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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
북한저작권법 - 조용필의 평양공연
관리자(2005-11-12 14:56:48)
지난 8월 광복 6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서,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가수인 조용필 씨가 평양에서 그곳 시민을 앞에 두고 열창을 하였고, 이 실황을 남한과 북한의 방송사가 중계방송하였다. 분단 후 반세기를 훌쩍 넘어 갑자를 한 바퀴 돈 시점에 남과 북이 동시에 같은 공연을 방송으로 보았다는 것은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날 행사를 저작권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저작인접권자인 실연자(조용필)의 실연에 해당하고, 이를 방송한 행위는 또 다른 저작인접권자인 방송사업자의 중계방송에 해당한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몇 가지 가정을 해본다. 이날 조용필의 평양공연을 녹음하여 음반을 만들었다고 하자. 이 음반을 사용하여 남한 방송국에서 다시 방송할 경우, 방송국은 조용필과 음반제작자에게 상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그 음반이 북한에서 방송되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북한 저작권법은 총 6개장 48개조로서, 2001. 4. 5. 최고인민회의 제10기 4차회의에서 채택되어 현재 발효중이며, 북한은 2003. 1. 28. 저작권에 관한 국제조약인 베른협약(The Bern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Literary and Artistic Works)에 가입하였다. 남과 북이 공히 가입한 베른협약에 의하면, 외국 저작물에 대하여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해 주어야 하는 이른바 “내국인대우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조용필은 북한 저작권법에 의해 저작인접권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는 판매용음반의 방송보상금제도가 구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위 사례의 경우 조용필은 평양의 방송사에 대하여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 그동안 월북작가 저작물의 남한내 사용이나, 북한 저작물의 남한내 반입사용으로 인하여 남한 법정에서 북한 저작물의 저작권에 관한 분쟁이 심심치 않게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위에서 든 가정처럼, 남한 저작물의 북한내 사용이 문제된 적은 필자가 알기로는 거의 없다. 남과 북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특히 경협과 관련하여 남한 사람들이 꽤 오랜 기간동안 북에 상주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활발한 교류는 조만간 저작권분쟁을 낳을 것이 분명하다. 분쟁해결이라는 현안에 더하여 무엇보다 통일을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북한 저작권법을 연구할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 지난 1991. 12. 13. 제5차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 총리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였고, 이듬해 부속합의서가 체결되었다. 그 부속합의서 제9조는 “남과 북은 쌍방이 합의하여 정한 데 따라 상대측의 각종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무려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남과 북이 저작권실무협상을 위해 만났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듣지 못했다. 북핵문제를 중심으로 6자회담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중심으로 하는 경협문제 등 주로 정치와 경제를 중심으로 남북간 치열한 현안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도적 측면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적십자사를 통해 꾸준히 추진되어 온 것처럼, 남북간 저작권보호를 위한 실무협상은 별다른 정치적 이슈가 없이도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 지난 13년간 잠자고 있는 부속합의서 제14조에 따른 “남북간 저작권보호에 관한 세부사항 협의·실천을 위한 실무회의”를 개최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서로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남과 북이 쉬운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가기로 한다면, 그 첫째는 남과 북의 저작권실무회의가 아닐까 한다. (연세대 법대 교수, hdn@lee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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