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9 |
<남원>남원 허브밸리
관리자(2005-09-08 17:05:36)
남원 허브밸리
허브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전초기지
인간은 오래 전부터 풀과 열매를 식량이나 치료약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하여 왔는데 점차 생활의 지혜를 얻으면서 인간에게 유용하고 특별한 식물을 구별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식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허브(herb)라고 할 수 있다. 허브는 푸른 풀을 의미하는 라틴어 헤르바(herba)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잎이나 줄기가 식용과 약용으로 쓰이거나 향과 향미(香味)로 이용되는 식물”을 허브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허브는 '향이 있으면서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원산지가 주로 유럽, 지중해 연안, 서남아시아 등인 라벤더(Lavender), 로즈메리(Rosemary), 세이지(Sage), 타임(Thyme), 페퍼민트(Peppermint), 오레가노(Oregano), 레몬밤(Lemonbalm)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단옷날에 머리에 감는 데 쓰던 창포와 양념으로 빼놓을 수 없는 마늘, 파, 고추 그리고 민간요법에 쓰이던 쑥, 익모초, 결명자 등을 모두 허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허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생활에 허브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방향제는 물론이고 기능성 허브 화장품을 비롯하여 허브 공예에 이르기까지 허브는 우리 생활 속에 자리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허브차를 애용하고 있다.
남원시가 허브산업 육성을 추진하게 된 것은 허브산업이 21세기형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간파하였기 때문이다. 허브 관련 국내 시장은 웰빙 바람을 타고 창업순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향기시장이 1,000억원 규모로 형성되고 있으며, 3조7천억 원 규모의 화장품 시장 중에서 허브 기능성 화장품 시장이 4,400억원 규모로 형성되는 등 날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리산을 비롯하여 춘향과 흥부, 강쇠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농업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남원의 사회적 여건을 고려해볼 때, 대규모 허브 재배를 통한 경관 농업의 육성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광자원의 창출이라는 이중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이다.
더욱이 지리산에서 자생하고 있는 1,000여종의 식물들 중에서 우리 허브로 개발할 수 있는 품종이 400여종에 달한다는 사실은 남원의 허브산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여건을 배경으로 남원시는 허브산업 육성 정책을 계획하였고, 2004년 3월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주제가 있는 관광자원 개발’ 공모에서 지리산 허브밸리 조성 사업이 전국 최우수 과제로 선정되어 연차적인 국고 지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남원시는 곧바로 세계허브산업엑스포를 개최하여 남원이 허브산업을 선점하였음을 홍보하였다. 그리고 운봉읍 용산리 일원에 지리산 자생식물 환경공원 3만5천평, 허브밸리 2만8천평, 허브 경관농업 지구 12만평, 민자시설 유치 17만평 등 총 35만평 규모의 허브산업 관련 시설 조성을 계획하였다. 올해에는 사업의 효율적인 시행을 위하여 이 일대 50만평을 지리산웰빙 허브산업 특구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하였다. 또한 남원시는 허브산업 발전계획 수립을 위하여 허브산업육성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지역의 교수와 전문가, 지도층 인사 30명으로 구성된 허브산업육성위원회도 발족시켰으며, 올해 정부가 새로 시행하는 신활력지역으로 선정되자 사업명을 ‘허브산업육성’으로 정하여 허브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 동편제의 시조인 송홍록 선생의 생가가 있고 바래봉 철쭉제로 이름난 고장 운봉은 허브로 인해 활기에 차 있다. 지리적 여건을 살려 남원 허브산업 육성의 전초기지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13개의 허브관련 기업이 투자를 희망하여 투자협약이 체결되었고, 경관농업 예정지구 12만평 중에서 4만평이 허브를 계약 재배 중이다. 차로 애용되는 감국을 비롯하여 민트류, 타임, 콘플라워, 나스타튬, 바질, 세이지 등 지역의 기후에 맞는 허브를 선정하기 위한 시험 재배가 한창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2만평의 경관농업 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바래봉의 철쭉이 모두 시들은 뒤에도 관광객들은 허브의 꽃과 향으로 장식된 운봉의 벌판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기기 위해 다시 한번 운봉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이들 허브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드는 데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바로 에센셜오일의 추출이다. 건조허브의 정유 성분인 에센셜오일은 향기를 활용해 치료하는 아로마테라피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모든 2차 산업 제품의 원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원이 허브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에센셜오일 생산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에센셜오일 추출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허브의 대량 재배가 따라주어야만 한다. 허브의 생산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에센셜오일의 추출 단가는 낮아진다. 운봉지역의 경관농업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 성공이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경관농업의 성공은 농민의 소득 증가와 연결되어 있다. 농산물 수입 개방으로 인해 농민들의 주름살과 한숨이 늘어만 가는데 농업이 주요 산업 중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는 남원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허브 경관농업 조성은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비책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경관농업이 확립될 때까지의 과정이다. 허브 생산량이 일정한 규모에 미치지 못했을 때 에센셜오일의 추출은 경제성이 없다. 그래서 오일 추출 이외의 허브 수요를 개발하여야 한다. 오일 추출 이외에 허브의 가장 큰 수요처는 음식과 관상용 화분이다. 남원시의 허브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보면 허브기능성 식품 개발과 허브음식점 육성, 그리고 허브꽃길 조성 계획이 들어있다. 이러한 계획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허브의 대중화와 시민들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남원시의 허브산업 육성 계획이 너무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아직까지 시민들의 인지도와 호응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많은 시민들이 짧은 안목으로 허브산업 육성이 운봉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안타깝다. 운봉은 그저 전초기지일 뿐인데…
허브산업 육성은 남원의 농업, 관광업, 그리고 제조업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도깨비 방망이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식물이 하루아침에 자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관농업의 성공과 확산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남원의 모든 골짜기와 들판에서 허브 향기가 넘쳐나고 허브의 꽃들이 춤을 추는 그날, 공장에서는 에센셜오일이 철철 쏟아질 것이고 남원은 우리나라 허브산업의 중심지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남원을 품에 안고 있는 지리산이다. 지리산에서 자생하고 있는 우리 허브를 개발해낸다면 남원은 세계 허브산업의 중심지로 또 다른 자리매김을 받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춘향골, 살기좋은 흥부골, 향기맛난 허브골, 사랑의 도시 남원을 기대해본다.
김 정 | 1959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에서 화학를 전공하고, 현재 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와 남원시 허브산업육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