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이 미술을 만나다 글 | 구혜경 문화저널 객원기자 올해 들어서 전북의 미술인들은 전주 남부시장을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게 자극한다. 1905년 개장한 이래 호남 상권의 최대 중심지였던 전주 남부시장은 역사와 전통이 깊고 지역민의 애환과 향수가 담겨져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임과 동시에 생활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 곳 사정은 그 옛날의 명상과는 달리 점점 대형마트에 밀려 쇠퇴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재래시장 살리기에 관심을 모으고 다각도로 발전 방향을 모색하여 왔다. 그렇지만 좀처럼 재래시장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우리들에게 전달시키기는 여러 가지로 역부족인 듯하다. 이제 이 재래시장에 미술인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편에서 구 도심권의 활성화와 연계하여 재래시장까지도 명성을 다시 살리려는 노력으로 예술적인 방법론을 모색하여 왔지만 남부시장에 대해 구체적인 예술적 시각은 올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공공작업소 심심’에서는 사회문화예술교육의 한 일환으로 청소년들과 예술교육을 펼치며 남부시장을 주 무대로 컨셉을 잡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다소 낯설기만 한 재래시장을 삶의 근본 원동력으로 보고 아이들에게 웃음과 땀, 눈물의 의미를 전달함과 동시에 그들의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 아이들이 몇 달 동안 시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자기들의 언어로 표현한 다양한 표현의 결과물들이 12월 16일에 열린 <2005 남부시장 꾸미기 예술제 -펑fun, 펑fun>이다. 이 아이들의 결과물들을 보기에 앞서 8월쯤인가 ‘PLUS'그룹은 남부시장을 전시의 주제로 삼고 참여 작가들은 시장의 이모저모를 살피며 자신들의 작업에 대한 모티브를 찾아내어 전시장에 펼쳐 놓았다. 그리고 또 한 그룹 ’투사와 포착‘은 12월 1일부터 4일까지 <생경한 미술과의 유쾌한 만남 展>이라는 제목으로 남부시장의 이곳저곳을 미술 전시장처럼 색칠해 나갔다. 이들은 왜 갑자기 재래시장인 남부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는 현대미술이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대중들에게 미술을 확대하고 활성화 시키는 것에 주력하고자 하는 흐름과 공공의 장소를 통한 공공미술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이 오랜 역사와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재래시장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리고 어린 시절 이곳에서 생활하였던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남부시장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 미술로서 표현하기에 좋은 계기가 되었던 듯하다. 또 재래시장 살리기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여러 시책도 한 몫을 했을 것이리라. 이러한 여러 정황이 자연스럽게 미술인들을 유도한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작가들은 남부시장에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한 그룹만 남부시장에 대한 모티브만을 전시장으로 끄집어들였고, 두 그룹은 직접 남부시장의 여러 곳을 전시장으로 만들어 미술로서 장식하고, 사람들과 체험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 안에 그대로 스며들어갔다. 이들이 보여주는 작품들은 시장의 한 가운데 통로를 마치 수상식장을 들어가는 듯 빨간 카펫을 깔고, 통로 천정에는 조형화된 물고기 형상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 다음 전시에서 이 천정은 우산에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 거꾸로 매달아 또 다른 설치작품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생경하게 느낄 수 있는 영상설치 작품, 건물 외벽에 그린 벽화와 다리를 이용한 바람개비 설치작품, 그리고 실제 영업하고 있는 상점의 벽면을 전시장 삼아 걸은 평면작품들. 이것들은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주변 환경에 익숙하게 보였다. 또 시장의 활성화와 상인들의 안위를 위한 성업고사와 퍼포먼스까지 작가들은 여러 가지 방법적인 것을 모두 보여주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남부시장을 통해 미술로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겨보게 한다. 재래시장에서 너무도 생경하게 보이는 현대미술. 이것은 그곳에서 생활하는 상인이나 그곳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눈으로 비춰지고 어떤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지 가장 궁금하다. 두 그룹은 짧은 기간을 사이에 두고 남부시장을 일시적으로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는 어쩌면 처음 보는 색다른 경험에 즐거움을 잠시나마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여전히 자신과는 무관하게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재래시장과 미술과의 만남은 분명 색다른 것이고, 재래시장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한 그룹이 얘기하는 것처럼 미술을 통해 재래시장을 살리고 생경한 미술을 대중들에게 익숙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남부시장을 찾았다는 것에는 여전히 예술의 거만함이 묻어나 보인다. 그 결과는 남부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전시장의 기능으로만 생각한 것처럼 보이고, 작가들은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상징적이고 조형성을 강조한 작품들을 늘어놓게 되어 장소성과 분리된 무관심도 만들어내었다. 또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상점들의 복잡한 시장통을 설치미술로서 장식하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치밀한 계획도 필요해 보인다. 어떤 이가 말하는 것처럼 그 곳 환경과 동화된 미술적 언어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할 말 없겠지만 마치 숨은 그림이라도 찾듯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시선에서 벗어나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몇 번의 전시를 통해 이제 재래시장과 미술과의 만남은 생경함에서 점점 익숙함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리고 많은 예술 행사들이 특별한 이유가 아닌 자연스럽게 재래시장을 찾아가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도 모두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현대미술이 대중을 찾아가는 한 단면으로 재래시장을 선택하여 대중들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일시적인 북적거림의 행사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문화적인 마인드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속으로 들어오는 예술인들은 장소가 가지고 있는 겉모습과 내면을 모두 살펴보고 정작 그 곳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할 것이다. 즉, 재래시장 뿐 아니라 어느 곳이든 장소성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들의 욕구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술과 대중이 친숙해지기 위한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