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 |
전주천을 탐구하다 - 무지개를 찾아라!
관리자(2005-12-09 16:01:08)
전주천의 현재와 꿈이 문화공간 ‘싹’에 펼쳐졌다.
11월 15일, 전주 서신동에 위치한 문화공간 ‘싹’에서는 지난 해의 첫 전주천 프로젝트 ‘즐거운 벤치전’에 이어 올해 그 두 번째 프로젝트 ‘무지개를 찾아라’가 시작됐다. 지난 해에는 전주천변이라는 자연적 공간에 다양한 설치 미술을 가미해 ‘휴식 공간’으로써의 전주천을 강조했다면, 올해에는 ‘건조한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해 동심의 세계에서 꿈을 찾아가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했다. 전시공간도 전주천변에서 문화공간 ‘싹’으로 옮겼다. 전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지난 10월 한 달, 전주천에서 미술 수업을 진행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었다.
전시장은 전주천에 비해 턱없이 작았지만, 전주천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이기도 한 채성태 씨는 전시장 한가운데 쓰레기 둥둥 떠다니는 물을 채우고, 나무조각을 덧대 만든 조각배를 띄웠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전주천에 대한 소망을 직접 쓴 종이로 배를 만들어 띄울 수 있도록, 한쪽에는 종이와 볼펜도 준비해 놓았다.
“이곳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은 사람들이 전주천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반면 종이배들은 전주천에 대한 사람들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죠. 종이배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풀어져서 결국 물위에 희미한 글씨들만 남겨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결국 전주천의 현실이라는 것과 전주천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런 작은 소망들이 합해 졌을 때, 그 소망은 실현될 수 있다. 채씨는 “판자들을 덧대어 만든 배는 종이배에 각자 써서 띄운 사람들의 소망이 한데 모인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작품은 전주천을 체험하기 전과 한 달간 체험한 후로 나뉘어 만들어졌다. 물고기가 뛰노는 그림에서부터 전주천에서 주워온 쓰레기, ‘전주천에 개들이 못 다니게 해야 겠다’는 문구 등은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솔직하고 기상천외하다. 특히, 한 달간 전주천을 직접 체험하면서 만든 아이들의 작품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았을 때에만 비로소 보이는 현재 전주천의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기성 작가들의 작품은 ‘물’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통해 ‘물’의 소중함을 보여줬다.
현재 임신 중이기도 한 오세나씨는 물 풍선을 이용한 설치작품 ‘O씨 일가’를 전시했다. 오씨는 “각각 우리나라의 성씨 표를 달고 있는 물주머니들은 모든 생명의 근원인 ‘양수’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강 살리기 운동을 비롯해 꾸준히 환경운동을 해온 정명희 씨의 ‘다시 부활하는 금강’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작한 이효문 씨의 조각 작품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성규 씨와 이창희 씨는 회화 작품을 통해 생명과 휴식의 근원으로서 물의 이미지를 풀어냈고, 유기종 씨는 물소리와 영상을 통해 흙과 물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내는 생명력을 역동적으로 풀어냈다.
하나둘씩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종이에 글을 쓰고 종이배를 만들어 띄우기도 하고, ‘무지개를 찾기’위해 유심히 전시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6시 30분이 되자, 바지를 걷은 이창선 씨가 대금을 들고 쓰레기 가득한, 채 씨의 작품 속으로 풍덩풍덩 걸어들어 갔다.
“자, 밖에 서 계시지 마시고, 다들 들어시죠.”
“그럴까요~”
‘무지개를 찾아라!’는 이날 이창선 씨의 물을 표현한 연주곡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번 전시는 11월 25일까지 문화공간 ‘싹’에서 계속되었다. 전주천 프로젝트는 내년, 문화공간 ‘싹’과 전주천에서 동시에 진행될 계획이다. | 최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