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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 |
퍼블리시티권 - 샤라포바의 괴성
관리자(2005-10-13 17:23:53)
사흘 동안 잠을 못잔 상태에서 버번위스키 한 병을 마시고, 담배 한 갑을 피웠다면 어떤 목소리가 나올까? 1980년대 미국의 팝음악계를 주름잡았던 톰 웨이츠(Tom Waits)의 거칠고 다소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를 어떤 팬은 위와 같이 묘사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개성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톰 웨이츠는 자신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라디오광고에 사용한 프리토-레이(Frito-Lay)라고 하는 과자(콘칩) 회사를 상대로 목소리도용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톰 웨이츠의 손을 들어 주었다. “Some say love ... ♬”로 시작되는 팝송 “Rose”로 유명한 팝가수 베티 미들러(Bette Midler)도 자신과 유사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노래를 불러 이를 자동차광고에 사용한 포드(Ford) 자동차를 상대로 역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 적이 있다. 이 판결들은 모두 유명인의 목소리는 얼굴 못지않게 개성이 있는 것이어서 그 사람을 특징 지워주는 중요한 아이덴티티(identity) 중의 하나라고 보고, 이러한 상업적 가치를 가진 목소리를 본인의 허락없이 사용하는 경우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에 대한 침해가 된다고 하였다. 즉, 유명인의 특색있는 목소리는 재산적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중, 세계 여자테니스계의 톱랭커인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가 우리나라에서 경기를 벌인 적이 있다. 우리나라 테니스 경기사상 가장 많은 관중이 몰렸다는 이 경기에서 언론의 관심은 승패와 관계없이 단연 샤라포바에게 집중되었다. 실력뿐만 아니라 빼어난 미모를 겸비한 샤라포바에게, 경기후 한 기자가 물었다. 한국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휴대폰의 벨소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을 아느냐고. 샤라포바는 경기중에 장내를 쩌렁쩌렁 울리게 하는 괴성을 곧잘 지르곤 한다. 사람들의 관심은 참으로 기이할 때가 있다. 이런 샤라포바의 괴성이 인기를 끌게 되자, 이것을 휴대폰의 벨소리로 활용하는 통신회사가 생겨난 것은 시장의 속성상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문제는 정작에 목소리의 주인공이 몰랐다는 데 있다. 앞에서 말한 톰 웨이츠나 베티 미들러처럼 샤라포바도 위 통신회사를 상대로 목소리 사용료를 달라는 재판을 청구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법원이 유명인의 얼굴이나 이름에 대해서는 재산권성을 인정한 예가 더러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목소리에 재산권성을 인정한 예는 없다. 그러나, 선례가 없다고 해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인가? 샤라포바의 목소리를 벨소리로 이용한 통신회사가 그로 인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면, 이에 샤라포바가 기여한 것은 없는 것일까? 샤라포바가 웨이츠나 미들러와 같은 가수가 아닌 바에야, 그의 목소리에 상업성을 부여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휴대폰 벨소리에 이용된 것은 샤라포바의 노래가 아니라 경기 중 질러댄 괴성이고, 그 벨소리 서비스를 구입한 소비자는 그것이 아무 의미없는 소리가 아니라 샤라포바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구입했다는 점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옛말이 있다. 그러나, 돈은 재주넘는 곰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지적재산권법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케이스다. (연세대 법대 교수, hdn@lee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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