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8 |
[화랑]그림 감상과 구입법
관리자(2005-08-09 10:01:23)
공감과 소통의 황홀함
글 | 김갑순 전일중학교 교사
주위에서 미술관이나 화랑에 같이 가자고 권유하면 그림을 좋아하면서도 가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내가 뭐, 그림에 대하여 아는 것이 있어야지.”
미술관에 가보고는 싶은데 미술에 문외한이라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두려움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미술이 매력이 있는 예술이긴 하지만 쉽게 접근하기 힘든 높은 산 같다고 망설입니다.
사람의 내면엔 자신도 모르는 무한한 세계가 있습니다. 천재적인 작가의 작품을 전문가의 설명을 곁들여 애정 어린 눈으로 오랜 시간동안 집중적으로 감상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가의 정신세계와 우리 자신의 내면세계 사이에 동조가 일어나 전율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황홀함과 편안함으로 정신적인 에너지가 축적됨을 느끼게 됩니다.
작가는 시대상황과 자신의 정신세계를 작품에 담아냅니다. 역으로 작품을 통하여 그 작가의 정서, 지식과 지혜의 심도, 성격, 시대상황 등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작가든 살아있는 작가든 작품을 통하여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소통으로 관람자의 정신세계는 고양되고 삶의 깊이를 더해가게 됩니다.
그림과 작가에 관련된 여러 종류의 정보를 이용해 현재를 파악할 수 있고, 과거에 대해서도 미술을 통하여 과거의 일과 과거의 사람에 대해서 생생하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집트 미술의 경우 양식의 큰 변화 없이 수 천년동안 지속되면서 숙련되고 노하우가 쌓였습니다. 그 결과 이집트 미술의 양식이 수립되어 거의 완벽하게 그들의 정신세계와 시대상황을 그려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일은 작가가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는 세계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선 하나만 해도 선의 굽어짐과 이어짐, 선과 선의 상호작용으로 작가의 정신세계를 담을 수 있습니다. 색 하나에도 작가의 정신세계가 담겨있고, 색과 색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거의 무한한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숨겨놓은 듯 구사한 것을 관람자가 찾아내는 일이 그림을 감상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림의 감상에는 발견의 기쁨이 있습니다.
그림을 구입하는 것은 작품의 감상을 심화시키는 일입니다. 구입 후에도 계속 만족할 수 있을지 그 만한 값은 지니고 있는지 등 현실적인 계산을 거쳐 주위에서 들은 정보와 믿을만한 화랑주인의 안내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됩니다. 작가는 낳은 부모이고 소장자는 기른 부모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른 부모처럼 매일 감정을 주고받고 소장한 작품이 집안의 분위기에 일조를 합니다. 작품을 소장하는 일은 작가의 예술세계가 작품 소장자의 정신세계에 서서히 동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랑에 들러 작품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잠시 동안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미술작품의 감상과 소장은 일상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주어진 삶을 값지게 살찌우는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