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동현  (군산대 국문과 교수) 우선 곽병창 총감독의 발제문을 보고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정체성 논란을 “매우 선동적인 동기를 바탕에 깔고 있는 듯하다”거나, “막연한 인상만으로 비분강개하거나 폄하하며, 때로는 전주에 가까운 독설로 축제를 매도하는 분위기는 이제 마감해야 한다”거나, “대안도 없이 찢고 바수는 일은 진정으로 멈출 때가 되었다”거나 하는 표현은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축제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식으로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판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다소 오만한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 동안 축제가 이만큼이나 제자리를 찾게 된 데는 이런저런 비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점도 분명히 있는 만큼, 그런 식의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대체로 이번 축제에 대해서는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은 어느 정도 관중 동원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여러 가지 기획이 잘 조화되어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듭되는 개막 공연의 실패에 대해서는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이는 작곡을 의뢰할 때부터 결과가 예측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일을 두고 왜 실패를 거듭하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판소리 부문에 있어서도 상당히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전통 판소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프린지에는 청중이 넘쳐나는데, 정작 정통 판소리 공연에는 청중도 적고 활력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 있는지 잘 따져 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정통 판소리가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이 하고 있지만, 판소리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판소리를 몰라서도 그렇고, 판소리를 접촉해 보지 않아서도 그렇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판소리에 대한 소개, 혹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새로 제작하기가 어려우면 이미 있는 자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리축제에서는 판소리에 대한 교육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판소리가 무엇인지 소개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판소리에 대해 잘 알고 또 좋아하는 사람들만 오라는 뜻인 것도 같습니다. 판소리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도 이 축제가 잘 되리라는 생각은 할 수 없습니다. 판소리가 잘 되어야 이 축제도 오래 가고 발전하는 것입니다. 판소리가 어차피 큰 공연물이 아니기 때문에 큰 공연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판소리 공연 시간대를 잘 조정해서 그 시간대에는 다른 공연을 중지하고 판소리만 공연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판소리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합니다. 유료 공연이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판소리와 무료이면서 귀에 잘 들어오는 음악을 경쟁시키면 판소리는 죽을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판소리 공연은 철저하게 기획해서 정말 잘해보는 것, 그것이 판소리를 우대하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친절한 공연 안내서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좋겠지요. 판소리에 관한 우리말 소개는 물론 영문 소개와 함께 사설을 번역해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기획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다른 공연들도 이렇게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판소리 관련 프로그램은 공연장도 꼭 주공연장 부근으로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컨대 대학생 창극 같은 경우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 했는데, 가보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습니다. 기록에 대해서 한 말씀 하겠습니다. 중요한 공연은 물론 잘 기록이 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완창 판소리 부문은 바로 음반이나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을 만큼의 질로 기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록이 제대로 된다면 이것으로 사업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록이 곧 역사가 되고, 자산이 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탭에 판소리를 잘 아는 사람을 꼭 포함시키기를 바랍니다.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우면 교육을 시켜서라도 꼭 확보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