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5.7 |
전북미술의 맥
관리자(2005-07-06 14:00:21)
예맥의 흐름, 그 집중과 확산 | 이일청 서해대학 교수 전북미술의 근대화과정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전북도립 미술관의 기획 전시로 열리고 있다. 그동안 전북미술협회나 전북예술회관 등이 작고작가 유작전이나 고 미술전람회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작고작가의 작품을 발굴하고 전북근대 미술의 형성과정을 꾸준히 연구해 왔던 바 있다. 이제 전라북도 청사를 이전하고 전라도를 통괄했던 전라감영의 옛자취도 다시 살릴 계획이라니 예술의 고장, 예향의 고장이 제대로 틀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전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호남화단의 맥은 곳곳에서 발견될 수 있다. 한 예로, 한국을 대표하는 팔대가 가운데 한 사람인 이당 김은호 화백은 친구인 유당 김유순을 찾아 전주와 남원 등지를 다녀가고 화적을 남긴 바 있다. 남도화단의 거봉 의제 허백련 화백도 (작고한 향토 사학자 작촌 조병희 선생의 말씀을 빌리면) 학교 운영 예산이나 작업준비를 위해 전주시내를 방문 유숙하면서 유지들에게 그림을 그려주었다. 고암 이응로 화백도 전주에서 그의 개인전을 열 정도였으니 전주의 유지들이나 미술애호가들의 작품수집 열정이나 안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중심의 근대화 이전 시대에 전주나 김제가 당연히 높은 생활수준과 더불어 여유 있는 풍류로 예향다운 면모를 보였으리라 추측된다. 1970년대에는 전시공간이 없어서 대부분 다방에서 전시가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없어진 아담다방이나 설, 신세계 등에서 재경각지의 서화가들이 그들의 작품세계를 선보이곤 하였다. 음식점이나 다방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서화작품들이 서너점은 걸려 있었으니, 서화에 대한 도민의 정서가 어떠했는지를 미루어 알 수 있다. 계속되는 작고작가들의 재조명은 젊은 작가들에게 뿌리의식을 심어주고 더불어 체계적인 사료정리의 기틀이 되리라 믿는다. 한해에 수없이 배출되는 도내 미술인구들에게 그들이 서 있는 현실의 미술계에 대한 새로운 조망의 좋은 기회가 될 줄로 믿는다. 작가발굴을 위해 다니면서 느낀점은 대부분의 미술인들이 작품의 관리보전에 너무나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시꺼멓게 먼지와 때가 낀 유화작품을 소장자가 세제로 씻어내어 물감이 떨어져 나간 경우도 있었으니, 발굴 이전에 작품보관에 대한 도움말과 소중함에 대한 얘기로 하루가 지난 일도 있었다. 거론도 못하게 하는 생존 유족의 말씀 속에서 당대 서화가들의 위치가 어떠했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이제는 대접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빛을 보게 되었으니 참으로 큰 기쁨을 미술인과 함께 나눌 일이다. 유족들은 회고전에 대한 소망은 있으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인데 이렇듯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것은 큰 보람이다. 망실된 자료를 위해서도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한 때이다. 이런 일련의 전시를 통해 우선적으로 소장자들이 작품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도민들의 향토 사랑이 바탕을 다지기를 기대한다. 호남의 전통 화맥은 공제 윤두서나 소치 허유로 대변되는 남도화맥을 근간으로 이뤄졌고, 전주지방을 중심으로는 사군자와 문인화가 주를 이뤘다. 석정 이정직과 조주승을 이은 효산 이광열과 유당 김회순이 선전에서 사군자와 서예로 입상하면서 서울화단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문기가 넘치는 직업을 하였다. 석정 이정직, 간제 전우로 이어져 내린 예맥은 송기면을 통해 강암 송성용까지 이어져 한 서맥을 형성하였다. 소림 조석전과 심전 안중식에게 사사한 묵로 이용우의 6.25이후 전주의 삶은 벽천 나상목으로 이어졌으며, 서울대 미대 출신의 석정 남궁훈은 새로운 한국화의 현대적 접목을 두드러지게 보여 주었다. 금릉 김영창으로 대변되는 서양화단의 맥은 일본유학파인 이경호와 문윤모가 이었다. 1945년 박병수와 김영창의 동광미술연구소 설립으로 지역미술이 활기를 띄게 되는데, 이번 전시회도 이전 과정을 포함하게 되면 훨씬 체계적일 것이다. 1954년 조직된 신상회의 멤버인 이경훈, 권영순, 김용봉, 김현철, 문윤모, 이복수, 천칠봉, 한소희, 추광신, 김영창, 김학의 작품도 시대적 맥락으로 본다면 훨씬 좋은 감상의 틀이 이루어질 것이다. 작가별로 전시를 하므로 한 작가의 작품을 조망하는 것은 좋으나 시대적 체계가 바로 서지 않고 집약적으로 되지도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첫 시도가 이제는 한 작가를 집중화해 월별로 조명하는 시도를 한다거나 수집에 어려움은 있겠으나 되도록이면 많은 작품으로 작가의 세계가 분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전시관람을 한 사람들은 역사적 계보가 일목요연하게 보이지 않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나마 계보도로 인해 약간의 이해는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이런 전시의 충분한 준비와 계속되는 투자와 재정적 지원은 우리 전북의 예맥을 진단하고 작고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바른 평가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모악산의 어머니 같은 배경과 구이 저수지의 경관에서 우리의 미술 역사를 감상 할 수 있다는 것과 언제라도 전북미술의 예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예전에는 곳곳에 서화가 걸려 있었듯이 이제는 우리의 전통을 지켜내기 위해서도 전시공간의 한 구획이라도 전북의 예맥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상설로 되었으면 한다. 이번 작고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기 쉬운 판화로 제작해서 애호가들이 소장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시도해 볼 일이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희망은 우리 과거의 재정립과 현재의 적극적인 투자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의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우리의 자랑인 진안 마이산의 돌탑처럼 두고두고 우리 스스로를 살찌우고 옛 예향의 풍취를 되살리리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어둠에 있는 우리의 소중한 작고작가의 유품이나 작품들이 세상에 나와 누구나가 공유하는 미적 향수의 기회도 펼쳐지기를 바란다.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는 작고작가의 연구와 작품 전시는 전북이 예향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고 작가들의 작업 열정과 숨결이 작품 곳곳에서 보인다. 전북의 예맥은 소중한 우리의 역사인식과 부단한 흐름으로 바로 세워지고 이뤄질 것이다. 이일청 | 원광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회화과를 전공했다. 현재 전라미술상 운영위원과 국제 어린이 문화예술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