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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 |
[순창] 주민의 희망이 담긴 지역문화를 지향하라
관리자(2005-10-13 16:37:04)
주민의 희망이 담긴 지역문화를 지향하라 글 I 임양호 순창민주연대 상임대표 주민은 지역의 중심이다 순창군은 인구 3만여 명의 작은 ‘기초자치단체’이다. 한때는 1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살았으나 지금은 장수마을, 저출산마을 등으로 지칭되는 인구감소지역이다. 하긴 농촌지역의 공통된 현상이니 이를 탓할 수만은 없다. 지역사회 공동체 안에서 살며 일하는 주민들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권익이 증진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들의 바램은 다양성을 옥죄는 관행과 오도된 여론몰이에 의해 수없이 좌절됐다. 주민들은 그 만연된 병폐를 깨부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자탄한다. 다수의 선량한 주민들은 지역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적 권력을 떡 주무르듯 행사하는 소수의 권력자와 맞서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따라서 해방이후 입장을 바꿔가며 상층부에 붙어있는 소수의 반대중적 권력자와 싸워 이기는 길은 주민들의 사회적 연대를 통한 변혁의 길 밖에는 없다. 그때 비로소 주민들의 권익이 보호되고 지역사회가 바뀐다. 문화의 중심도 주민이다 지역 주민의 삶의 형태는 온갖 유, 무형의 실체로 나타난다. 사회적 변동이 수없이 되풀이되듯이 지역의 문화는 수많은 주민들의 삶 속에서 생동하고 굴절되며 재생산된다. 지역문화는 주민의 삶터에서, 노동의 현장에서 생기고 변하고 재창조된다. 그러나 소수의 정치권력과 지배계층은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용단만으로 지역을 확대 발전시킨 것처럼 포장하고 선전한다. 주민 없는 지역문화가 있는가? 주민 없이 문화행사가 가능한가? 주민 없는 문화정책을 세울 수 있는가? 자명한 물음에도 선도 행정, 선견 입안, 선진 정책이 우선이라고 강변한다. 지방신문이 지역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헤드라인을 살펴보자. ‘동네잔치, 예산낭비’, ‘먹고 놀자 향토축제는 이제 그만’, ‘전문가집단에 용역의뢰 변신모색’ 등등 지역주민이 흥겹고 보람을 느껴도 외형이 성대하지 못하면 동네잔치로 몰아붙인다. 오랜 풍습과 전통으로 유지된 지역축제도 외지인이 많아 보이지 않으면 그만두라고 협박한다. 주민 활동가나 기획자 보다는 유명세 있는 박사나 교수에게 맡겨야 한다고 부추긴다. 그 결과 지역 활동가는 살아남기 어렵다. 있다 해도 구태의연하고 전근대적인 기능보유자로 치부된다. 소위 전문가 또는 전문가집단이 시키는 것만 해야 하는 보조자로 전락한다.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관(순창군)이 주관하는 문화행사의 외형은 성대하나 내용은 흡사하다. 주민은 으레 동원되고, 동원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굳어져 있다. 전야제에는 축포를 쏘고, 본 행사에는 낯내기 연설이 난무한다. 대중가수 노래 소리만 요란하다. 어느 지역 어느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잡상인이 몰려든다. 그저 그 시간을 즐기고 어울리면 남는 게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비용이 누구의 것인지 어디서 충당되는지 알 필요도 관심도 없다. 모두 주민의 돈이고 주민의 힘이 낭비되는 것을 알면서도 다 그렇고 그래왔다고 자위한다. 주민의 자생적 문화행사에는 동원될 주민이 없다. 행색이 초라하다. 성대하게 꾸릴 재원이 없다. 엉성하고 왜소하다. 그러나 참여 주민들의 다른 사고와 이념이 담겨있다. 때로는 거칠고 투박하며 단조롭고 투명하다. 하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메시지가 녹아있다. 문화는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문화는 주민의 삶과 일터에서 생성되고 진보된다. 주민이 중심이 된 문화야말로 참 문화다. 유서 깊은 문화는 그를 지켜온 주민들이, 새로운 문화는 그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보전하고 진화돼야 한다. 소수의 정치권력과 그에 동조하는 지역 토호들이 판치고 독점하는 문화와 문화행사는 하루빨리 자발적 주민이 주관하여 진보시킬 수 있도록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지원돼야한다. 주민이 중심되는 교육문화 요즘 우리 지역에는 지역의 교육환경과 교육문화를 뒤흔들고 나아가 국가가 정한 교육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일을 놓고 말이 많다. 순창군이 국내 최초로 세운 입시학원인 ‘옥천인재숙’은 성적우수학생 200명을 뽑아 연간 10억 원(1인당 500만 원꼴)의 운영비를 쓴다. 순창군 전체 초중고생은 약 4,000명 수준이고 순창군 올해 예산 가운데 교육지원금은 9,800만원(초등 영어영재원 시설비)에 불과하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높은 가정의 자녀는 학업 성적도 높다고 한다.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옥천인재숙’에 선발된 200명 가운데 영세민 가정의 자녀는 한 명도 없다. 반면 한 보도에 의하면, 도내 고교생 10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수업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부자에게 더 주기는 쉽지만 가난한 자에게 줄 돈은 없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순창군이 성적우수학생 200명을 위해 2년 6개월 동안, 25억 6,000만원을 퍼부으면서 수업료를 납부하지 못한 학생은 몇 명인지 살펴봤는지 궁금하다. 공부 잘하는 소수를 선발하여 과외를 시킬 아이디어는 내면서 그 외의 다수 학생에게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까. 성적 아닌 인성교육을 위한 다양한 방법은 널려있다. 특기적성교육도 있고, 문화적 체험교육도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는 절규가 진리임을 초등학생도 아는데 왜 위정자는 모를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는 권력 자체에만 집착한다. 정치인의 집착력은 자신의 생각이 우선이고 제일 좋다. 그래서 두꺼비 파리 채먹듯 반대도 아랑곳 않고 밀어부친다. 신중하지 못한 정책이 가져올 후환은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 출세를 위해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에는 후회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일까.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목표요 사고일 뿐이다. 많은 지역 주민에게 영향을 끼치고 지역 환경과 문화에 지장을 주는 일까지 자기중심적 사고에 매몰돼 검증 절차 없이 추진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러나 ‘몸뚱이의 추억은 머리의 기억보다 한결 오래가는 것’이라던가! 위정자의 바르지 못한 경험과 경륜이 지역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현란한 말로 주민을 유혹하더니 종국에는 지역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일으킨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돈이 소수에게 편중되고 그로 인해 지역교육의 근간을 해치고 다수의 주민이 소외감을 느끼는 무모한 사업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대다수의 지역주민은 바른 교육문화를 통해 모두 함께 바르게, 모두 함께 즐겁게, 모두에게 차별 없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산간벽지라는 이유로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농촌지역은 문화적 혜택을 많이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을 떠난다. 그러나 누군가는 남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시작할 것이다. 진정 이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어떤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주민과 지역의 미래와 참된 희망을 위하여. -------------------------------------------------------------------------------------------- 임양호 | 순창농업협동조합에서 근무했고, 순창신문 편집인을 역임했다. 현재는 순창민주연대 상임대표, 순창군공교육정상화을 위한 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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