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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8 |
온고을 미술대전
관리자(2005-08-09 10:15:35)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공모전이 되어야 한다 미술인을 대상으로 공모전에 대한 여론조사가 있었다. 역량 있는 신진작가 발굴육성이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권위주의적 소산물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공모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특히 공모전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작가들이 서울 등 수도권 보다 지방에서 갑절 이상 더 많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 만큼 지역작가에게는 작가로서 데뷔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는 것과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 보다는 지역작가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위한 통로로서 그래도 공모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모전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의 양면성을 지녔다. 긍정적인 면에서 신진들의 활로를 열어주고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작품제작은 몇 달 걸리는데 평가와 심사는 몇 초에 불과하니 문제다. 또한 공모전 심사에 대한 잡음은 약방에 감초마냥 늘 항상 끊이지 않고 있어왔다. 이제는 관행이 되어 그러는 줄 알고 묵인하면서 나누어 먹기 식의 공평함이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모전의 원래의 목적이 신인작가의 등용문 혹은 기성작가의 평가의 마당이라고 한다. 그 원래의 목적이 얼마나 순수하게 유지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리 개운치만은 않다.  최근의 공모전은 성격이 불분명한 특성이 없는 전람회로 전락해 가고 있으며, 방만해지고 있다. 요즘 지역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을 보면, 같은 사람이 여러 곳에서 열리는 미인대회에 참여하는 지역 미인대회를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결국 비슷한 유형으로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하여 구태의연한 기존 공모전과 다름이 없다. 또한 지역공모전의 공통적인 현상은 거의 대부분의 공모전이 비례수상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에 맞추어 혹은 심사위원이 접수시킨 출품 작가들의 머리수에 따라, 다시 말해서 출품비의 액수에 따라 입선이나 특선 나아가 대상이 결정되는 양상을 보여 주면서 전국 각종 공모전에 운영위원과 심사위원들이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한심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공모전은 미술계의 공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제 각 공모전마다 성격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과연 무엇이 미술문화에 기여 할 수 있는가를 전반적으로 미래의 문화 및 생존문제와 연결시켜 심층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전북도내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공모전은 전국규모의 춘향미술대전, 벽골미술대전, 동학미술대전과 출품자를 도내출신으로 제한하고 있는 전북미술대전, 분야가 특성화된 공예미술대전 등 다수이다. 이들 공모전의 형식이 다른 기존의 공모전과 별반 다를 게 없고 거의 비슷한 운영방침과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치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전주시에서 일정부분 예산을 지원하고 치러진 제 1회 온고을미술대전은 전국규모의 공모전으로 발판을 마련하는 데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수상작을 시에서 매입한 것도 신인작가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제는 숫적인 팽창으로만 공모전의 척도를 가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양적인 규모보다 질적인 향상이 무엇보다도 절실할 때이다. 특히 온고을미술대전 회화부문에서 60호 이내로 출품작을 제한하다보니 신인작가로서의 기량과 실력을 발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많은 입상작을 선정하다 보니 입상작들의 수준 차이가 심하고, 간격에 여유가 없이 많은 작품이 전시되다 보니 입상작들에 대한 진지한 감상의 기회가 박탈되었으며,  마치 미술대학 재학생작품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 것은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예전시실도 너무 많은 작품이 바닥에 전시되다보니, 마치 널브러져 있는 인상마저 들어 감상하기도 전에 기가 질렸다. 앞으로 온고을 미술대전이 명실 공히 비중 있는 공모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선결해아 하고 목표의식도 확고히 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모전의 차별화와 특성화에 주력해야 한다. 도내에서 열리는 공모전 중에는 이미 차별화된 몇 개의 공모전이 있다. 그 한 예로 공예대전 및 한지공예대전이 있으며, 성격은 다르지만 서예비엔날레를 들 수 있다. 온고을미술대전이 모든 분야를 수용하기 보다는 어느 분야만 특화시키는 공모전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전주 같은 중소도시에서 모든 분야를 섭렵하는 백화점식 나열 공모전보다는 몇몇 분야에 계획적으로 집중화된 공모전이 오히려 전국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며, 출품 작가들의 이목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 명칭과 분야로는 회화와 조각에 국한되는 온고을회화대전이나, 혹은 온고을회화·입체대전이 어울릴 것으로 본다.     전국단위의 공모전이 여기저기서 열린다면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행사에 그칠 것이 뻔하다. 빠듯한 예산으로 행사가 치러질 바에야, 지역작가를 온고을미술대전을 통하여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대폭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기 위해 출품자들의 지역을 한정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 좋은 예로 호남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들로 출품자를 제한하는, 광주에서 열리는 신세계미술제를 추천하고 싶다. 이 지역 신진작가를 선발하여 경쟁력 있는 작가로 다듬고 포장하여 다른 곳에 소개도 하고 나아가 국제 비엔날레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교두보 역할로서의 공모전도 생각해 볼만 하다.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공모전에서 장점만을 추려 내어 벤치마킹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신진들이 나아갈 수 있는 교통정리해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야만 할 것이다.       또한 심사의 잡음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방식으로는 심사위원의 다양화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작가가 작품을 평가하는 것 보다는 객관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는 평론가가 많이 참여하고 화상 및 미술관계 저널리스트와 관람객 참여 심사제 등이 채택된다면, 객관적 심사와 더불어 어느 정도 정당하고 공정한 입상작이 배출 될 것이다. 어쨌든 작가가 작가를 선정하는데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스러운 일이다. 또한 전시 도중에 관람객들이 투표에 참여하여 선정하는 시상제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아울러 주최측에서 작가들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기득권을 확보해주는 추천작가나 초대작가 제도는 아예 가치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여 공모전이 피폐해지는 원인을 제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종합대상작가에 대하여는 상금 외에 다음 해에 개최되는 공모전에 맞춰 개인전을 열게끔 배려해 주는 방식도 도입해 볼 만하다. 그래야만 대상수상작가 선정에 있어서 더욱 신중하고 작가적인 역량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믿는다. 여기에 기왕지사 시작한 시의 재정적인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온고을미술대전은 모름지기 확고한 신인작가 등용문으로서 역할을 다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론적으로 좋은 인재를 발굴하려면 특성 있는 공모전이 되어야 하고 그 곳을 통하여 긍지를 갖는 신인작가로서 탄생할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주최 측 역시 공모전 하나를 더 유치했다는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보다 궁극적인 목적, 다시 말하면 행사규모의 대소에 관계없이 나름의 분명한 성격과 목표를 갖고 믿을 수 있는 운영이 수반될 때 비로소 온고을미술대전은 신진작가의 등용문이요 나아가 창작인의 바른 마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선태 |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8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현재 전북도전, 춘향미술대전, 전북판화대전, 대한주택공사조형물심사위원을 지냈다. 현재 전북문예진흥기금평가위원과 예원예술대학교 미술학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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