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8 |
영호남 교류음악제
관리자(2005-08-09 10:16:35)
한여름 밤의 선물
지난 13일 수요일 밤 전라북도 도립 국악원 특별 기획공연 <영·호남 교류 음악회>를 사단 장병들과 관람을 했다. 많은 훈련과 교육 때문에 군에서의 문화행사 참여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침부터 찌는 듯한 찜통더위로 힘들고 짜증나는 장병들에게 박진감 넘치고 시원시원한 국악 감상은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팥빙수로 여름을 나는 것 이상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전라북도는 예향의 고장이다. 명성만큼이나 문화행사가 다채롭게 열리지고 있고, 볼거리 먹거리가 참으로 풍부하다. 우리 사단은 전라북도 향토방위를 담당하는 부대로서 이번 국악공연 관람은 고향이 전북이 아닌 장병들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번 관람이 국내의 어떤 공연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88인조의 국악 관현악 협연이라는 점에서 장병뿐만 아니라 행사 관람자 모두에게 국악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은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의 짜임새가 다양하고 각 악단의 연주기량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었지만, 곡의 생소함과 연주시간을 고려해 볼 때 일반인에게는 다소 지루한감이 없지 않았나 생각된다. 군악대장으로서 많은 연주활동에 비추어 보면, 특히 타악기가 주도하는 빠른 곡이나 친숙한 멜로디가 아니면 호응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에 빠른 템포의 리드미컬한 ‘멋으로 사는 세상’과 ‘축연무’, 3부공연의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 친숙한 멜로디의 ‘남도아리랑’은 앵콜에 앵콜을 더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 보였다.
공연 내내 가득 찬 객석과 장병들의 환호가 연주단원들의 연주에 조금은 일조를 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지역문화, 크게는 대한민국 문화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했다. 이런 자리를 만들고 훌륭한 연주를 해주신 유장영 전북도립국악원 지휘자와 단원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국악이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0%의 비중도 차지하지 못했던 예전의 교육과정과는 달리 현재는 50 ~ 70%를 국악 관련 내용으로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으로 음악만한 것이 없다고 볼 때,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우리나라 민요를 비롯한 국악으로도 길러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군인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국악인으로서 국악으로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가슴 뿌듯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한 최근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민요, 다시 말해 서양음악이 아닌 국악이 인체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악인으로서 너무나도 반갑고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국악만의 미묘한 음색 변화와 떨림은 내가 국악으로 인생을 설계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결국 국악만의 그 짜릿한 연주에 매료되어 국악을 전공했고 국악을 대중화시키고 싶은 야망까지 갖게 됐다. 하지만 장병들은 가요와 팝송을 비롯한 대중음악과 서양악기로 연주되는 공연에 친숙하고, 국악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불어 국민 대부분이 공유하는 TV에서 조차도 국악을 가까이 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 즉, 국악이 대중문화 밖에서 겉도는 이유가 국악이라는 분야가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고전문화로만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문화에 맞게 개량악기가 생겨나고 가요를 편곡해서 연주하는 등 다방면에서 무수히 많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대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리 국민들이 국악의 신비함과 미세함에 푹 빠져도 보고, 대중문화 속에서도 국악의 멋에 심취할 수 있는 그날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군인이면서 국악전공자인 나는 사단 장병들의 사기진작과 정서함양을 위해 노력하고 또한 국악 전공자로서 우리문화에 대한 우수성을 알려야할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신세대 장병들에게 한국음악을 알리고 그동안 소외되어온 우리 음악을 군을 통해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서 그들이 전역 후 사회에 돌아갔을 때, 한국문화에 대한 작은 호기심 정도는 싹틔울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문화행사가 각 부대 간 특성과 임무, 그리고 지역적인 한계로 군 전체에서 이뤄지지 못하는 점에서 조금은 아쉽다. 이번 공연 관람은 평소 부하사랑이 각별하신 사단장님께서 무더운 여름 일상에 지친 장병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베풀어 주신 ‘한여름 밤의 특별한 선물’로 생각한다. 사단장님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다.
곽경철 | 중앙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했다. 동아콩쿨과 세계 군악 연구원 주최 군악 공모 등에서 입상했다.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취타대장과 세계 13개국 대통령 의장행사 취타대장 등을 했고, 현재는 제35보병사단 군악대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