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4기 전주시 문화행정 연속성 가능할까? 민선2, 3기 전주시문화행정의 공과 환호가 비탄으로 박수가 손가락질로 곤두박질하는 특이체험을 하며 병술년 새해를 맞았다. 새로운 해를 맞고 보니 올해 6월 민선 4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 그간 전주시는 민선시장 하면 김완주 시장을 떠올릴 정도로(그 전에 두 명의 전주시장이 있었지만) 그의 영향력 혹은 장악력은 대단했다. 1998년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햇수로 무려 9년여 동안 재임하였으니. 김완주 시장의 전주시장 재임은 행정 통솔력으로 초반 기선 제압, 결단성있는 업무 추진력, 젊고 투명한 이미지, 문화행정의 비약적인 발전 등으로 집약된다. 김시장이 들어서기 전과 지금의 문화행정 몸집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시민들 사이에 막연히 만연하던 전주의 정체성은 문화쪽으로 모아졌고 ‘전통문화중심도시’는 그 결정체로 보아야할 것이다. 행정직제도 크게 달라졌다. 문화관광업무는 국단위 직제의 이름에 거론되지 못하고 공보실이나 일반행정담당국에 속하다 ‘문화영상산업국’이라는 번듯한 국의 주무과였으며 지금은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변창했다. 직제변동은 전주시 문화행정의 무게중심 변동과 무관치 않다. 문화예술업무 전반을 담당하던 ‘문화관광과’는 시 행정의 총아로 떠올랐으며 지금은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이라는 국에 그 막중한 업무를 풀어놓고 ‘문화관광팀’은 보다 세분화된 업무의 일부를 맡고 있다. 국의 주무부서는 ‘전통문화지원팀’이다. 전주시 문화행정의 중심축이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자리를 굳혔다는 증거이다. 민선 2~3기 전주시 문화행정은 독립된 국 단위 직제를 갖게 된 것과 함께 여타 자치단체를 능가하는 문화예산 확보, 문화행정 외연조직의 확대 등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특히 문화행정이 파생시킨 외연조직은 앞으로 문화도시 전주의 중추역할을 맡을 민간인들이 포진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전주역사박물관, 전통문화센터, 한옥생활체험관, 전통술박물관, 전주공예품전시관, 한방문화센터에 최근 민간위탁자가 결정된 최명희문학관과 문화의집 등등. 또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와 영상위원회 등이 전주시의 직접 지원에 의해 유지되는 민간조직들이다. 2006년에는 전주시문화재단이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많은 조직이 새롭게 창출되고 조직마다 문화인력이 몸담고 있으니 민선2~3기 전주시정은 가히 전주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해도 좋을 것이다. 반면 관변시설 혹은 단체의 양적 팽창 이면에 민간 시설들은 왜소해졌다. 90년대 전북미술의 개성있는 작가들을 보듬어온 얼화랑이 경영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문을 닫았다. 얼화랑은 설립과 유지에 지역 미술인들의 부조와 연대가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남은 민간 시설들 역시 상당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문화예술인의 십시일반으로 출발해 풀뿌리 예술제의 가능성을 열었던 전주산조예술제는 전주시의 얼치기 지원이후 큰 격동을 겪었다. 관 중심 문화조직이 비대해지니 민간부분이 왜소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원하면 간섭하게 되어있고 시민세금이 투여되는 곳에 일정한 감시는 당연한 절차인점을 감안하면 민간부분의 축소는 가볍게 넘겨버리기 어려운 부분이다. 문화예술활동이 관 중심으로 이뤄지면 자율성이나 창의성은 엷어지게 된다. 자체적으로 활동할 때는 창의적이던 활동가들과 그들의 작업이 관의 지원을 받으면서 퇴색하거나 본말이 전도되는 모습을 왕왕 보이는 것을 보게 된다. 문화예술에 있어서 관의 지원이라는 것은 민간부분 건전육성을 견인해낼 때 그 빛을 발하게 된다. 민선4기 전주시정, 기대와 우려 전주시 문화행정은 2005년까지 몸집을 부풀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았다면 민선4기 행정은 양적 팽창 보다는 내실을 기할 시점이다. 