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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 |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하나
관리자(2005-12-09 16:03:06)
내년 1월로 예정된 전주문화재단의 개청식이 다가오면서 전주시 문화예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주문화재단 설립이 처음 가시화된 것은 지난 2004년, 전주시는 문화도시로서 민간 공동파트너쉽을 수행할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문화재단 설립을 계획했다. 문화재단 설립이 본격화 된 것은 올해 예산에 문화재단출연금 1억5천만 원이 편성되면서 부터이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문화재단설립의 목표와 역할정립을 위한 연구팀’을 운영하고, 8월에는 ‘문화재단 준비위원회’와 ‘소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전주문화재단의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지난 9월에는 ‘전주문화재단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고, 10월에는 ‘문화재단의 역할과 방향설정을 위한 시민공청회’를 거쳐, 마침내 지난 11월 2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이날 창립식에서는 장명수 재단 설립 준비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10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현재는 전라북도의 재단법인 설립 인허가를 신청해 놓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지만, 올해 안으로 사무실 리모델링과 직원채용을 마무리 짓고 내년 1월 개청식을 할 예정이다.     전주시가 전주문화재단을 만들겠다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 공동파트너쉽을 구성하는 것이다. “관변단체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과거 관선시장체제 때의 이야기에요. 어떤 의미에서 지금은 오히려 ‘관변단체’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치단체장이 계획을 세워서 일을 추진해나가려면 민간차원과의 공조가 필수적입니다. 공무원들은 시스템을 만들고, 일은 민간차원에서 추진해나가는거죠. 하지만, 지금 전주에는 많은 민간단체들의 동의 속에 전주시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전주시와 함께 공동으로 일을 추진해나갈 수 있는 민간단체로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게 된 겁니다.” 전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거 관에서 단독으로 계획을 세우고 집행했다면, 문화재단을 통해 민간과 함께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문화재단을 통해 문화예술인들이 자주 바뀌는 문화관련 공무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벗어나 지속적으로 문화정책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단은 그 역할로 문화정책연구, 문화예술 양성가 프로그램 기획 및 실행, 시의 위탁 사업과 국가사업 추진, 각 민간단체의 네트워크 형성, 시 문화정책 평가, 기업과 문화예술단체와의 연계 등을 계획하고 있다. 전주시는 문화재단이 우수한 문화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을 통해 국가사업을 발주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직접 사업보다는 ‘정책개발과 지원’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청식을 눈앞에 둔 전주문화재단에 대한 지역문화예술계의 시선은 곱지 않아 보인다. 특히, 문화재단의 설립과정과 이사회 구성에 대한 불만이 크다. 진지한 지역문화예술계의 의견수렴 과정이 부족했고, 현재 전주문화재단의 뚜렷한 역할이나 중장기 발전전략이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칫 문화재단에 권력이 집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전주시는 이런 지역문화예술계의 우려에 대해 ‘전주문화재단은 전주시에서 전액 출연하는 재단이기 때문에 전주시가 이사장을 임명하는 것은 출연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고, 더욱이 전주시장의 문화재단 이사장 임명권은 최종 임명을 하는 것이지 구미에 맞는 사람을 앉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기금도 적고 그나마 시의회의 평가를 통해 예산을 편성 받기 때문에 지역문화예술계의 동의와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존립의 근거마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 전주문화재단이 권력화 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문화재단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한다면, 이미 예산이 편성된 만큼 ‘문화재단’이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자는 주장이었다. 지난 29일 저녁 (사)전북민예총이 주관한 공개좌담 “전주문화재단, 어디로 가야하나?”는 전주문화재단에 대한 지역문화계의 우려를 보여줬다. 이날 행사의 참석자들은 ‘문화재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현재 전주문화재단의 설립과정이나 이사구성 등에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했다. 문병학 시인은 “21세기 들어 진행된 문화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가히 폭발적이다”며, “경직된 관료제도 내에서 문화예술 전문인력 미보유로 인한 비전문성 등의 한계로 문화재단 설립 필요성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관료제도로는 급변하는 문화적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에 문화재단 설립은 문화시대의 시대적 요청이라는 진단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역 문화재단이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창립과정에서 철저하게 해당지역 문화예술계와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재단을 통해 문화예술을 전주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전주문화재단은 공정한 공모절차나 검증철차도 없이 행정기관 중심으로, 또는 기관 주변의 소수 사람들의 정보력에 근거하여 그들의 구미에 맞는 사람들로 위촉 결정되어 지역문화예술계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자칫 전주문화재단이 문화예술계를 분열시키고 종속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좌담에서는 전주문화재단의 중장기 계획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민간 차원에서 문화재단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그 역할이 어떻게 커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유대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기획팀장은 “지금 이 자리는 전주문화재단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바를 말하는 자리다. 하지만, 말하고 싶어도 그 역할이나 재원 조달 등 모든 것이 애매해서 말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런 것들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제시해야 민간에서도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며, “장기적으로 문화재단은 기업으로부터의 지원금 등을 통해 재원을 축적함으로써 행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하고, 민간 전문가들이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라면 여성이나 청소년 교육 등 문화의 다양한 부분들을 담보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성 전주대 교수도 “현재 전주문화재단은 재원마련이나 프로그램 등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에는 우수한 문화인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전주문화재단의 방향과 역할 설정 등이 명확하지 않아서 문화인력들도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젊은 문화일꾼들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연륜과 패기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전주문화재단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문화예술계도 보다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다양한 목소리들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완벽성을 추구하자는 지적이었다. 전주문화재단은 내년 1월 개청식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전주문화재단은 지역문화예술계의 동의를 완전히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불협화음 속에 출발하는 전주문화재단에 문화도시로서 전주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전주문화재단에 대한 보다 활발하고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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