뉜들 모르겠는가. 콩나물은 콩으로하여 얻을 수 있는 먹거리인 것을. 콩이 우리 고구려의 옛땅 만주지방의 토종이라고도 하니, 콩나물도 고구려때로부터 식용해 왔던 것인가. 비록 북녘으로부터 처음 먹거리를 삼아왔다고 해도, 콩나물 음식으로는 전주의 것을 으뜸으로 꼽아왔다. 특히 콩나물국밥과 콩나물비빔밥이 그렇다. 우리나라 전통조리 연구가인 한복례 씨는 ‘전주 지방의 콩나물은 맛있기로 이름나 있다. / 전주를 비롯한 전라북도에는 콩나물 음식이 많다. / 전주 비빔밥에는 콩나물맑은탕을 빼놓지 않고 곁들인다. / 전주의 콩나물국밥은 아침 식사로도 좋을 뿐만 아니라 속이 확 풀어져 해장국으로 대신할 만하다’의 찬사였다. 《전주부사》(全州府史, 1943)에는 ‘전주의 콩나물은 풍토병에 약효가 있어 이 고장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였던가. 전주에는 콩나물국밥을 아예 보람판으로 내어건 전문점도 적지 않고, 골목골목에 콩나물해장국집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도 전주의 콩나물국은 집 각각 맛 각각인 것이 특색이다. 그것은 조리인의 솜씨가 다르기 때문이다. 솜씨는 콩나물의 선택, 부재료의 배합, 국물 잡기, 끓이는 시간 등 요량에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최근 「전북도민일보」 장용웅 주필의 입맛 자랑을 쫓아, 「오거리 콩나물 해장국집」(전주시 완산구 태평동 6-8, 주인 김예순)을 알게 되었다. 중앙시장 오거리께에 있는 이 식당은 전화를 놓지 않았다. 영업시간도 오후 2~3시경이면 끝이다. 점심때가 한창 붐비는 시간이다. 손님이 자리한 순서에 따라 한 뚝배기 한 뚝배기의 콩나물국밥을 시간차를 두고 내놓는다. 3인이 일행이어도 자기 앞에 뚝배기가 놓이기까지는 기다려야 하고, 뚝배기가 놓이면 바로 먹기 시작해야 한다. 뚝배기마다 주인의 조리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바로 목로(木 ) 앞의 조리대에서 이루어진다. ① 마련해 놓은 국물을 뚝배기에 붓고 ② 삶은 콩나물과 흰밥을 담는다. ③ 불 위에 얹는다. ④ 곧바로 싱싱한 대파, 풋고추, 실파를 한 자밤으로 잡아 송송 썬다. ⑤ 생마늘 몇 쪽을 칼자루로 콩콩 다진다. ⑥ 썬 것과 다진 것을 칼날로 거두어 끓는 뚝배기에 넣는다. ⑦ 고춧가루·통깨를 설설 뿌려 내는 것으로 한 뚝배기 콩나물국밥의 조리가 마쳐진다. 목로판에는 김, 묵은김치, 날 달걀 두 개의 반숙 종지, 젓갈의 접시도 따라 나온다. 뭐 대견할 게 있느냐는 반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뚝배기가 나오기 전 ④⑤의 과정에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도마질소리로부터 입맛은 돌기 시작한다. 저 소리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족하다. 뿐인가. 뱃속이 출출하거나 간밤의 술기운이 덜 풀렸거나 하면 저 도마질과 그 소리만으로 군침이 돌기 마련이다. 또 있다. -‘시원하다. 어 시원하다.’ 수저질을 하면서, 입안에 드는 것들에 생각이 미치면, 이 콩나물국밥의 뚝배기 하나에 오행(五行)의 기운과 오방색(五方色)의 빛깔이 아우러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파와 풋고추 썰이에서 파랑(木∇·春)을, 고춧가루에서 빨강(火·南·夏)을, 콩나물·달걀·참기름에서 노랑(土·中央)을, 김에서 검정(水·北♀)을, 마늘·흰자위·새우젓에서 하양(金·西·秋)을 볼 수 있다. 콩나물국밥은 풍토병·해장에 뿐아니라 저혈압·근육통도 다스려 준다고 한다. 나의 입맛으로는 아침 점심의 하루 한 끼니라면 매일과 같이 먹어도 물리지 않는 게 전주콩나물국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