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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
[전주세계소리축제] ‘이제는 보다 먼 항해를 생각할 때’
관리자(2005-11-12 14:27:12)
발제자들과 지정토론자들의 발언이 끝난 후 본격적인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발제를 했던 곽병창 2005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은 “토론자들의 지적과 제안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잘 들었다. 축제를 하는데 충분히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몇 가지 이견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최동현 교수가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도 판소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는 상징적인 말을 했다. 소리축제는 판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축제이긴 하지만, 오직 판소리만 가지고서는 성공할 수도 없고, 오늘날 판소리가 가진 문제를 소리축제를 통해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판소리 공연의 녹음이나 사설집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은 충분히 참고하겠다”며, 이어 “공연의 시간대를 조정해서 될 수 있으면 많은 공연을 보게 해달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지난해에도 이 지적이 나와서 올해에는 각 공연 사이에 한 시간씩의 시차를 두었다. 하지만, 이 이상은 무리다. 공연시간의 중복을 피한다면, 한 곳에서 공연을 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전혀 공연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축제 기간에 한 사람이 모든 공연을 본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막작과 프로그램 선정에 대해 나온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올해 개막작의 문제는 많은 분들이 지적해줬다. 차라리 폐막작이 개막작이었다면 좋았었겠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것은 전야제가 할 몫이다. 개막공연은 그 축제의 가장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공연, 그리고 주제를 담고 있는 공연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개막공연은 실패가 아니다. 이런 지적이 나온 것은 아마 지금까지 개막공연의 성격이 계속 변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개막공연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야외공연장에서 흥겨운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막공연의 성격이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별도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초대되는 해외프로그램의 성격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을 알면 된다고 하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진귀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져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한다면 소리축제는 실패한다. 반면에 왜 소리축제에는 해외의 유명한 예술가들을 불러오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요구의 중간지점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 본질적으로는 전자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축제의 수익성이나 경제성 등을 생각했을 때 놓치기 힘든 부분도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곽병창 총감독의 답변에 대해 이날 사회를 맡은 이종민 전북대 영문과 교수는 “최동현 교수의 말은 판소리만 하자는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판소리에 대해 최소한의 예우는 해주자는 말이었던 것 같다. 명인홀에서 판소리를 하고 있는데, 바로 밖에서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들어오겠는가. 이런 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보자는 말이었던 것 같다. 각 공연 간의 시간배정 부분은 토론자들의 지적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전주에서 본격적으로 음악공연을 했을 때 이것을 향유할 수 있는 층은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좋은 공연들이 계속 중첩되어 진행된다면 어쩔 수 없이 관객들이 분산되거나, 한쪽에만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객이 많아서 분산된다면 괜찮겠지만, 수요층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작과 프로그램에 대한 총감독의 발언도 반박했다. 이종민 교수는 “개막작의 경우 총감독의 발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개막작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막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어느 정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토대로 관객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개막작이 소리축제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이 부분이 작곡자에게 충분히 전달됐어야 한다. 개막작은 축제의 주제를 담고 있는 공연이라고 했는데, 과연 한사람이 기획의도를 담아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위험 부담도 컸다. 오히려 총감독이 충분히 기획하고 연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축제의 주제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제 자체도 이렇게 어려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라며, “해외 공연의 경우 이미 순회공연을 하고 있는 팀을 데리고 온다면 비용이나 홍보 등에 있어서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공연이 대표적인 공연이 되어서는 안된다. 소리축제를 대표할 수 있는 공연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객석에서는 김동영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원이 소리축제의 방향성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소리축제 중간보고서가 얼마 전 전북발전연구원에서 나왔다. 평가를 하면서 소리축제의 기획서와 전문가들의 설문서 같은 것을 토대로 평가해보니, 현재 소리축제의 성과와 방향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았다. 문제는 소리축제가 지향하는 바와 프로그램이 얼마만큼 일치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어느 축제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연희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들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통영국제음악제가 일찍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통영국제음악제에서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예술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요소들이 필요한데,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이것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전주소리축제는 이것이 잘 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통영국제음악제의 경우 지난해부터 연중행사 체제로 변화하면서 조직 운영의 안정성이라는 측면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라는 훌륭한 공간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중행사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인력과 결합한 소리축제의 연중행사화를 제안했다. 