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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
조기찜의 곰삭은 맛
관리자(2005-11-12 13:51:17)
젓갈 좋아하는 사람 치고 조기젓을 시답잖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까. 물론 입맛 따라 선호함에 차등을 매길 수는 있겠다. - 뭐네 뭐네 해도 토하알젓이 으뜸이지. - 아니야, 돔베젓의 저 향기라니. - 멍게젓은 어떻고. 따위의 선호는 말할 수 있어도, -나는 조기젓이라면 싫데. 를 말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만치 조기라는 바닷물고기는 오랜 세월을 두고 여러가지 조리법으로 우리 겨레의 입맛을 앙구어 왔기 때문이다. 조기의 어원을 민간에서는 ‘사람의 기를 도운다’ 해서 도울조(助) 기운기(氣)의 한자를 써서 ‘조기’라 한다고 전한다. 원래 중국의 한자로는 ‘t  ueng’으로 발음되는 글자가 따로 있었다. 이와 달리 대가리에 돌이 들어있는 것으로하여 ‘석수어’(石首魚)라 쓰기도 하였다. 일본에서는 이 한자어를 그대로 쓰고 이 고기를 일컫기는 ‘이시모찌’라 한다. 좋아하기는 우리나 중국인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조기는 원래 우리나라의 서남해에서만 나는 고기였다. 제주도 서남방의 비교적 수온이 높은 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봄부터 북상하여 4~5월에 칠산바다를 거쳐 여름엔 연평도 근해로 이동한다. 전에는 이동기면 칠산바다가 바글바글할 정도로 떼를 지어 북상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전라도 지방의 조기철 뱃노래에, - 돈 실로 가자 돈 실로 가자 / 칠산바다로 돈 실로 가자. 의 사설이 담긴 것도 볼 수 있다. 어획량이 많고 보니, 자연 갊아 두고 먹는 법도 생각해 내기 마련이었다. 조기포와 굴비 그리고 조기젓도 그 하나이다. 조리가인 남경희(南京希)의 《간추린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1981)에 의하면, ‘조기는 조금때(음력 23일)의 싱싱한 것을 사고/ 물 10에 소금 5의 비율로 소금물을 넉넉히 만들어 조기를 넣고 씻을 때 아가미 속 조름과 창자를 꺼내고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빼고/ 항아리 밑에 소금을 다뿍 뿌리고 아가미속과 입속에 소금을 꽉 채워 넣어/ 차곡차곡 넣은 후/ 맨위에 소금을 더 뿌려 무거운 돌로 꼭 눌러/ 다시 소금물을 끓여 식힌 것을 돌 위까지 올라오게 붓고/ 항아리 뚜껑을 덮어 밀폐하여 햇볕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맛본 조기젓으로 때로 생각나는 것은 「만성한정식집」(전주시 다가동 124-3, 전화 284-4141)의 것을 들 수 있다. 이집의 상차림에 오르는 젓갈에는 이 밖에도 몇 종이 있다. 새우젓 멸치젓 토하젓 진석화젓 꼴뚜기젓 게젓 등등. 그러나 언제나 밥맛 술맛을 돋우어 주는 것은 조기젓이다. 조기젓도 그냥 조기젓이 아니다. ‘조기젓찜’이라 할까, 지난날 밥을 지을 때 사기중발에 담아 쩌낸 조기젓과 같은 것이다. 주인인 정갑순여사에게 묻자, - ‘맞네요. 그러나 여기서는 다 그렇게 할 수 없어 냄비에 나무젓가락을 걸쳐 놓고 그 위에 조기젓을 올려 쩌 냅니다. 그것을 다시 접시에 앙구어 상위에 올리게 되지요.’ 의 대답이었다. 젓갈은 삭아야 맛이다. 이 집의 조기젓찜은 삭아도 푹 삭아서 조기 대가리는 마치도 석류 알이 다빠진 알집의 무늬를 짓고 있다. 그 맛은 술이면 술, 밥이면 밥의 맛과 더불어 입안을 즐겁게 하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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