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9 |
<유쾌한 상상 행복한 공작소> 체험전
관리자(2005-09-08 17:07:42)
미술의 상상과 체험
무더운 여름날, 벼르던 전시장나들이를 하기에는 폭염이 성가시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상상’이라는 단어에 귀가 쫑긋 해져서 ‘유희와 놀이를 통한 어린이 미술 체험전’이라는 부제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전시하는 ‘유쾌한 상상 행복한 공작소’ 체험전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전시에 비해서 아이들을 위한 전시공간이나 기획은 대부분 어른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게 됩니다. 연초에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마테마티쿰’이라는 수학에 관계된 전시를 관람하면서 체험공간에 비해 많은 사람들에 치여 제대로 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어서 한적한 시간대를 골라 가기로 했지만, 문제는 더운 날씨도 전시장도,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 때문도 아닌 두 아들 녀석 산이와 민이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 전시가 전주에 있는 전시장에 한정되어 있다 보니 익산에서 전시장까지 가는 시간, 특히 전시장을 찾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일주일중 그나마 자유롭게 게임이나 TV시청이 허락되는 날 인데 그 황금 같은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는 아이들의 마음, 이젠 자신들의 시간을 주장하는 아들놈들을 보면서 웃음도 나고 서운하기도하고 그랬습니다.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이자 문화의 시대라고 흔히들 말 합니다. 이와 같은 시대에는 정보나 문화를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할 것이고, 선택에는 안목이 필요하며, 이것은 마음의 눈, 생각의 눈을 열어주어야 길러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화의 한 흐름인 미술에 있어서 그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삶 속에서 ‘세계를 새롭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 즉 미적 안목과 감성지능을 높이고, 창의성을 계발하고, 조형능력이나 우뇌활동을 통한 시지각을 함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며 여기에다 적극적인 생각에 대한 훈련 또한 중요하겠지요. 몇 해 전 서신갤러리에서 보았던 영상작품이나 예술회관에서 전시장 가득 나뭇잎과 꽃, 곤충모형, 새의 박제, 녹음된 곤충소리, 새소리에 감성적 자극을 겪었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전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생각은 다양한 자극에 의해서 더욱 촉진되고 사물을 다양하게 본다는 것은 이러한 것을 충족시키는 방법 일 것입니다.
요사이 전시 흐름 중의 하나에 지극히 개인적인 창의력으로 세상과 더욱 부드럽게 소통하고 미술의 보수적이고 아카데미적인 관점이 아닌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재미와 사물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듯 표현된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런 작품을 통해 세상과 미술의 또 다른 소통점이 가능 하다면 상상과 유희, 놀이를 중심 화두로 삼고 있는 전시는 또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함과 기대를 가지고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먼저 강용면 작가의 동물 ,꽃, 사람 등을 표현한 작품들이 다채로운 색으로 채색되어 놓여 있는데 작품들은 개체가 갖고 있는 고유색을 탈피해서 전혀 새로운 색으로 채색되어 색이란 관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달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장 벽에 가득 채워서 평상에 누워 보았던 하늘에 떠있는 달과 그달을 스치는 나뭇가지 등을 연상하게 하는 이정배 작가. 오원영 작가의 식탁에 차려진 작은 단어들로 이루어진 음식들. 페달을 밟으면 부풀어 오르면서 사람의 형태로 변하는 작품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아이들이 우주인이라는 둥, 못생긴 감자인간이라는 둥, 자기가 보는 모습이 맞다고 우기게 만드는 송필 작가의 작품. 벽면에 물고기를 붙이며 자신의 꿈을 적거나, 안용우 작가의 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간결한 표현을 비디오 영상으로 체험하고, 작은 종이위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벽면에 부착해 보기도하고, 거울위에 표현된 작품 속에 비추어진 또 다른 모습을 통해서 이질적인 공간을 체험합니다. 거꾸로 매달린 의자도 있습니다. 연필만으로 작업한 커다란 인물군상 앞에서 조형적 느낌이나 미적 감정보다는 연필로 그렇게 크게 그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아이들의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주관적 인체에 대한 표현이나 구리선을 감아 현대인의 자화상을 묘사한 작품과 사진의 고유한 영역인 사실적으로 보여주기보다 빛과 그림자에 대한 표현은, 주관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내면을 엿보고 관람자가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거침없는 아이들은 훨씬 더 단순하고 명쾌한 답을 말 하겠지만…
하얀 벽면위에 검정색 테이프 하나로 거대한 기차가 지나가고, 공중에 떠있는 책, 벽면에 붙어있는 사다리 또는 몇 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달팽이 속에 만들어놓은 공간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아이를 통해서 작가가 의도한 ‘자신만의 공간’을 이해는 못하더라도 느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오혜선 작가의 작품, 한석현 작가의 동화를 통해서 알고 있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염소들을 거꾸로 걸어놓아 극적인 느낌을 강조한 작품, 사물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에 충실한, 의인화된 염소의 모습이 동전과 비슷하게 생긴 나무판에 새겨진 작품 앞에서 키득거리거나 가족이라는 주제로 나무로 조합해놓은 목각인형 등 전시장에서 만지고, 보고, 쵸콜렛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냄새를 맡으며 몰래 입속에 넣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듯한 장난꾸러기들의 모습은 평범한 재료들에 의해 미술이 어떻게 쉽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게 되며 작가 개인들의 일상적 상상력을 통해서 유머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작품 안에 내재되거나 뿜어져 나오는 유희 또는 놀이 등의 개념을 자유롭게 조합해놓은 전시가 아이들에게 어떤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32명의 작가들이 전시장 가득 쏟아놓은 작품들은 개인의 기호와 일상적인 상상력에 비중을 두고 있는 작업들로 몸속체험, 오감체험, 상상 공간 체험, 만화 체험 등 4가지 영역으로 작품을 분류하여 만화그리기와 공작체험, 바다만들기 등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자발적인 표현과 경험을 통하여 미술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체험하도록 한 전시였습니다.
다음세대 문화의 향유자이자 소비자가 될 아이들에게 앞으로도 흥미와 의미를 찾아가는 그런 전시와 볼거리 등이 주변에, 전시장에 기획되고 준비되며 열려진 관심 속에서 호기심 어린 아이들의 꿈이 있는 곳, 그곳에 미술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준비되기를 바랍니다.
성혁진 | 원광대학교 한국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모던 미술학원 원장과 유아동미술교육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