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 |
테마기획_새벽
관리자(2006-01-06 10:42:38)
새벽의 풍경들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새벽이 얼마나 더디게 오는가를. 산등성이를 오르는 서늘한 첫 빛살의 한가한 경사각이 나뭇가지의 윤곽을 그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숨을 들이쉬어야 하는가를. 닭이 울지 않는 우리들의 도시에도 날마다 새벽이 온다. 새벽은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저 세계와 이 세계의 통로가 입을 맞추는 순간이다. 만일 태양이 뒷걸음질을 쳐서 하루라도 다시 어둠에 묻히고 만다면 어찌될까? 그럴 리가 없음을 굳게 믿기에 우리는 새벽 잠자리에서 걱정 없이 돌아눕는다. 잠자리의 온기가 아까워 뒤채는 그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향은 가장 정이 많거나, 한이 많거나, 무정하거나, 무서운 사람들이 새벽 그믐달을 보아 준다고 하였다. 아니다. 새벽에도 일어나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겨울 새벽의 풍경 속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마디의 말에도 지나가는 손짓에도 무수한 반복이 만든 안정된 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