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8 |
미꾸라지튀김의 아삭거린 맛
관리자(2005-08-09 09:39:55)
미꾸라지튀김의 아삭거린 맛
미꾸라지는 가을철의 먹거리였다. 한자어로 추어(鰍魚)라 한 것도 가을에 맛을 챙길 수 있는 물고기임을 말한 것이다. 지금이야 토종·수입종에 양어술도 발달하여 식당음식으로는 사철을 두고 찾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어린시절엔 미꾸라짓국은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에야 시절음식으로 가정에서 즐길 수 있었다.
저때엔 미꾸라지 조리래야 미꾸라짓국(鰍魚湯)이었다. 더러는 미꾸라지곰이나 미꾸라지구이를 볼 수 있었다. 미꾸라지곰은 미꾸라지만을 푹 삶은 국이다. 허약한 몸엔 장어보다도 더 좋은 보가 된다고 했다. 미꾸라지구이는 상위에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큰 미꾸라지를 푸른 호박잎에 돌돌 말아 부엌 아궁이 잿불 속에서 구워낸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침흘림증(症)에 약효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맛본 일은 없으나, 미꾸리저냐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미꾸라지의 살을 소금에 절이어 밀가루·달걀을 씌워 번철에 지진 저냐라고 한다.
어린시절을 벗어나 술안주로 미꾸라지숙회(鰍魚熟膾)를 처음 만본 것은 남원의 「새집」에서 였다. 그 후 몇몇 추어탕 전문의 식당에서 미꾸라지숙회를 즐긴 바 있다. 그러나 맨 처음 맛보았을 때의 저 「새집」의 맛을 되챙겨볼 수는 없었다. 숙회용 미꾸라지는 길이가 10cm를 넘으면 가시가 억세어 맛이 덜린다. 달걀의 노른자나 흰자가 덩어리지지 않게 고루 잘 풀려 있어야 한다. 숙회의 빛깔도 곱고 먹음직스러워진다.
최근의 일이다. 코아호텔 곽재호 사장의 권유로 난생 처음 미꾸라지튀김을 맛본바 있다. 「코아추어탕」(전주시 덕진구 서노송동 630-4, 전화 285-9737)에서 였다. 우선 접시에 간종그려 낸 튀김미꾸라지의 모양과 빛깔이 정갈스러웠다. 바라보기가 바쁘게 코앞에 와 일렁거리는 고소한 향기다. 침부터 삼키게 한다.
미꾸라지의 길이도 10cm가 채 못되는 것들이다. 한 마리를 집어 입안에 앙구자,
- ‘아삭아삭’
아사삭거리는 미각(味覺)·미감(味感)이다. 치아가 부실한데도 별 부담을 주지 않는다. 술맛도 돋는다.
흔히, 튀김을 ‘덴뿌라’ ‘덴푸라’라 일컫기도 한다. 이는 일본어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어 ‘덴푸라’도 포르투칼어 ‘temporas’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저들은 생선 뿐아니라 야채나 육류도 ‘덴푸라’로 하여 먹기를 좋아한다. 우리말로는 ‘튀김’으로 순화하자는 국어학자들의 이야기다.
처음 대한 미꾸라지튀김이어서 「코아추어탕」의 이영애 여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숙회와는 또 다른 별미입니다.’
‘추어탕을 다루다 보니 이것저것 생각하게 됐습니다. 시험삼아 튀겨본 것이 손님들 구미에는 좋다는 반응입니다. 저도 보람을 느낍니다.’
‘어쩌면 이렇게 미꾸라지를 곧곧하게 튀겨낼 수 있습니까.’
‘찰찰한 미꾸라지를 씁니다. 튀김가루에 달걀을 적당히 풀어 산 미꾸라지를 궁굴립니다. 고급식용유에 튀겨 냅니다.’
‘아삭거리는 맛이 뛰어납니다.’
‘좋은 식용유를 쓰는 일과 튀겨내는 시간에 마음을 써야 합니다.’
‘상차림도 정갈하군요.’
‘고추·호박·부추·생채·절이김치 등 재료들도 시골집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들입니다. 안심하고 드세요.’
주인도 상냥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