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8 |
[화랑]작가가 생각하는 화랑
관리자(2005-08-09 10:05:27)
작가와 감상자의 연결고리
지난 주말 경남 합천에 있는 ‘바람흔적미술관’에 다녀왔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그곳은 미술관 주변의 푸른 들과 바람을 이용한 설치작품으로 꾸며져 신선한 느낌을 주었고 무엇보다도 주인 없는 미술관이라는 점이 발길을 닿게 했다.
모두가 주인이 되어 차도 마시고 설거지도 하고 정해진 찻값도 없지만 스스로 값을 치루는 점은 여느 미술관에서 볼 수 없는 자유였다. 젊은층의 네티즌들이 좋은 반응을 보일 만 하다. 그러나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하고자 새로운 방법을 작가가 직접 제시하고 있는 것에 반해 너무 외진 곳이라 매니아층이 아니면 찾기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방문객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 같고, 오히려 지속적인 미술관운영이 작가의 무거운 짐으로 남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어찌 보면 ‘바람흔적미술관’은 화랑에 의지할 수 없어 작가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작가도 힘들고 화랑도 힘겹다. 어려운 미술시장의 구조 속에 그저 화랑이 버텨주기만 해도 고맙지만 작가가 화랑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을 듯한 몇 가지 푸념을 늘어놓고자 한다. 대부분의 작가가 전시를 하게 되면 전시장 섭외부터 작업, 팜플렛, 디스플레이, 오픈준비, 홍보 등 모든 역할을 혼자서 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임대 위주의 전시공간이나 화랑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작품제작보다 다른 곳에 빼앗기는 에너지가 너무나 크다. 작가가 작업에 몰두하고 나머지는 화랑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또한, 개인전이든 그룹전이든 전시장을 찾는 얼굴들이 한정되어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전시장을 찾아주는 작가들이나 지인들보다는 작품성향을 보고 전시장을 찾을 수 있는 일반 감상자들을 끌어 오는 화랑의 능력이 필요할 때다. 미술 애호가나 불특정 다수지만 전시장을 찾을 수 있는 고객층의 정보를 화랑에서 확보하고 제시해 주었으면 하며 한번 찾고 마는 것이 아니라 와보니 또 오고 싶은 구조를 제시하면 좋을 것 같다.
휴식처 같고, 자녀교육장 같으면서도 그리운 공간이면 더 좋겠다.
전시를 앞두고 화랑이 알고 있는 홍보 방법을 작가에게 미리 제시하거나 직접 도와주길 바란다. 보도자료 제작 및 언론매체 홍보를 간단한 팜플렛으로 대신하기는 미흡하다. 다양한 매체의 광고나 화랑을 찾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E-mail관리 및 문자서비스 등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홍보를 바란다.
전시에 있어 작가가 무엇보다도 부담스러운 것은 경제적인 면이다. 언제까지 끼의 발산을 위하여 전시 자체를 제물로 삼아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작가들은 화랑으로부터 감상자와의 꾸준한 연결고리 형성에 큰 힘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작가가 직접 그림값에 대하여 말하고 판매하거나 포장하여 보내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화랑이 연결고리로서 판매에 나서주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작품 가격 제시도 전적으로 작가에게 맡기는 것 보다 화랑과 함께 의논하여 결정하고, 화랑이 인정하는 작품은 보증서를 제공함으로써 작가와 화랑의 신뢰도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되었으면 한다.
그룹전에는 화랑의 기획능력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문예진흥기금이나, 기업 그리고 지자체 등으로부터 타당성 있는 예산 확보를 하여 작가들이 마음 놓고 열정을 쏟아보게 하였으면 한다.
또한, 시대변화에 맞는 판매 마케팅도 필요할 것 같다. 작품을 대여 한다든지, 아파트 입주에 맞추어 홍보한다든지, 이동 판매 화랑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이 화랑이나 작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신발끈을 질끈 동여 맬 필요가 있다. 주거공간에 사진이나 거울이 걸린 자리에 작품을 걸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좋은 작품을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사람 또한 있기 때문이다.
최영문 | 전북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주인후중학교 미술교사로 일하고 있으면서, 한국미술협회와 전통미술교육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살이’, ‘물처럼, 바람처럼’, ‘물, 바람 그리고…’, ‘산 그리메 물 그리메’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