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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 |
대북 선전용 확성기에서 웃음소리가?
관리자(2005-10-13 15:49:34)
대북 선전용 확성기에서 웃음소리가?   - 베를린에서 DMZ까지 - 지난 9월 23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베를린에서 DMZ까지’가 시작됐다. 2005 전주 문화의 달 행사의 일환이기도 한 이번 특별전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전시다. 예술을 통해 우리의 통일과 세계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여섯 개의 섹션으로 담아내고 있다. 조용하던 국립전주박물관에 갑자기 공습공보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갑작스런 사이렌 소리에 평화롭기 그지없던 박물관 뜨락에는 한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서린다. 사이렌 소리의 근원지는 박시동 작가의 설치작품 ‘The Power’였다. 확성기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습경보 사이렌 소리가 울리도록 만든 이 작품은 휴전선에서 얼마 전까지 대북 선전용으로 쓰이던 확성기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작품 옆에는 ‘대북 선전용 확성기를 평화의 소리를 전파하는 확성기로 변신시켰다’는 작가의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그제서야 확성기 사이사이에 피어있는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9월 23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베를린에서 DMZ까지’가 시작됐다. 2005 전주 문화의 달 행사의 일환이기도 한 이번 특별전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전시다. 예술을 통해 우리의 통일과 세계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여섯 개의 섹션으로 담아내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해 전주를 거쳐 광주, 부산 등을 순회하면서 진행될 이번 전주 전시에서는 ‘평화와 통일의 주제를 현대 미술로 승화시킨 작품과 전주가 갖고 있는 전통의 이미지를 접목하여 새로운 모습의 전시를 만들었다’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전시는 ‘평화 염원전’, ‘통일 염원전’, ‘베를린 장벽전’, ‘한·일 공동 설치작업’, ‘전북작가 공동작품’, ‘모자이크 토크’, 그 밖의 부대 행사 등으로 이루어져 진행되고 있다. ‘평화 염원전’에서는 베를린 장벽의 파편 6점이 국내 유명 작가들의 손과 마음을 통해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작품들로 탄생했다. ‘통일 염원전’은 지난 2004년 6월 북측과 합의해 철수한 DMZ의 선전물들을 모티브로 사용한 회화와 조각, 설치·미디어 아트로 이루어졌다. ‘베를린 장벽전’에는 세계 유명작가들이 평화와 통일, 자유에 대한 염원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독일이 통일되기 직전 해체된 베를린 장벽의 파편을 이용해 만든 이 작품들은 이미 영국 런던, 프랑스 리옹, 독일의 쾰른 등 세계 여러 주요 도시에서 순회전을 가지며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파해 왔다. 한국작가 박이창과 일본작가 마사유키 아카마슈가 함께한 ‘한·일 공동 설치작업’, 전북작가 3인이 참여해 꾸민 ‘전북작가 공동작품’, 모자이크 기법으로 포스트 잇과 한지를 응용한 관람객 참여의 공간 ‘모자이크 토크’도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담아 관객들과 소통한다. 박시동 작가의 ‘The Power’를 지나자 곧이어 임옥상 작가의 작품 ‘베를린에서 매향리까지’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베를린 장벽에 녹슨 포탄을 꽂아 분단시대에 사는 우리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에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된 베를린 장벽처럼 분단된 우리의 현실도 유물화 시키자’는 작가의 주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어 시선과 귀를 잡아끄는 것은 김석 작가의 ‘ha, ha, ha’. 이 작품 역시 얼마 전까지 대북선전용으로 쓰이던 대형 확성기를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커다란 틀 속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수십 개의 확성기 사이사이에 헌병과 인민군이 호탕하게 웃고 있다. 수없이 많은 대북 선전의 말들을 쏟아냈던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는 생경하지만, 의미심장하다. 전시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전주국립박물관에는 제법 많은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통일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북쪽도 좀더 성의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겪은 6.25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김영태(완주 삼례·67)씨는 현재 북한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답답하다고 하면서도, 평화통일에 대한 노력을 늦추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베를린에서 DMZ까지’는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에게도 전쟁의 아픔을 전해주었다. “휴전협정 맺을 때 포로들 중에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닌 제3국으로 갔던 사람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한국 사람인 것을 숨기고 살았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어요.” 전시장을 찾았다가 이태호 감독으로부터 작품 설명을 들은 서지원(풍남초 4학년)군은 이상현 작가의 작품 ‘76’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20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뜨락과 전시관에서 계속된다.   | 최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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