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8 |
[무주]민간부분의 문화적 역량강화가 관건
관리자(2005-08-09 10:11:33)
민간부분의 문화적 역량강화가 관건
특정 지역의 문화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지역의 지리적 범주의 영향이 고려돼야 한다. 규모와 영역은 서로 다르지만 모든 문화는 일정한 지리적 범주 속에서 생성되고 전승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역은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다. 지역문화는 지역적으로 존재하되 지역주민들의 삶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문화를 얘기함에 있어 일정한 지리적 범주 속에서 지역 공동체 성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공통된 삶의 양식에 대해 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5도의 접경지역, 무주
접경 지역으로서의 무주에 관한 얘기는 지명의 유래에서부터 시작된다. ‘무주(茂朱)’라는 지명은 고려말까지 독립현이었던 신라문화권의 무풍현(茂豊縣)과 백제문화권의 주계현(朱溪縣)을 조선초에 통합하면서 머릿 글자를 따붙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부각된 것이 ‘나제통문(羅濟通門)’이다. 무주군에서는 이 ‘나제통문’을 신라와 백제의 국경을 이루던 곳이며, 구천동 33경의 제 1경이라 칭하면서 지역 명소의 하나로 홍보하고 있다. 이 굴 앞에는 평소에도 옛 관원 복장을 한 사람이 창을 들고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면서 기념 촬영도 하고 있다.
실제로 나제통문은 기다랗게 뻗어있는 암벽의 가운데를 뚫어 놓은 굴이다. 그런데 이 굴을 ‘나제통문’이라 부르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 굴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대로 신라와 백제의 경계를 이룬 곳, 당시 사람들의 통행로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굴은 일제시대 광물 등의 수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뚫은 것으로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까워 보이며, 이 굴을 ‘나제통문’이라 명명한 것도 그리 오래지 않은 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다니고 있는 이 굴은 역사 왜곡의 현장이다. 마침 요즘 이 굴 일대에 조성이 확정된 태권도공원의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굴의 명칭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현재의 무주는 지리적으로 5도(전라북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3개 권역(전라권, 충청권, 경상권)의 접경지역이다. 접경지로서의 무주지역의 문화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매년 가을, 3도 접경 시군 (전라북도 무주군, 충청북도 영동군, 경상북도 김천시) 문화원 주관으로 ‘삼도봉 만남의 날’ 행사를 갖고 있다. 이 행사는 3개시 군 문화원에서 매년 교대로 주관하는데, 이날 3개 시, 군 문화인들과 주민들이 해발 1,177미터 높이의 삼도봉 정상에 모여 제를 지내고, 친선의 시간을 갖는다. 이 행사와는 별개로 3개 시, 군 문화인들은 문화인들 간의 교류 행사를 갖고 있으며, 3개 시, 군 교육청 주관으로 학생들 간의 교류 행사도 진행되고 있다.
저개발 오지, 무주
무주는 구천동으로 대표되는 저개발 오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무주를 얘기할 때, 구천동을 먼저 말하면서 저개발 오지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사실 무주지역은 구천동 일대에 관광단지가 조성되고 무주리조트가 개발되면서 자연환경 파괴의 홍역을 겪긴 했지만, 그래도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온 저개발 청정지역이다.
이러한 무주의 이미지에 맞춰 발굴하고 개최하면서 특화해 온 것이 ‘무주반딧불축제’이다. 이 축제 기간 중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작고 조용한 동네, 무주 일대에서 북적거린다. 올해로 9회째를 치른 무주반딧불축제는 적어도 관광객 모집에 있어서는 성공한 축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축제의 주최측이 자랑하고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무주반딧불축제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축제로 자리매김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축제의 주제어가 ‘친환경, 생태, 자연보존’ 등이라면 이 주제어가 갖고 있는 의미가 축제의 구호와 축제 안내자료 상의 문구로써 뿐만 아니라, 세부 프로그램과 행사에서 뭍어나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행사를 통해 축제의 주제를 구체화하는 노력을 더욱 경주한다면, 무주반딧불축제는 내용면에서도 훌륭한 행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올해 축제에서는 태권도공원 유치를 기념한다면서 축제의 타이틀과 프로그램에 태권도 관련 내용을 대폭 반영하였다. 이는 요즘 표현으로 쌩뚱맞은 짓이다. 무주반딧불축제는 그간의 진행을 통해 지향과 가능성이 입증된 바, 친환경축제 행사로의 명성과 실속이 방문객들의 반응과 지역민들의 삶속에서 구체적으로 녹아날 수 있도록 특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발굴하고 키우면서 지역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느끼는 무료함을 달래주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문화를 지역의 특화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고민과 구체적인 실천이 따른다면, 지역은 더욱 풍요로와질 것이다.
개발과 보존의 경계, 무주
얼마 전, 무주군 안성면 일대가 기업도시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었다. 기업도시 조성 대상지역으로 제안된 곳은 국립공원 덕유산 자락, 많은 사람들의 상수원인 용담호의 최상류 지역이다. 사업의 공동 제안자인 무주군과 (주)대한전선측은 그곳에 수만 명 이상이 상주하면서 많은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관광레저형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기업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 추진은 그간 무주군이 정책의 기조로 표명해 온 친환경, 생태 등과는 거리가 있다. 국가에서 특별법까지 제정해 놓고 그 법에 근거하여 추진하는 사업이라, 지역 내에서 드러내 놓고 사업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지역 안팎에 기업도시 조성 사업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무주지역민들은 지역의 정체성과 바람직한 발전상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무주지역의 문화 전반에 대해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시각으로 무주지역의 문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무주지역도 여느 지역과 유사하게 문화시설과 행사들이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의 주관에 의해 단체장 업적 만들기 차원에서 기획된 듯하고, 이러한 시설과 행사들의 운영을 지방자치단체가 과시적으로 주도해오는 듯해 보여 아쉽다. 아울러 무주군의 각종 지역문화 정책수립 과정으로부터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들, 일반 주민들이 소외된 채 추진되고 있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지역문화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가 문화예술 분야의 각종 지원과 정책수립 과정에 지역문화예술계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 기관은 물론 일반 주민들이 보다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소통구조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문화의 발전은 문화적 다양성의 확보를 가능케 하는 민간부문의 역량 강화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내 모든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 문화예술 동아리 등이 규모나 법적 지위에 관계없이 공공자원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들의 개성있는 참여와 향유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행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