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 |
단오제 행사
관리자(2005-07-06 13:41:41)
체험과 흥의 한 판
단오제 행사
기수민속(奇數民俗)의 대표적 명절 중 하나인 단오(端午). 홀수를 길수로 여긴 우리 조상들은 음력 5월 5일인 이날, 태양의 양기가 왕성하다고 여겨 예로부터 단오를 설, 한식, 추석과 더불어 4대 명절로 지냈다. 농경생활이 주를 이뤘던 우리 조상들에게 여물은 태양은 곧 풍년을 기원해 볼 대상이었을 것이다.
「농가월령가」의 ‘오월조’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문앞에 터를 닦고 타맥장하오리라 도리깨 마주서서 짓내어 두드리니 잠농을 마를 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누에섭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오월오일 단오날 물색이 생신하다 외밭에 첫물따니 이슬에 저으며 모찌기는 자네하소 논심기는 내가 함세 들깨모 담배모는 머슴아이 마타내고 가지모 고추모는 아이딸 너 하여라’
이처럼 단오는 농경문화의 중심에 있는 우리 민족의 생활풍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점점 그 의미가 축소되어 가고 있어 단오절 마다 곳곳에서 판을 벌여 그 의미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는 <단오제> 행사가 풍성하게 열렸다.
사물의 생기와 풍요가 넘친다는 단오절을 맞아 열린 이번 행사는 ‘단오풍습 체험의 장’, ‘단오의 풍류’로 나뉘어 열렸다.
일반인들이 함께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 ‘행운부적 찍기’, ‘창포물에 머리감기’, ‘수리취떡 만들기’, ‘오미자화채 만들기’가 진행됐다.
이날 가족과 함께 참여한 신승희 (38. 전주시 인후동) 씨는 “애향의 도시 전주답게 이런 전통문화 행사가 많아서 참 좋아요. 타 지역에서 살다 이곳 전주에 온지 얼마 안됐는데 이런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흥을 느낄 수 있어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신 씨는 또 “특히 아이들과 함께 참여해 문화적 체험을 경험케 하고 학습에도 도움이 돼 일석이조”라며 “오늘 마지막 공연까지 모두 참여하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기가 가득하다는 단오의 햇살이 저물어 갈 무렵, 체험의 장이 마무리 되고 놀이마당으로 이어지는 자리는 흥의 무대였다.
전통문화센터 전속 예술단 <한벽>이 ‘전라도의 가락, 춤, 소리’를 주제로 구성한 무대를 선보이며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본격적인 흥을 돋우었다. 또 실질적으로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강령탈춤>(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은 길놀이의 진수를 보여줬다.
매년 단오에 황해도에서 행해졌던 강령탈춤은 조선후기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탈춤으로 사자춤, 말뚝이춤, 목중춤, 상좌춤, 양반과 말뚝이 춤, 노승과 취발이춤, 영감과 할미광대춤의 7과장으로 구성돼 있다. 파계승에 대한 풍자와 양반계급에 대한 조롱, 일부처첩의 삼각관계와 서민의 생활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춤은 느린 사위로 장삼 소매를 고개 너머로 휘두르는 장삼춤이 주가 되며, 장단에는 도드리, 타령, 자진굿거리가 주로 쓰이나 소리의 사설이 30여 가지나 되고 소리마다 장단이 특이하며 밤을 지새우며 판을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행사에는 강령탈춤 보존회의 인간 문화재 송용태, 김실자 선생 등이 전주를 찾아 신명난 판을 벌였다.
이번 단오절 행사를 기획한 전주전통문화센터 문화사업팀 조진영 팀장은 “우리 전통 문화의 특성은 길놀이 문화, 즉 판의 문화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무대에서 이뤄지는 공연들이 주를 이루면서 관객과 연희자가 분리되고, 관객은 수동적으로 바라만 보는 입장이 되 버린 것이 현실이죠. 그래서 이번 행사는 관객과 연희자가 함께 어울리면서 체험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생활속의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체험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교육과 흥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 강령탈춤의 흥겨운 뒷풀이를 끝으로, 이날 단오절 행사를 찾은 시민들의 축제는 막을 내렸다. |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