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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7 |
[백제기행100회를 축하하며]또 다른 이탈을 꿈꾸며
관리자(2005-07-06 14:18:06)
또 다른 이탈을 꿈꾸며 소혹성 B612호에 사는 어린 왕자를 보았습니다. 100회 백제기행으로 다녀온 민족의 영산 지리산 사찰기행 길에서였지요. 얼마 전 다녀온 그 유명한 아라비아 사막에 누워 아프게 물어 줄 노란 뱀을 기다렸다는 어린 왕자. 그러나 그는 끝내 노란 뱀을 만나지 못해 소혹성 B612호로 돌아갈 수 없어 슬퍼하는 듯 하였습니다. 어린 왕자는 이번 100회 백제기행에 강사로 오신 박남준 시인입니다. 시인을 아는 이들이 그렇게 부르는 듯 하였습니다. 이번 기행 길에는 이원규 시인, 박두규 시인, 그리고 이종민 교수, 조법종 교수까지 함께 하셔서 100회 기행을 참으로 반짝이게 하였습니다. 백제기행은 만남의 장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펼쳐지는 수유공간입니다. 100회 기행 며칠 전부터 달아오른 설렘과 기대가 기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뿌듯함으로 충만하여 저는 참으로 행복하였습니다. 칠월로 가는 푸르른 나무들과 유유히 흐르던 섬진강. 그 강을 따라 간간히 불어오던 바람, 강바람 끝에 묻어나던 저녁 예불의 고즈넉함. 그리고 연곡사에서 만난 잘 생긴 부도탑, 칠불사의 아자방까지. 이야기로 들으며 보며 느끼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였습니다. 문화저널의 백제기행은 저에게는 소중한 사진첩과 같습니다. 사진 한 장마다 사랑이, 추억이 담겨 있듯, 그 동안 백제기행을 다니면서 남겨진 잔상들이 전설처럼 고스란히 내 마음 속 사진첩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음 속 사진들은 이런 저런 모습으로 추억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하여 고단한 삶 속에서도 때로는 위로 받게 하고 더러는 새로운 힘의 활력소를 충전 받게도 합니다. 백제기행을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이미 축복입니다. 가끔 정말 가끔씩 제게 축복을 허락해 주신 문화저널 백제기행 팀에 감사를 드립니다. 몇 년 전 천년 세월을 넘어 만나는 백제문화를 찾아 떠났던 일본 기행에서 ‘쿠다라나이’-백제 것이 아닌 것은 시시하다-라는 말을 알았습니다. 도자기 문화가 숨 쉬는 일본의 이삼평도조신사와 아리타 거리에서였습니다. 그곳에서 일본인들은 그들에게 도자기 문화를 비롯한 선진문화를 전수해 준 백제인에 대해 끝없는 감사와 함께 신봉에 가까운 우러름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그곳에서 작은 것 하나도 자긍심으로 여기고 일본식화하는 일본인들을 보며 우리를 뒤돌아보고 나름대로 교훈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2년 전 다시 찾은 일본에서 앙드레 말로가 감탄했다는 법륭사 백제관음의 미소를 감로수병을 든 손끝으로 그려보면서, 호오류사 금당벽화는 담징의 고뇌가 마침내 떨구어낸 화룡점정의 결정체는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합니다. 빗속에서 맞았던 세계적 규모의 동대사의 비로사나불보다 먼저 가슴 깊이 와 닿던 것은 빗속에 말간 눈빛으로 다가오던 사슴의 눈망울이었습니다. 사막에도 꽃이 핀다는 소중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 중국 돈황 기행이나 작년에 다녀왔던 유럽의 축제기행 중에 들렀던 이태리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그림엽서 같던 피렌체의 모습까지 새록새록 꺼내볼 수 있는 그리움입니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여행은 이탈(離脫)이라 하였습니다. 여행은 삶의 일상으로부터 떠나 새로운 체험을 획득하기에 즐거우면서 공포스럽다 했습니다.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은 분명 나를 알게 하고 때로는 나를 바꾸고 또 다른 나로 거듭나게 하기에 공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롤러코스터를 즐기는 사람처럼 기대와 설렘과 조금은 공포스러운 마음으로 다음 백제기행을 기다립니다. 백제기행을 기획하고 꾸려가는 고마운 이들에게 참 좋은 날들이 되길 축원하면서 또 다른 이탈을 꿈꿉니다.   박선희 | 전주기전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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