지난해 소리축제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올해에는 인턴스텝으로 일했다는 전북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대학원 이선희 씨는 지금까지의 내외부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개막작의 경우 조직위에서 고민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올해에도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주제에 걸맞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함께 생겨났다. 하지만, 소리전당과 소리축제가 연계해서 일을 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완전한 연계는 아니더라도, 티케팅 노하우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서로 협의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리전당은 어느 정도의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가 있는데도, 그것조차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미 갖춰져 있는 인프라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이어 “축제라는 것은 지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지속할 수 없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 위주로 축제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회와 2회 전주세계소리축제 때 홍보사업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정상권씨는 ‘프라하 축제’를 예로 들며, 전주소리축제 프로그램의 간소화를 주장했다. 그는 “체코 프라하에서는 ‘프라하의 5월’이라는 축제를 연다. 한 달간 열리는 이 축제는 개막작은 거의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축제 기간 내내 한두 가지의 프로그램만 계속 반복해서 공연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 한두 개의 공연을 보러 그곳을 찾는다. 소리축제도 차라리 하루에 두 세 개의 공연을 한달 정도 꾸준히 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현재 소리축제가 조직의 안정화를 꾀하지 못하는 것은 예산상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능하다면 소리축제를 전주시에서 직접 주최하고, 도와 중앙정부에서 어느 정도 부담하게 해서 기본적인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김정수 전북도립국악원공연기획실장은 “조직의 문제에서 소리전당과 소리축제 조직위 간의 통합안이 나왔는데, 이것은 상당히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을 유지하는 인력과 축제를 유지하는 인력은 상당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완전히 남남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소리전당과 축제위원회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이 많다.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방안을 연구해볼 수는 있겠지만, 통합하는 것은 대단한 무리”라며,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상근인력들이 꾸준히 해야 할 일들이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은 충분히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막공연의 문제는 총감독의 말에 공감한다. 개막공연이 스타상품이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개막공연을 가지고 축제 전체를 판단해버리거나 해서 지나치게 중압감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막공연을 해마다 같은 작품으로 올리는 것은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판소리가 중심이 된 대규모 공연물, 오직 우리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물을 만들어서 해마다 공연하면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소리축제의 대표상품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배석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부장은 ‘세계 속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소리축제에는 전주사람보다 외국사람들이 더 많이 와야 한다. 외국사람들이 많이 오다보면, 우리지역 사람들도 많이 오게 되어있다. 지리상의 이유로 외국인들이 찾아오기에는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타문화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만들어서 계속 관리해줘야 한다. 외국의 대학생들 중 다른 나라의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의정연구소 편집부의 윤희숙씨는 “지금까지 소리축제를 잘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지만, 여기서 아무리 좋은 제언들을 해도 결국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지자체다. 지자체가 실시되고 난 후에 문화판은 거의 황금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자체는 앞 다투어 축제를 만들고, 하드웨어에 투자했다. 하지만, 실제로 축제에 예산을 지원하는 지차체들에서 원하는 것은 문화산업의 발전과 같은 순수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소리축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문화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경우는 대중문화를 빼놓고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문화산업의 경제성이라는 잣대는 무의미하다. 무엇보다 축제 본래의 의도대로 관객의 문화향유나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의 지원금에만 연연하지 않게 예산확보 라인의 다변화를 위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제의 안정화를 위해 무엇보다 예산상의 다변화와 이를 통해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곽병창 총감독은 축제가 실질적으로 자생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전라북도와 전주시, 문광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의 비율이 비슷해져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소리축제 성공의 관건 중의 또 하나는 얼마나 소리문화의전당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소리축제가 명실상부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전당을 벗어나 전주시내 한복판에서 신나는 소리판을 벌이고, 소리 매니아들은 시설 좋은 전당에 가서 즐기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축제는 지역민들이 띄우는 배이다. 이제 무거운 짐도 좀 덜고, 먼 항해를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역민들의 격려를 부탁했다. 이날 포럼의 참가자들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간의 관계와 개막작 논란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갑론을박을 벌인 반면, 조직의 안정화와 예산의 다변화 등 큰 틀에 있어서는 일치된 견해를 내보였다. 근본적으로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학 등과의 연계를 통해 음악 수요층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과제로 남게 되었다. 정리 | 최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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