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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 |
'그래, 생명은 소중한 거여'
관리자(2006-01-06 11:40:15)

글 | 천판옥  전주진북초등학교 교사 “선생님 어서 와 봐요.” 얘들의 목소리가 다급하다. 급히 달려가 보니 착한 준형이가 비둘기 한 마리를 손에 쥐고 있다. “왜 그래?” “선생님 비둘기가 화단 옆에 앉아 있어 건드려보니 도망을 안가 가져왔어요.” “그래 한 번 보자“ 비둘기를 자세히 보니 병이 든 것 같다. 자세히 살펴보니 왼쪽 눈 위에 검은 딱지가 한쪽 눈을 덮어버려 볼 수가 없나 보다. ‘새이지만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교실에 와서 얘들과 함께 물과 먹이를 챙겨 주니 가만히 있다가 먹는다. 동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줄까 생각하다가 눈에 붙은 것만 떼 보기로 하고 잡고 떼 내니 바둥거린다. “이 녀석아 가만히 있어 얼굴을 수술한다.” 용감한 동주는 거든다. 검고 작은 얼굴 위로 피가 조금 흐른다. 연고를 발라 상자에 담아 두고 우리 반 모두 보살피기로 하였다. 학년 초가 되면 교사들은 1년 동안 함께 지낼 학급 친구들과 매일 조금씩 약속을 한다. 우리 반은 ‘생명의 소중함’ 과 ‘절약 정신’을 약속하고 실천하기로 다짐을 했다. 생명은 절대 죽이지 않는데 이런 경우에는 가능 할 수도 있다고 약속을 했다. 첫째 나를 해치는 경우와 둘째 인간이 살기(생존)위해서 라고 약속하니 재미있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재치 있는 명인이는 “파리도 죽이면 안 된다”고 웃긴다. 농구선수인 성원이가 화단에 풀을 뽑다가 지렁이를 보고 습기가 많은 곳으로 옮겨 묻어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육의 힘을 느낀다. 어느 날 비가 오는데 선생님도 길가에 달팽이를 보고 그대로 두면 밟혀 상할까봐 손에 꼭 쥐고 가서 풀 속에 놓아 주었다고 이야기 해었더니 얌전이 효정이는 “선생님 저는요 징그러워 곤충을 못 만져요.” 한다. 이런 일도 있었다고 소개한다. ‘선생님이 딸과 15년 전에 기린봉에 갔는데 길가에서 지렁이가 바둥거려 살펴보니 개미들이 먹이로 삼으려고 물고 늘어지니 지렁이는 아파 뒤집어지고 엎어지고 발버둥치는데 어린 딸이 “아빠 지렁이가 불쌍하니 살려 주자”하여 개미를 떼고 부근의 절에 가서 젖은 흙을 파고 묻은 뒤 물을 한 바가지 뿌려준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 하며 ‘모든 생명체는 태어난 이유가 있고, 살만한 가치가 있으며, 때가 되면 저절로 생명을 마치니 이유 없이 죽여서는 안 된다’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늘 강조하여 이제는 누가 실수로 생명을 해지려 하면 “생명 존중”하고 외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여지고 보람을 느낀다. 다음 날 비둘기를 보니 눈 위에 핏자국이 조금 보이고 건강이 좋아진 듯이 마구 날아가려한다. 착한 도영이는 집에서 쌀을 가져와서 “선생님 이거 먹이로 주세요”한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어린이들은 하나하나 살펴보면 모두 천사인데 여럿이 모여 종알대면 정신이 아득한데 불쌍한 비둘기를 보는 눈들이 초롱초롱하고 조용하고 진지하다. 비둘기는 우리의 보살핌을 이틀 정도 받은 뒤 상자 뚜껑을 열어 주니 푸른 하늘로 후두둑 날아 가버린다.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재치있는 도혜는 “선생님 그 비둘기는 이제 건강히 살며 우리의 고마움을 알겠죠” 한다. ‘그렇지. 암 그렇고 말고. 그래 생명은 소중한 거여.’ 하고 되뇌인다. ‘나의 가르침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생각하니 참 기쁘다. ‘비둘기야 이제 친구와 가족을 만나 아팠던 기억을 고운 추억으로 여기고 우리가 치료해준 고마움을 너른 가슴에 안고 힘든 친구를 보면 위로와 용기를 주며 힘차게 살길 바란다.’ ‘비둘기야 건강해 우리의 정성을 봐서.’ ‘역시 생명은 소중한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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