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 |
전주문화의 달 행사 어떻게 준비하나
관리자(2005-07-06 14:14:29)
‘문화의 달’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이날 포럼에서 가장 먼저 논쟁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기념식’ 장소 문제였다. 지난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 제정과 함께 매년 10월 서울에서 열리던 문화의 달 행사는, 2003년부터 지역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각 지역도시를 순회하면서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문화예술계에 크게 기여한 분들의 노고를 기리는 기념식만은 계속 서울에서 진행되어왔다.
정성엽 전통문화사랑모임 사무처장은 “전주와는 무관한 기획팀이 서울에서 기념식을 진행한다면, 전주는 단지 전주의 예산으로 문화의 달 행사를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때문에 기념식도 전주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이영노 추진위원은 “기념식에 많은 예산이 쓰인다면, 상징적인 의미를 떠나 실리적인 측면에서라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만 보더라도 기념식에 쓴 예산은 매우 적다. 문화의 달은 시민들을 위한 행사다. 시민들을 위한 행사에 기념식을 집어넣는 것이 행사의 의미를 반감시킨다면, 꼭 문화의 달을 진행하는 지역에서 기념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념식의 장소에 관한 논쟁의 본질은 결국 문화의 달 행사를 시민들 중심으로 해야 하는지, 예술가 중심으로 해야하는지에 관한 문제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어 “문화정책국이 맡고 있는 문화의 달 행사와 예술국이 하는 예술기념식은 분리되어야 한다. 본래부터 하던 문화의 날 기념식은 서울에서 하되, 전주에서는 따로 전주가 뽑는 예술가들에 대해 시상식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배포 있게 나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며 “기념식 장소의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진행을 맡은 문윤걸 마당 수요포럼 운영위원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기념식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매우 중요하다. 문화의 달 행사에서 문화의 날을 기념하는 기념식은, 지방에서 하는 문화의 달 행사가 단지 지역의 행사가 아니라 전국적 행사임을 드러내주는 표상과 같은 행사이다. 그럼에도 기념식은 그대로 서울에서 하고 지역에서는 지역의 것을 가지고 따로 시상 등의 기념식을 한다면,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다는 문화의 달 행사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 같다. 기념식은 전국적 행사로서의 상징성을 부여해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조금 불편할지는 몰라도 전주에서 기념식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엽 사무처장의 주장도 비슷했다. 그는 “문화의 달 행사와, 문화의 날 행사, 그리고 전주에서 하는 행사라고 하는 것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10월 달에 이뤄지는 전국적인 문화행사 중에서, 문광부가 문화의 달 행사라고 지정만 한다면 경주에서 하는 행사도 문화의 달 행사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면 전주에서 하는 문화의 달 행사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선택적 집중을 받을 것인가. 전국에서 하는 많은 행사 중에서 전주에서 좀 더 많이 하는 것이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문화의 달은 기념식을 중심으로 점점 더 확대한 경우다. 때문에 기념식을 포함해서 처음부터 통째로 다 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의 달 행사에 전주가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문화의 달의 원래 취지에 맞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이영노 추진위원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전주의 대표성을 가진 기구가 결정을 하고 그렇게 움직이겠다고 하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전주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화의 달 행사를 운영하는 각 조직들간의 역할 분담에 대한 참가자들의 궁금증도 컸다.
정성엽 사무처장은 “문화의 달을 운영하는데 있어 서울의 추진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조직이 전주의 실행조직과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는지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안이영노 추진위원은 “지난해 광주에서, 명확하진 못했지만 처음부터 기초기획은 추진위원회쪽에서 하고, 집행과 실행은 무조건 지역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을 굳혔다. 앞으로도 추진위원회에서는 기초방향을 제시하고, 지역에서 집행과 실행을 하는 역할 분담은 분명하게 할 것이다. 올해 전주가 광주의 모델을 따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지역의 기획단이나 연출단에서 행사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추진위원회에서 기초방향을 설정했는데, 지역의 실행기구나 기획단에서 이것을 틀거나 변형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며 “이제는 전주에서 일을 하는 것만 남았다. 사무국 체제로 가는 것이 좋을지, 기획단이나, 실행위원회로 갈지, 연출단 체제로 갈지 등 실행 조직을 어떻게 만들어 운영할지는 지역 문화계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문화계는 전주의 역량은 광주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정성엽 사무처장은 “전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민간 전문가 조직이 직접 월드컵 문화행사를 치러낼 만큼 문화적 역량이 있는 곳이다. 이번에도 전주를 믿고 전적으로 맡겨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문윤걸 운영위원도 “광주의 보고서가 오히려 전주의 역량을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서울에서 지방은 역량의 차이가 다양하게 존재하는데도 모두 지방으로 통칭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광주를 얘기하면서 전주를 걱정하는 것 같다. 차라리 광주의 보고서보다는 그동안 전주가 했던 유사한 사업 보고서를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주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종민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 단장은 문화의 달 행사를 맞아, 무엇보다 지역문화계의 발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문화의 달 행사가 전주로 온 것은 지역 문화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로서도 기쁜 일이다. 지금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보다, 문화의 달 행사라는 좋은 기회를 맞아 우리의 역량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 문화의 달 행사라고 하는 것은 정부에서 어느 정도 시혜를 받은 것이 아닌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서 전주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6억원을 투자한 전주시의 태도는 바람직해 보인다”며 “전주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경쟁력 있는 부분은 전통문화라고 생각한다. 핵심개념은 전통문화로 가되, 다양한 장르에서도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독려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행사를 1주일 정도 한다면, 장소적인 측면에서도 한옥마을 일대를 벗어나 삼천천이나 대학로 등으로 분산시켜 단일한 공간에서 단일한 타켓을 위한 행사를 펼쳐나가면 좋겠다. 이렇게 한다면, 광주나 대구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갖는 행사를 치러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영배 천년전주사랑모임 상임이사는 하루빨리 전주시에서 행사 계획이 나와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전주시가 6억이라는 예산을 문화의 달 행사에 맞춰 배정했다면, 어떤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내용을 충분히 알고 나서, 이를 토대로 다양한 논의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며 “문화의 달 행사를 1주일로 한다면 축제가 많은 전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10월 달에는 전주에 문화행사가 많다. 문화의 달 행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성엽 사무처장은 “일단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핵심으로 가고, 이것을 아우르는 연대적인 관계로 가야한다. 이번에는 핵심 컨셉이 전통문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에 있어 굉장히 좋은 시기이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이영노 추진위원은 “문화의 달 행사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하나의 정책이다. 때문에 복잡할수록 좋은 것이다. 이번에 행사의 수준을 넘어서서 문화의 달 행사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화정책적 기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전주는 이번 문화의 달 행사를 전통문화중심도시를 만드는데 좋은 발판을 만들고자 하는 것 같다. 좋은 일이고, 기대도 많다. 어쩌면, 이것이 앞으로 문화의 달 행사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문화의 달 행사를 통한 지역의 문화적 네트워크 구축과 교육적 기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문화의 달 행사가 분명한 지역성을 드러내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 전통문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동시에 시민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키고, 문화예술인들의 전폭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어 지역 문화계가 주인이 되는 행사를 치러내야 한다는 점은 앞으로 전주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