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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8 |
남원 시립국악단의 <달래먹고 달달 찔래먹고 찔찔>
관리자(2005-08-09 10:14:39)
한국적 어린이 뮤지컬의 가능성을 열다 남원 시립국악단의 <달래먹고 달달 찔래먹고 찔찔>은 먼저 제목에서부터 어린이다운 극적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첫 인상이 제목으로 결정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목의 명명은 그 작품의 첫 단추 끼우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작품은 제목의 설정에서부터 일단 긍정적 자리매김이 이루어진 것 같다. 특히 작가 최기우의 창작정신이 날로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 극 흐름을 유인하고 있으며, 대사처리의 간결함은 어린이극으로서의 안정감을 지탱하는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판소리 다섯 바탕의 근간이 되는 줄거리와 구성, 그리고 혼합하고 빌려온 성격에서의 전형성과 양식성으로 해서 전반적인 극 내용이 관객들에게 미리 연상되는 이미지의 연속으로 극적인 긴장감이 없어져버린 아쉬움이 남는다. 이 극의 줄거리를 대강 정리해 보면 달래라는 어린 여주인공이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계모와 그의 딸 찔래의 구박 속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하늘나라의 여러 농기구나 꽃과 나무, 도깨비의 도움으로 현실을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찔래는 더욱 의지할 곳이 없어지지만 동네의 친구들과 이웃 항이 도령의 흠모 속에서 우정이 싹트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항이 도령은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떠나고 달래는 우물 청소를 하는 도중에 우연히 용궁의 전령 별주부를 만나 용궁에 함께 가는데 그곳에는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시적 생존과 이별이라는 아쉬움을 간직한 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가 구사된다. 즉 달래의 갑작스런 아픔과 이를 치료하기 위한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 옥황상제와 용왕의 중재, 그리고 항이 도령의 과거급제, 계모의 반성 등이 결합되며 권선징악의 교훈을 남기며 해피엔딩에 이르는 연극구조의 일단인 ‘잘 만들어진 연극’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어린이극으로서의 갖춰야 할 극적 요소와 우리 전통의 판소리 사설 그리고 그 구조와 성격을 빌려와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 아이디어는 이 뮤지컬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잘 나타냈다. 그러나 ‘콩쥐 팥쥐’에서 빌려온 계모와 이복동생간의 갈등과 구박이 극 초반에 주인공 달래에 대한 안타까움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면서도 우연성과 계기적 구성에 따른 극적 전환에 급급한 인상이다. 여기에 ‘춘향전’에서 차용한 항이 도령과 달래의 조우로 연결되는 춘향과 이도령의 대비가 눈에 띤다. 여기서도 재미있는 상황은 과거급제라는 계기를 마련하여 이별과 금의환향하는 장면의 삽입과 항이 도령의 용궁방문과 달래와의 상봉을 통하여 최고조의 절정에 이르는 춘향전과는 달리 계모의 반성에 의한 극적 결말을 유도하고 있는 점이 본질적 판소리 사설과는 많은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또 수궁가의 별주부와 토선생의 만남이 달래와의 만남으로 변형되어 또 하나의 ‘심청’을 탄생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물론 ‘심청전’의 심청과 심 봉사와의 상봉이 아닌 어머니와 달래의 만남이 용왕의 주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여러 판소리 사설을 전횡하며 전개되는 가운데서도 ‘콩쥐 팥쥐’에서 차용한 연극적 줄거리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안타까움과 관객들의 탄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 또한 여기에서이다. 더욱이 달래가 궁지에 처한 모습에서 어린이나 어른들은 모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이를 극복하게 하는 동인은 바로 동물들인 나무, 꽃, 농기구들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동화적 상상력과 개과천선으로 이어지는 동기부여로 결말을 유도한다는데 주력한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인 작품성은 어린이 뮤지컬로서의 한 장르를 개척하는데 한 획을 그어놓은 시작의 하나가 된다고 본다. 