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 |
안녕 프란체스카와의 조우
관리자(2005-06-13 16:31:51)
안녕 프란체스카와의 조우
글 | 서정훈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교육팀장
MBC에서 매주 월요일 밤 방영되고 있는 주간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기존 시트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가족에 대한 역설적 풍자와 실험으로 새로운 시청자 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문화적 지형도 속에서 드라마는 그동안 문화의 다양성을 차이가 아닌 차별로 왜곡하였지만 <안녕, 프란체스카>는 소수의 문화가 주류에 균열을 내면서 다양한 문화의 실험과 하위 문화적 기획과 실험을 시도하는 독특함으로 최근 마니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안녕, 프란체스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기존 드라마나 시트콤에 등장하지 않았던 낯선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주인공 프란체스카를 비롯해 가족의 대부분이 흡혈귀로 나오며 각각의 등장인물 또한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상식 밖’의 캐릭터가 많다. 프란체스카 가족을 구원하는 주체를, 신해철의 망가지는 캐릭터인, 앙드레 교주로 설정한 것도 독특한 발상이다.
또한, 이런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TV에서 그려왔던 가족에 대한 상식과 관념을 뒤집고 있다. 지금까지 시트콤과 드라마에 나온 가족의 이미지는 따사롭고 온화한 모습이 대부분이었지만, <안녕, 프란체스카>에서는 이기적이다 못해 냉혹한 가족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트콤이 주로 중산층 (엄밀하게는 상류에 가까운) 가족의 일상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일상을 이야기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프란체스카’의 가족에 대한 설정과 접근방식은 분명 차별적이다.
가족에 대한 순혈주의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안녕, 프란체스카>의 이 같은 가족에 대한 이질적 구성과 독특한 캐릭터 설정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지금 우리 가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중산층 가족의 신변잡기적 일상과 이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트콤이 획일화된 모습을 보인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안녕, 프란체스카>가 월요병에 시달리던 시청자에게 새로운 문화의 활력소로서 계속해서 기존의 가치와 주류에 대한 전복을 통해 우리에 생활에 근접할 수 있으리라는 역발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