사실 지금까지 문화부분의 양적 팽창은 예산의 효율운영이라는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함정이 있다. 시설과 조직이 많아지면 예산의 배분 또한 인건비와 시설관리 등 고정경비가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사업비와 순수민간부분 지원이라는 유동경비는 적어지게 된다. 고정경비가 많아진다는 것은 문화인력의 일자리창출과 경제적 안정성확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관료화 관습화의 폐단을 낳는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하는 문화예술활동에서 관료화나 관습화는 돌이킬 수 없는 타락이다. 따라서 행정의 문화지원이 절실할 당시의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주장은 오늘날 유효하지 않다. 감시하지 않으면 부패한다. 정당한 감시를 간섭으로 간주한다면 독단이며 오만이다. 이제 견제와 감시라는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해야할 정도로 전주의 문화부분은 덩치가 커졌다. 민선 4기 전주시장을 노리는 출마예정자들을 보면 과연 비대해진 문화행정을 잘 다스려갈지 쉽게 판단이 안 선다. 자치단체의 문화역량은 단체장의 마인드와 직결돼있다. 내적인 주도력은 민간이 가져야겠지만 아직 외견상 주도하는 쪽은 자치단체(단체장)이다. 민간부분의 준비가 되어도 단체장 마인드가 닫혀 있으면 출구는 열리기 어렵다. 문화행정의 측면에서보면 사실 어려운 길은 김완주시장이 뚫어놓은 셈이다. 현 단계 시 문화행정의 주요 이슈들을 놓고 찬반양론이나 시시비비가 있긴 하지만 시 문화행정의 성과 자체를 폄하하긴 어려울 것이다. 차기 시장은 평탄하게 골라진 밭에서 풍성한 과실을 거두어야한다. 그런데 이 일이 그렇게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전임 시장이 만들어놓은 정책들을 차분하게 유지해나간다? 이를 담백하게 받아들일 시장후보가 몇이나 될까. 이미 일궈진 텃밭은 남의 자식으로 보이기 쉽고 내실을 기한다는 것은 신임 단체장의 스타일이 정적이고 편승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다음 선거를 의식하는 단체장들이 자꾸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잘 골라진 밭 같아도 속을 파보면 어딘가는 화학비료를 너무 많이 주어 땅이 자생력을 잃은 곳도 있고 부드러운 흙 아래가 자갈투성이인 ‘무늬만 옥토’인 곳도 있을 것이다. 김시장이 임기 말에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단 역시 차기 시정에 부담을 주지 않을지 걱정이다. 또 하나 걱정은 그동안 문화행정이 과도하게 융숭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측의 거부반응이 반영되어 전주시 문화행정이 축소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리더십 강한 시장의 문화 드라이브에 정면으로 맞받지는 않았을지언정 문화를 해서 돈이 되냐, 일자리가 만들어지냐는 비판세력은 많다. 문화 드라이브가 시 모든 분야의 공감대 속에 진행된 것은 아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이겠으나 문화분야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하며 유지해줘야 성과를 내는 특성이 있다. 부산영화제가 10년 만에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성장한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보다 훨씬 오랜 숙성을 요하는 것이 문화다. 전주시가 벌인 다양한 문화사업들은 이제 겨우 걸음을 배우는 단계이다. 차기, 차차기 시장들은 이 불안한 걸음이 안전한 보행이 되고 질주가 되고 마침내 마라톤이 되는 과정을 참을성 있게 지원하고 지켜봐줘야 한다. ---------------------------------------------------------------------------------------------- 김선희 | 전북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전북대행정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우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전주우진문화공간 운영실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