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 |
한류와 지적재산권
관리자(2005-06-13 16:39:02)
한류와 지적재산권
지난 1일 홍콩에서 최종회가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의 시청률은 홍콩 역사상 최고치인 47%를 기록했는데, 이는 당시 TV 시청자의 90%에 해당했다고 한다. 일본의 다이이치 경제연구소는 한일간에 욘사마 신드롬이 가져온 경제효과가 약 2조 3천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제 어느 누구도 한류가 한때의 유행이 아닌 동아시아의 강력한 문화권력이라는 점에 대해서 이의를 달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의 관심은 이러한 한류를 상품화하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으며, 나아가 불법복제로 인한 한류상품의 피해구제 및 예방에 관한 논의도 미약하지만 시작되었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대한무역진흥공사가 펴낸 한류상품피해에 관한 보고서는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동남아에서 한류드라마 불법복제테이프 30개 전질 세트가 단돈 15,000원에 팔린다고 하니, 그것보다 10배 이상 되는 정품이 제대로 팔릴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편, 이 보고서는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예로 과거 싱가포르에서 일본 드라마에 대한 불법복제품을 강력 단속하였더니, 일본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그만 시들고 그 자리를 한류 드라마가 물려받게 되었다고 하면서, 아무리 한류상품에 대한 피해가 심각하더라도 단속을 보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러한 시각의 근저에는 첫째, 현재도 그리 나쁘지 않고, 둘째, 단속 후 소비가 줄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첫째의 논거는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비즈니스 마인드가 결여된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제 아무리 우승을 많이 하여 상금을 독식한다고 하여도 나이키사로부터 받는 광고료 1억불에는 미치지 못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프로선수나 연예인의 연봉이나 출연료 등 본연의 수입(primary income)보다는 광고료 등 부대수입(collateral income)이 더 커서, 말 그대로 본말전도 현상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 판권을 이웃나라에 판매하여 생긴 수입이 망외의 소득이라 하여 만족할 것이 아니다. 그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라이센스 사업, DVD 제작판매 사업, 온라인 게임화 사업, 출판, 관광산업 등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따져보면, 판권수입은 오히려 미미한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해당산업 및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면 부대사업이야말로 타깃 산업이 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어떤 드라마가 성공리에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사업화를 시작하는 것은 큰 물고기는 놓치고 잔 물고기만 건지는 셈이다. 《대장금》이 끝나갈 무렵 식당, 음료, 쌀 이름에 ‘대장금’이 우후죽순 격으로 붙여졌으나 그새 시들해진 것은 이를 말해준다.
둘째, 이는 판단의 문제이다. 단속에 따라 소비가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 그러한 소비감소에도 불구하고 정품유통을 통한 이익이 얼마나 증대되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지보도에 의하면, 다소 단속이 있다고 하여 한류소비를 줄일 정도로 한류의 경쟁력이 낮은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한류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염려할 것이 아니라, 적당하게 공급을 조절하면서 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 집 마당을 사람들이 지름길로 이용할 때, 후에 통행료를 받을 요량으로 일정 기간 방치해 두었다 치자. 많은 사람이 그 길에 익숙해져 이제 통행료를 받겠다는 생각으로 어느 날 바리케이드를 쳤을 때 오히려 반발에 부딪혀 멀쩡한 내 사유재산이 공로로 빼앗길 수 있듯이, 더 큰 시장을 위해 한류의 불법적 이용을 방치해야 한다는 논리는 지극히 위험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