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 |
복껍질누름편의 존득거리는 맛
관리자(2005-07-06 17:14:45)
복껍질누름편의 존득거리는 맛
복은 복어의 준말이다. 복쟁이로 일컫기도 한다. 한자어로는 하돈(河豚)이다. 전문가의 이야긴즉 그 종류도 많다고 한다. 검복·청복·황복·흰점복·가시복·꺼끌복·밀복·매리복 등등.
옛어른들은 복은 즐길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돈탄’(河豚嘆)을 쓴 아정 이덕무(李德懋, 1741-1793)도 먹거리로 취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었다. 복은 특히 피와 알집에 맹독을 가지고 있어, 잘못 먹으면 목숨까지 잃게 되기 때문이다.
‘채종하돈’(菜種河豚)이란 말도 전한다. 유채꽃이 필 무렵의 복어는 일년 중 독이 제일 많은 때라는 것이다. 복의 맛은 겨울과 이른봄이라 했다. 그러나 냉동시설이 좋은 오늘엔 철이 따로 없이 전문식당에선 사철을 두고 복음식을 내고 있다. 제철 복의 이레는 그 빛깔과 맛이 으뜸이라며, ‘서시유’(西施乳)로 일컫기도 한다.
복국·복탕의 맛을 처음 본 것은 1960년대 초였다. 욕쟁이주인으로 유명하였던 ‘곰집’에서 맛보았다는 기억이다. 국물은 맑고, 고기 토막은 뽀얀했다. 국물은 시원한 맛이었으나, 고깃살은 생선이라기 보다도 육질감(肉質感)이 돋았다. 이때만해도 별맛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게 ‘곰집’을 단골로 다니면서 복국에도 차츰 정이 들었다. 술국으로도 좋았고, 다음날 술속을 푸는데도 그만이었다. 뒷날 복탕을 찾아 전주시내의 ‘한일관’ ‘태봉집’ ‘그태산집’ ‘비둘기집’ ‘양지복집’을 드나들게 된 것도 저때의 ‘곰집’으로하여 복 맛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근엔 ‘고려정’(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290-13, 전화 254-2181)을 자주 찾게 되었다. 이 집의 ‘특선복국’은 1인분 8천원으로, 점심으로는 값도 대수롭지 않고 맛도 챙길만 하다. 여느 복집과 같은 매운탕의 복국도 있고, 일식 ‘후쿠지리’의 복국도 있다.
입맛에 따라 다르겠으나, 후자의 복국에서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을 더 느끼게 된다. 먹기좋게 토막낸 복도 껍질을 벗겨낸 흰살빛이다. 국물이 맑고 시원한 것은 미나리·무우·콩나물·통파·다시마 등을 알맞게 넣어 끓여 냈기 때문이다. 복의 살점이나 야채를 건저내어 폰스소스(pons sauce)에 찍어 먹으면 더욱 향기로운 맛이 돋는다.
주방을 맡은 강명숙여사의 이야긴 즉, 폰스소스는 자가제품이라고 한다. 상차림도 깔끔하다. 깻잎·가지나물·김치·표고와 호박볶이·양념파간장·양파초절임·풋배추절이김치·머우무침·복껍질누름편이 올라 있다.
이 중, ‘복껍질누름편’은 일찍이 듣고 보도 못했던 것이다. 처음엔 족편을 얇게 썰어낸 것인가 싶었다. 그러나 입에 넣고 보니, 존득거리는 맛이 족편과는 다르다. 강여사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음식은 뭐라 합니까’
‘복껍질은 조리한 것입니다. 복껍질눌림이랄까, 복껍질누름이랄까. 족편 만들 듯 만들어 본 것입니다.’
조리과정의 설명도 따랐다. ①먼저 복껍질을 잘 손질하여 삶아낸다. ②삶아낸 껍질을 채 치듯 잘게 썬다. ③물·술·간장을 적당량 붓고 고아서 응고 시킨다. ④압착기로 눌러서 보관한다. ⑤필요할 때 내어, 먹기 좋게 보기 좋게 얄팍얄팍 썰어서 상위에 올린다는 것이다.
이름이 문제다. ‘복껍질눌림’ ‘복껍질누름’ 보다도 ‘복껍질누름편’이라하면 어떨까. ‘편’은 족편의 ‘편’을 따온 것이 된다. 존득거리면서도 개운한 맛이 입안을 넉넉하게 하는 것이 복껍질누름편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