현대의 어린이극이 일반적으로 외국의 전래동화의 직설화법과 시장성을 무기로 내세우며 우후죽순 격으로 우리 어린이와 학부형들을 물밑 공략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남원시립국악단의 창작성은 우리 것 찾기의 일보를 내딛는 ‘큰 일’이다. 물론 우리의 어린이 뮤지컬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렇게 전통적 판소리사설에 바탕을 둔 작품의 재창조는 분명 남원시립국악단의 성과다. 무대와 조명에서도 역시 새로운 기술이나 효과라기보다는 적절한 유효적절한 활용에서 그 목적이 분명한 결과를 거두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명에 있어서 세팅할 공간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는 하였지만 무빙라이트 칼라의 도움으로 인한 장치의 돋보임은 이 공연의 백미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상과 소품에 있어서도 농기구나 움직이는 나무와 꽃 그리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라나는 매화의 설정과 달래의 성인화 과정이 재미나게 표현된 것은 이 공연을 바라보는 별미다. 이와 함께 어린 초등생들을 선발하여 무대에 처음 등장시킨 것에는 오진욱 연출의 과감한 노력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대사와 발음의 정교함이 떨어지는 어린 학생들을 무대에 등장시킨다는 어려움과 무대동작이 현대의 미디어 바람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희석된 측면을 느낄 수 있었지만 무난한 연기가 되었고, 공연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초등생들의 연기가 능청스럽고 오히려 ‘잘 논다’는 칭찬이 주변에 자자할 정도가 되었다. 또 이들은 무대 적응력이 뛰어나 장치의 협소함과 위험을 잘 극복하고 아무런 사고 없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고, 실제적으로 무대에 수월하게 적응, 변화하는 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공연의 누적을 통한 연마는 비록 어린 학생들이라지만 숙련의 정도가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심화될 수 있다는 희망찬 기대를 품을 수 있게 했다.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조화를 가늠하는 좋은 예로서 오성과 할머니의 대화를 통하여 동화로 이어지는 교량역할을 꿈이라는 매개로 이해를 쉽게 하였고, 자연스러운 연극적 전개를 꾀한 것은 수준급이라 할 만하다. 이 어린이 뮤지컬이 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에서 드러난 몇몇의 취약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작품의 전개과정에서 여러 판소리 사설의 극적 구조를 취사선택하고 성격의 차용을 통한 인물설정에서 혼란을 부추기거나 다음 장면으로의 연결이 비약적이거나 혹은 생략을 통한 우연성에 의존하는 부분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달래는 처음에는 콩쥐에서 다음은 춘향 그리고 심청으로 변화되어 가다가 다시 춘향으로의 회귀와 콩쥐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겪는 다양한 인물성격으로 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혼동을 불러일으킬 요소를 안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비약적 전개를 통한 극 전개와 우연성이라는 측면에서 동화와 성인극의 중간지점에서 교착상태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오히려 성인극으로 선회를 고려한다면 극적 개연성과 인과관계에 충실히 하고, 초연의 불충분한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물론 여기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상황에서 변신을 모색하는 것은 무리이나 좀 더 어린 동심의 세계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작품의 특성상 그 가능성이 풍부하리라 생각한다. 여러모로 공연에 참가한 스텝들의 열기어린 작업참여와 성실함이 돋보이면서도 새삼 남원시립극단의 미래를 점쳐보기에 충분한 공연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작품으로 시민과 우리 전북도민을 위해 정진하기를 기대해본다. 류경호 | 전북연극협회장. 1962년 전북 완주출생. 조선대학교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마쳤다. 현재 전라북도 연극협회 회장과 한국연극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주요경력으로 창작극회 대표를 역임하고 전국연극제에서 ‘상봉’으로 대통령상과, 두 번의 연출상(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상 1995, 2002), 전북 계원연극상(1995), 전주시예술상(2002), 전라북도지사 공로패(2002), 전북예총회장 공로패(2002)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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