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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7 |
고은 시인 특별강연 ‘시와 고향’
관리자(2005-07-06 13:42:33)
시는 심장의 묘수, 고향은 최고의 미덕 고은 시인 특별강연 ‘시와 고향’ “중·고등학교 시절에 여러분 모두 시를 배웠을 겁니다. 하지만 시는 교과서에 있지 않아요. 시집 속에 있는 시는 어쩌면 하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천문학자가 쓴 하늘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시는 분석하려는 시도를 통해 이해되는 것도 아닙니다. 시는 심장의 묘수에요. 심장에서 매 순간 솟아나는 새로운 소식입니다.” 지난 6월 10일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고은 시인의 강연회가 있었다. 이번 강연은 전주 MBC 창사 40주년을 맞아 특별 초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강단에 오른 고은 시인은 ‘시와 고향’을 주제로 자신만의 시론(詩論)과 고향에 대한 이미지를 얘기했다. 고은 시인은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행위는 시를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그 자체로 생명력이 있다는 것. 시를 읽는 것은 책 속에 죽어 있는 시를 다시 부활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맛’도 없는 사과가 입속에 들어가 씹는 행위는 당함으로써 ‘맛’을 갖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었다. 이어 그는 모국어의 중요성을 말했다. “얼마간 미국에 살던 적이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자신의 조국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무시를 해버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영어만이 모든 것이 돼버린 세상에 살고 있어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언어가 단순한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언어는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없어질 지도 모를 한국어를 지키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했다. 고향에 대한 생각도 각별했다.   “고향은 최고의 미덕입니다. 고향은 조상의 묘가 있고, 자신의 태를 묻은 곳입니다. 내 과거가 묻혀 있고, 푸근함과 익숙한 전통이 있는 곳이죠. 하지만, 지금은 배타적 지역주의에 휩싸여 있어요.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고, 가족도 해체되고 있습니다. 고향은 이래서는 안 됩니다.” 그는 고향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떠돌다가 받은 상처를 치유해주는 곳이라는 설명 이었다. 때문에 그는 하루 빨리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의 막바지, 시와 고향에 대한 그의 생각은 하나로 이어졌다. “암흑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불러내는 것이 시이고,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행위가 바로 고향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시를 찾기 위해 고향을 찾아야 하고, 고향을 찾기 위해 시를 찾아야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고향의 언어인 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1933년 군산에서 태어나 1958년부터 시를 발표한 고은 시인은 현재까지 140여권의 시집과 소설, 평론집 등을 냈다. 서슬 퍼렇던 유신군사독재 정권에 자유실천문인협회 대표와 민족작가회의 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에는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 최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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