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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7 |
[녹차]차는 물질과 정신의 가교다
관리자(2005-07-06 13:44:43)
차는 물질과 정신의 가교다 일상에서 쓰는 다반사(茶飯事)란 말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잠시 쉬거나 누구와 담소를 나누고자 할 때 음료로 차(茶)를 마신다. 차는 우리에게 항상 따뜻하며 공손하고 공경하는 검소한 마음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게 하는 자리로 마음과 마음을 이어준다. 차는 다년생 상록관목인 차나무의 순이나 잎을 가공하여 만든 것으로, 차를 생산하는 나라들은 차나무의 품종·채엽 시기·제다방법 등에 따라 맛과 색깔 그리고 향이 각각 다른 차별화된 다양한 종류의 녹차, 홍차, 오룡차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차는 제조할 때 찻잎의 발효 여부·정도·시기 등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녹차는 발효를 전혀 시키지 않은 불발효차로 녹색을 띠며, 우리 전통 녹차의 대명사는 작설차이다. 오룡차·포종차·철관음차 등은 10-65 % 발효시킨 반발효차로 나타나는 색상에 따라 백차·청차로 구분한다. 홍차는 85 % 이상 발효시킨 발효차이며, 보이차 등은 찻잎 중의 효소를 열처리로 불활성화 시킨 다음 나중에 미생물로 발효시킨 후발효차이다. 후발효차도 색상에 따라 황차·흑차로 구분한다. 차의 기원은 기원전 2737년, 지금으로부터 약 5천년 전 농업의 신(神)인 신농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초근목피를 직접 먹어 보면서 그 효능을 시험해 보다가 온 몸에 밴 독을 차를 먹고 풀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차가 지닌 해독작용에 기인하여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이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차는 커피·코코아와 함께 카페인류를 함유한 세계 3대 비알콜성 기호음료로 자리 잡았는데, 역사도 제일 깊고 그 탁월한 향·색·맛과 함께 정신적·신체적 충족감도 높고 소비량도 가장 많다. 차는 다른 식물에 비하여 떫은 맛 성분인 카테킨을 비롯하여 감칠맛의 테아닌, 쓴맛의 카페인 그리고 불소·포타슘 등의 무기질, 비타민 C·비타민 E·베타-카로틴 등의 항산화 비타민 그리고 플라보노이드류 등의 색소성분 등 유효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첨단 과학에 의해 차가 지닌 특유의 맛·색·향과 유효성분이 생체 내에서 생체리듬 조절, 면역 강화, 항산화성, 항균작용, 해독작용, 긴장완화, 심신 피로회복, 성인병 예방 등 생명활동을 조정하는 생리활성이 확인되면서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의 차원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차에 함유된 카페인의 대뇌 중추신경에 대한 각성, 이뇨, 흥분, 강심 그리고 혈관 확대작용 등은 카테킨·테아닌· 비타민 C 등과 분자화합물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차 특유의 아미노산인 테아닌이 카페인의 활성에 대하여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흡수작용이 서서히 일어나며 정서 불안이나 불쾌감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러한 차의 생체 내에서의 효능은 어떤 한 성분에 의한 것이 아니고 공존하고 있는 모든 성분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보완효과에 기인하여 기능이 광범위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으로 현대인에게 유용한 보건음료로서의 가치를 재인식시키고 있다. 더욱이 우리의 차는 불교의 선, 도교의 신선도, 유교의 예(禮)의식이 융합된 사상에 바탕하여 일정한 법도에 따라 과학적으로 우려내는 제반의 행다(行茶)과정과 마시는 법의 체계화를 통하여 차례(茶禮) 또는 다도(茶道)라는 문화를 창출하였다. 차를 만들고, 맛있게 우려내며, 마시는 행위 등 차와 함께하는 과정에서의 찻일(茶事)은 오랜 사유의 역사 속에서 우리 고유사상이 심신을 가꾸고 행동의 지침을 형성한 철학적 측면과 우리의 정서가 생활문화의 습속에서 미의식으로 형성된 고유한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민족의 차 문화는 자연의 정신세계와 인간의 내면세계가 서로 상호 작용하여 생기는 조화의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자연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인간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도록 하고 있으며, 인간 내면의 수양 정도를 나타내는 도(道)를 실천함에 있어 인간 삶 속에서 모든 것과 화합하도록 행위를 절제하는 예(禮)에 바탕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생활이 고급화 ·다양화·서구화·간편화 되면서 환경오염, 정서불안, 영양성 질병 등 사회적으로 많은 병폐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의 건강은 신체적인 건강은 물론이고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인간 상호간에 만들어진 전통과 가치규범에 따라 행동을 규제하고 자기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인 정서적·영적건강을 포함한다. 정신적 건강은 개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책임과 의무, 권리로써 건전한 사회생활의 필연적 요소인 소속 집단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며 복잡한 사회 제반 관계에 적절히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 즉, 사회적 건강이 양호(well-being)한 상태를 말한다. 요즈음 ‘웰빙’ 문화가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차가 웰빙 식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웰빙은 ‘참다운 삶’을 의미한다. 차가 진정한 의미의 웰빙 식품이 되려면 차가 지니고 있는 유효성분에 집착하여 기능식품인 물질로써 단지 마시고 먹는 마실 거리, 먹을 거리로만 보지 말고,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내 자신을 챙겨 보게 하고 정성과 배려로 남을 챙기게 하는 매체로서 정신적·사회적 건강을 조절하는 지대한 역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신문화란 사상, 도덕, 학술, 예술 등 정신적 분야에 관한 문화를 지칭한다. 차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온전하게 가꾸어 주는 ‘문화’와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과학’의 양면을 지니고 있어서 긴요한 웰빙 식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음식 코드 또한 건강·문화·과학·예술이다. 차는 명실상부한 건강·문화·과학·예술의 체계를 갖춘 산물로 모든 장르로 통하는, 정신문화와 물질문화를 포함하는 모든 문화의 총화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가 지닌 웰빙의 의미를 감성적 철학으로 정립하여 우리민족의 문화를 이해하고 가늠할 수 있는 차 문화의 정착이 가장 주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입 개방에 대비하여 우리 차의 고품질화·차별화·다양화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럿이 함께하는 찻 자리는 사회성이 길러지는 교육의 장으로서 자기의 위치를 알아 분별심을 기르고, 예절과 규범을 통해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익히면서 더불어 사는 문화를 배우게 된다. 차 문화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 원심사회를 구심사회로, 단절사회를 접근사회로, 소외사회를 참여사회로, 위화사회를 화해사회로, 그리고 가족 해체사회를 결속사회로 이끌어서 성숙된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오늘도 향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향이 느껴지고,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맛이 있는 차를 음미하면서 일기일회(一期一回)의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는 생활이 되었으면 한다. 신미경 |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나라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원광대학교 생활과학대학 학장을 지냈고, 다촌 차문화학술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원광대학교 생활과학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 차학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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