평내지 판관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며 문화저널의 힘을 짚어주었고, 원도연 연구원도 “문화저널의 권위는 평론에 있다. 이런 역할을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 대외적인 공연이나 활동은 좀 줄이고 책 만드는데 집중했으면 좋겠다. 이제 문화저널이 먹힐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정성엽 전통문화사랑모임 사무처장은 “문화저널이 어렵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저널의 필요성은 있다”고 전제한 뒤, “문화저널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들어 지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들어가는 정보는 한 달에 한 번씩 소개되는 것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좀더 해줘야할 것이다. 여기에 지역에서 문화저널 이외에는 문화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문화지가 없다. 문화저널이 각 파트별로 전문기자를 두고 담당해줘야 한다. 또 하나 문화저널 안에는 오래된 독자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 만한 내용과 함께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종민 단장도 “그간에 문화저널에 실린 비평 같은 경우, 사실은 비평의 대상이 된 것 자체가 문화저널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지만, 정보 같은 경우 좀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일단 많은 행사들이 열리므로, 평이한 내용들을 나열하는 것 보다는 선택해서 심도 있는 정보를 실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을 모아 문화저널을 창간했던 것이 지난, 1987년 11월이다. 그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전북의 문화는 방대해졌고, 문화저널도 거부하기 힘든 변화의 기로 앞에 서 있다. 정철성 편집주간은 “현재 문화저널 상황이 열악하다고 해서 ‘시대적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든 문화저널이 해야 할 일, 해야 할 몫, 이것들을 글을 통해 실천할 수 있도록 강구하고 노력하겠다”며 이날 포럼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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