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5.7 |
제재권철학부분
관리자(2005-07-06 14:12:00)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 지적재산권을 전공으로 하는 필자는 간혹 공청회나 학술세미나 같은 공개토론회에 참석할 때가 있다. 이 자리에서 저작권과 지적재산권의 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하다 보면, 이른바 “카피레프트”(Copyleft) 저작권을 의미하는 Copyright에서 권리를 의미하는 “right” 대신 “left”를 붙여 만들어진 신조어인데, 마침 우파, 좌파를 가리키는 말도 되어 최근 들어 널리 쓰이고 있다. 진영에서 나오신 분들로부터 비판을 받기 일쑤다. 그러나, 필자는 카피라이트주의자도 아니고 카피레프트주의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필자의 경우는 입이 두 개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의 유학시절, 저작권법 분야의 대가인 지도교수와 토론 중에, 인도네시아의 나이키신발 공장의 7만5천명의 노동자들이 1년 동안 받는 임금을 다 더해도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사로부터 받는 광고료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따지듯 물은 적이 있다. 그 교수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게 왜 이상하냐고 되물었다. 그에 의하면, 마이클 조던의 섬세한 운동신경과 잘생긴 외모, 그리고 탁월한 매너는 1세기에 한명 나올까 말까 한 것으로서, 충분히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의 차이가 너무 커서 더 이상 대화를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한 해에도 아프리카에서는 수만 명의 사람이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다. 말라리아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러나 만약 이 병이 미국에서 창궐하는 병이라면 어떨까? 지금처럼 앞으로도 기약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을까? 통계에 의하면, 비만약 개발을 위해 쓰이는 연구개발비의 10분의 1에도 채 못 미치는 금액이 말라리아퇴치를 위한 약 개발에 투자되고 있다고 한다. 인류를 질병에서 구원한다는 순수한 열정에 의해 오늘도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는 많은 과학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왕이면 돈도 많이 벌리는 연구를 하고픈 것은 인지상정이고 이를 탓할 수는 없다. 9·11테러사건 후 한동안 미국사회는 백색가루 공포에 떤 적이 있다. 탄저병을 옮기는 하얀 가루가 소포를 통해 전달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에 감염되었다. 탄저병은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병이 아니었다. 이미 치료약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약값이 비싼지라 많은 사람들이 약을 써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점들이 특허제도에 대한 회의가 일어나고 있는 부분이다. 인류에 유용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발명자에게 일정기간동안 독점적 혜택을 주어 발명을 장려하는 것이나, 문화예술의 발전을 독려하기 위해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이유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모든 법률문제가 그렇듯이 양면이 있다. 즉, 권리자를 지나치게 보호하면 이용자의 이익이 크게 침해되고, 이용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면, 창작자들의 창작의욕을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발명과 창작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창작자와 이용자의 권리를 균형있게 보호하는 것이 지적재산권 제도의 사명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미국은 지나치게 권리자를 보호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덜 보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미국과 관계된 문제에서는 카피레프트적인 말을 하고, 국내 문제에서는 카피라이트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필자에게는 입이 두 개라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작권 심의 조정위원 / hdn@leeko.com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