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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 |
항상 거울을 보는 교사가 되고 싶다
관리자(2005-12-09 17:05:01)
글 | 김춘기   남성중학교 교사 ㆍ시인 우리학교의 교정은 철따라 제법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곤 한다. 봄철에는 철쭉과 개나리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가 하면, 여름철의 갖가지 나무들의 시원스런 녹음과 짙푸른 잔디밭, 그리고 가을철 각양각색의 단풍까지 비교적 아름다운 교정인 것 같다. 어느새 창 밖의 풍경들은 겨울을 재촉하는 스산한 바람 한줄기가 빈 나뭇가지를 흔드는 모습들로 사실 조금은 을씨년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또 일 년의 시간이 흘러갔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누구나 이 때에 느끼는 감회가 새삼스럽겠지만, 일년 단위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교사들의 감회는 더욱 특별한 점이 있다. 사실 며칠 전 <문화저널>에서 원고 청탁을 받고 내가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겼지만 이렇게 졸필을 들게 된 것은 이 가을을 보내면서 ‘원님 덕에 나팔부는 심정’으로 이번 기회에 나 스스로 내가 어떤 교사이었는가? 지금까지의 교사생활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흔히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과연 지금 나는 어떤 교사인가하는 생각에 아주 적절한 물음이 아닌가한다. 내가 처음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첫 수업을 했을 때의 열정과 기대감을 가지고 지금도 수업에 임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혹시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수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교과서 진도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교실을 들어서는 것은 아닌가? 심지어 내가 몇 반 수업인지 모르고 복도를 걷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질문들을 나 스스로에게 하고 싶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교사의 모든 말과 행동뿐만이 아니라 학과 공부외적인 분위기까지도 바로 수업의 한 부분임을 생각하면서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거울을 한번 보고 수업을 시작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그래 준비 됐니?’ 라고 자문자답하면서 거울을 보고 억지로라도 활짝 웃는 연습을 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것은 겉모습을 한번 살펴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교사 생활뿐만이 아니겠지만 가끔은 나 스스로에게 나태해지고 게으른 마음이 생길 때에는 나는 <명심보감>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을 생각해 본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 하늘은 무엇이고 죄는 무엇일까? 어쩌면 하늘은 학생들이요 자신의 양심일 것이며, 죄는 학생과 나의 양심을 반하고 속이며, 스스로에게 용납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국 우리 교사들은 모든 학생들과의 관계와 문제들을 곧 하늘의 명령처럼 여겨서 교사의 무의식적인 사소한 말과 행동도 학생들은 평생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항상 경계’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또한 교사는 항상 선택의 문제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칭찬과 꾸중, 따뜻한 애정과 따끔한 벌, 공부와 인성 등 참 많은 문제와 만나게 된다. 물론 모든 문제를 골고루 안고 가는 지혜가 있다면 좋겠지만 거의 선택을 해야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어찌되었든 문제가 발생하면 당시의 상황을 종합하여 학생의 성향과 지금까지의 일의 진행에 따라 당근이라는 칭찬을 할 것인가 꾸중이라는 채찍을 할 것인가하는 문제들과 끊임없이 부딪치게 된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아이들의 문제에 있어서도 개입여부와 정도 등도 항상 교사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교사는 결국 그러한 많은 문제들을 절치부심하는 심정으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교육학자들의 다양한 학설을 떠난 솔로몬의 지혜 같은 판단력을 스스로 쌓아나가는 정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교사로서 갖추어야할 덕목 중에는 ‘수업 시간의 장악’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수업 시간을 확실하게 이끄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스스로 연구하고 항상 노력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교과 연구, 수업 연구라는 피상적이고 도식적인 사고를 떠나서 교과서의 내용을 재구성 할 수도 있다는 각오는 물론 판서나 목소리 심지어 수업 분위기를 한번씩 반전할 수 있는 유머 시간과 내용까지도 정밀하고 상세한 스스로의 수업 각본이 항상 필요하고, 언제나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 연구라는 피상적인 모범 답안식의 수업보다는 ‘수업 연출’이라는 또는 ‘수업 종합 예술’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런 수업이야말로 교사의 권리이자 의무일 것 같다. 다소 황당할 수도 사소할 수도 있는 몇 가지 이야기를 두서없이 쓰면서 문득 우리반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천진난만한 얼굴, 거짓말하는 얼굴, 장난하는 얼굴, 심각한 얼굴, 싸우는 얼굴, 놀 때와 공부할 때 표정이 다른 얼굴, 걱정하는 얼굴, 환호하는 얼굴 하나하나의 얼굴이 모두가 고맙고 반갑기만 한 얼굴들이다. 이 얼굴 안에는 모든 세상이 들어있고, 어쩌면 변화무상한 우주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 여론을 오르내리는 ‘교원평가제’의 실시 여부는 교육계의 매우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하였다. 일부 신문이나 방송, 일반 국민, 교육계 등등이 갑론을박하며 교육을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입장에 따른 억측과 궤변이 난무하는 현실이 너무 씁쓸하기만 하다. 허나 여러 가지 문제를 일단 차지하고 나는 교사로서 학생을 대할 때 과연 얼마만큼의 ‘정성과 열의’를 가졌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장에서 보는 교육계의 현실이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공교육의 붕괴와 문제 학생만이 판을 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말 착하고 순수한 학생들이 참 많음을 느낀다. 또한 어느 점에서는 어른들이나 기성세대들이 이해 못하는 학생들만의 문화가 있을 수 있고, 학생들의 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교사들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비리에 연루되거나 부끄러운 행동을 한 교사보다는 정말 묵묵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님이 많이 계신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고, 그 분들을 배우기 위해서 나 또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서 말한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훌륭하고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함은 물론 양심에 거리낌 없는 교사가 되기 위하여 더욱더 배전의 노력을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초임교사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내년 봄 새로운 제자들을 기다려야겠다. 물론 올 겨울에도 쉬지 않고 거울 보는 일을 열심히 할 것이다. 김춘기 | 1963년 전북진안에서 태어났다. 원광대학교 한문교육과와 국어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3년 전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현재 이리 남성중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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