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 |
서동 오페라단 창단공연-코믹 오페라'사랑의 묘약'
관리자(2005-06-13 16:23:16)
관객과 눈높이 맞춘 웃음의 오페라
| 이일구 호남어페라단 상임지휘자
필자에게 오페라를 보고 비평을 실어 달라는 청을 받았을 때 순간 망설였다.
왜냐면 필자 역시 오페라 공연을 자주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평은 사람을 즐겁게 하지만 너무 신랄한 평은 사람에게 별로 좋은 감정이 안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보는 것은 선진국일수록 비평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좋은 비평을 통해서 그들은 오늘날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다. 나아가서 추상적 평 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평이 연주자나 단체에 있어서 그들이 발전을 더욱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비평가로서 보다는 음악가로서 그들 연주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려 한다. 그리고 독자들과 아울러 생각해 보려한다. 필자는 이글이 비판이 아니고 비평이 되길 바라면서 5월28일 오후 2시에 공연되었던 것에 대한 얘기를 하려한다.
오페라단의 창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며 또한 하나의 오페라를 올리기 위한 힘겨운 과정이 어떤지 필자는 옆에서 많이 봐 와서 그 고충을 안다. 한 마디로 창단 공연에 이렇게 즐거운 오페라를 익산 지역민에게 선사해 주신 것에 대해 서동오페라단과 모든 연주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오페라를 잘 모르는 학생관객이 대다수였는데 그들 모두가 즐거웠음을 현장에서 같이 느꼈다.
앞으로 서동 오페라단이 더욱더 발전하길 기원하기에 몇 가지 쓴 이야기를 하려한다.
먼저 합창의 남여 구성비율에서 남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서 울려지는 소리의 빈약성이 아쉬웠다. 물론 남성 성악가를 모으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무대는 관객들에게 그런 이해심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1막에서 오케스트라와 안정이 되지 않았으나 2막에서는 더 호흡이 잘 맞춰졌다. 그러나 역시 남성이 좀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도 가수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잘 이뤄졌다. 아쉬운 것은 가수나 지휘자가 서로를 너무 배려하다보니 기다리는 순간들이 있으므로 해서 긴박감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밸런스의 문제에 있어서 특히 3중창인 경우들에는 오케스트라가 너무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수들의 입은 움직이는데 전달되는 소리가 없어서 가사 속에서의 갈등과 기쁨, 슬픔들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도 이 오페라의 악보를 생각할 때에 그곳이 오케스트레이션이 두껍고 포르테인 것을 안다. 하지만 절대적 포르테가 아닌 상대적 포르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사를 보여주기 위한 빔 프로젝트엔 찬성하진 않는다. 왜냐면 그 만큼 청중의 집중력을 다른 곳으로 앗아가기 때문이다. 이날 가사 전달이 잘 안된 부분이 상당히 많아 극의 전개에 대한 이해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에서의 또 한가지의 아쉬움은 배치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악기의 소리가 상당부분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도 음악인으로서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 오페라의 대본에는 이미 즐겁고 유쾌한 줄거리가 있다. 이 오페라를 다 보고 나면 저절로 유쾌함과 즐거움이 자연적으로 오게 된다. 웃기기 위한 오페라가 아니라 보고나서 저절로 웃을수 있는, 아니면 연주 중에도 웃을 수 있는 그런 오페라인 것이다. 즐겁고 유쾌한 것에 대해서 필자는 절대 찬성한다.
하지만 네모리노가 “사천만 당겨줘” 하는 유행어의 구사로써 얻은 웃음보다는 잃어버린 그의 순박함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벨꼬레의 잔치 장면에서의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이런 것들이 어린 학생들의 순간의 웃음과 그 반사로 가수를 즐겁게 했지만 필자에게는 전체곡 흐름에서의 진지성과 통일성을 앗아갔다.
클래식 음악에서 청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장르가 오페라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음악이 있고 줄거리가 있고 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웃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청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대적 요청에 대한 부응이라 생각 할 수 있지만, 클래식은 문화에 대해서 앞서 나가는 계도성과 모범성 그리고 절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높은 전문성과 철저한 계획, 그리고 수준 높은 연주, 이런 것들이 순간적 웃음보다 더 노래와 극의 감동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한다. 이날 그 결과가 나왔다. 커튼콜에서 가장 많은 박수는 둘까마라의 시종이였다. 즉, 가수 보다는 웃음의 연기자였다.
이날 가장 필자에게 부각된 것은 둘까마라역의 임승종이었다. 거의 모든 가사가 잘 전달되어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었으며 음악 또한 그의 몸에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다면 너무 일률적으로 웃기려하는 몸동작이었다. 벨꼬레의 박영권은 열심히 했으나 음정과 박자, 그리고 가사 전달의 문제를 느꼈다.
네모리노의 임재청은 훌륭한 연주와 좋은 가사전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쉽다면 자주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아리아에서 몇 마디 오케스트라와의 불일치를 지휘자와 금방 해결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아디나의 신선경은 음악적으로 고급스러웠고 열심히 잘 연주하였다. 아쉬움은 가사전달이 잘 되지 않고 중음에서의 흔들리는 부분이었다. 쟌넷타의 윤라은은 가사전달이 좋았다. 아쉬움은 소리가 좀더 성숙 되었으면 한다. 필자 역시 이날의 연주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회를 거듭할수록 성숙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일구 | 현재 울산대학교 음악대학 겸임교수로 일하면서, 호남오페라단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유스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