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 |
[전주세계소리축제] 축제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기대한다
관리자(2005-11-12 14:24:53)
글 | 김정수 전북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
전국적으로 약 4백여 개의 축제가 있고, 소규모까지 합하면 약 1천개가 된다고 한다. 우리지역만 해도 약 50여 개의 축제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소리축제는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축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현재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만 봐도 소리축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곽병창 총감독은 오늘 무엇보다 정체성 논란을 종식시키자고 말했다. 하지만 총감독이 발제했던 것처럼 ‘정체성 문제’는 사실 없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에 대한 논란’만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판소리가 소리축제를 시작하게 된 동인이 됐다면, 그 길을 가면서 끊임없이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해나가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사실 축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는 어려운 문제지만, 축제의 진정한 평론가나 평가자는 축제 안에서 축제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다. 관객 동원이라던가 운영의 매끄러움이라던가에 대해서는 외부에서도 얼마든지 지적이 가능한 문제지만, 좀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은 누구보다 축제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소리축제는 사실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출발했다. 철저히 관에 의해 생겨나고 추진된 축제라는 것이 그것이다. 바로 이런 축제의 태생적인 한계가 정체성 시비를 불러오게 한 근본적인 요인이다. 만약에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근본이 2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주대사습놀이라면 아무도 소리축제의 정체성에 대해 시비를 걸지는 못할 것이다.
축제에 대한 관점을 조금 변화시켜야 할 것 같다. 1년 중 축제를 여는 기간은 고작 1주일 정도인데,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은 1년 내내 다양한 주문들을 받는다. 돈도 벌어야하고, 홍보도 열심히 해서 시민들도 끌어와야지, 사람들이 소리축제에 기대하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큰 기대가 자칫 축제를 왜곡 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자체가 실시되면서부터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것을 보면 축제가 어떤 이유로 생겨나고,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축제라고 하는 것의 본질적인 의미가 앞으로 소리축제가 찾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 ‘문화상품’, ‘관광상품’, ‘예술성’ 등을 버무려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을 때가 많다. 이것도 다 축제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케팅이라고 하면, 홍보를 통해 입장권도 판매하고 협창금도 많이 끌어오겠다는 것 같다. 하지만, 아까 총감독이 발제를 통해 말했던 것처럼 현재의 구조에선 올해의 수익 이상, 그 이상을 올릴 수는 없다. 때문에 마케팅의 개념을 조금 넓혀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부스를 만들어 음향기기나 악기 등을 파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런 것이 궁극적으로 소리축제가 추구해야할 ‘마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축제는 축제로써 나름의 재미를 추구하고, 시민들은 자기 사정에 맞게 즐기면 된다. 온 전주시민들이 축제를 위해 봉사하고 참여해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많은 시민들이 축제에 참여하고 즐기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축제는 시민들의 참여를 단순한 홍보를 통해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때문에 좋은 내용의 공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해내야 한다.
이번 축제에 프린지가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면, 여기에서 미래 소리축제의 단초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 소리축제의 중심이 판소리라면, 판소리가 중심이 되는 거대한 기획공연을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스타상품’의 개발은 동감한다. 축제에 해마다 오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대규모 ‘스타상품’을 개발해 이것을 소리축제의 핵심에 놓고 계속 되풀이함으로써, 이것으로 관객들을 끊임없이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