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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6 |
<부안>부안의 문화정책, 생태문화 사회 지향해야
관리자(2005-06-13 16:16:05)
부안의 문화정책, 생태문화 사회 지향해야 | 고길섶 문화비평가 문화를 사회 의제화하거나 문화정책에 대해서 거론할 때 그 기대효과는 삶의 방식 및 생활양식의 문제와 직결된다. 문화는 단순히 얼마나 향유할 것이냐의 차원을 넘어 삶을 어떻게 경작할 것이냐의 문제를 건드린다. 따라서 문화정책 방향 제시는 적어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혹은 사회구성의 주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문화철학 및 문화정치학에 기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부안군의 문화정책은 철학적 기반은 물론이거니와 콘텐츠적 기반이 부재하고 문화정책의 대안적 구성이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문화의 개념이 없다! 작년 부안영화제 때 주최가 반핵집단이라 하여 부안예술회관 사용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넘부끄러운 일이다. 지역문화, 그 경계의 부안 문화 부안은 자연환경적 조건과 함께 문화적 자산도 풍부하다. 매창의 시, 내소사, 유천리의 청자가마터, 위도의 띠뱃놀이, 곳곳의 당산, 개양할미, 유형원과 김철수의 사상 등등. 진서나 격포 등지의 관광문화 조건도 풍부하다. 산과 바다와 갯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생거부안이라 하듯이, 어떤 장소나 볼거리, 먹거리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것들 속에서 살고 있는 부안 주민들의 지역적 삶의 여정과 결들이 제대로 갖추어지는 문화적 풍요로움 속에서 문화를 창발하게 하는 지역의 문화정책이 존재해야 한다. 이런 큰 틀에서 볼 때 부안의 지역문화는 부안군의 문화관광과에서 독자적으로 책임질 일도 아니다. 부안군 전체 차원에서 문화 디자인을 해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애석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가령, 요즘 부안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촬영장 관광객들이 상당수 몰리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소득 창출은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작년 12월에 새전북신문은 이순신 촬영 세트장 조성으로 25억 7천만원의 소득 창출효과가 기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 되지 않는다. 더구나 같은 신문에 따르면, 이순신 촬영을 위해 부안군과 전라북도가 쏟아부은 지원금이 50억원이며, 전북개발공사도 22억원을 투자했다. 그렇다면 단순 계산으로 볼 때 밑지는 장사다. 그런데 밑지느냐 남느냐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물론 문화관광정책을 수익창출의 기회로만 생각한다면야 그것이 중요하겠다. 문화라는 것은 경제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문화 정체성의 형성을 중시해야 한다. 이순신 세트장은 관광 이벤트일 뿐이다. 부안군은 거기에 목숨 걸고 있으나 부안의 문화/관광을 대표하고 상징할 수는 없다. 이순신 혹은 임진왜란의 해전은 부안하고 아무런 역사적 연고도 없다. 이순신 세트장을 두고 한산대첩의 본고장인 통영시와 경쟁을 했다는데, 그것은 역사적 콘텐츠를 빼앗아온 것이다. 이순신 세트장이 없어도 고창 선운사의 경우 드넓은 주차장에 관광 차량이 즐비하게 늘어섰더라.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부안은 부안적인 역사문화적 자산들에 토대하여 부안적인 풍광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순신이 부안의 거리거리마다, 관광객들 가는 길목마다 휘날리고 있다. 이것은 부안의 문화/관광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일 뿐, 부안의 문화정책 부재는 여러 사례들에서 나타난다. 하서-격포간 4차선 도로를 내면서 국립공원인 내변산에 터널을 뚫어 직선화하는 계획도 적절하지 못하며, 곰소 알쭈꾸미 축제나 우동리 당산제에 군비 조금 지원해주면서 부안군의 사업인 냥 포장하는 것들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군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거나 생색내지 말아야 한다. 물론 충분히 지원하고 평가는 정확히 해야 한다. 평가 역시 공무원의 잣대가 아닌 전문가의 문화적 잣대여야 한다. 또한 문화를 내세우는 척하면서 반생태적 개발주의로 치닫고 있는 양상도 심각한 문제다. 문화관광부에서 작년에 내놓은 <창의한국> 보고서를 보면 지역문화의 발전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문화의 문화역량을 제고하는 데 문화관광부가 중점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에 따라 문화관광부는 지역문화의 육성을 위한 예산 지원을 증대해나가고 있다. 가령 주민생활과 밀접한 생활친화적 문화공간 조성사업을 한 개소당 1억원 규모로 지원해주고 있다. 이런 환경조건에서 부안군이 정책적으로 문화공간 조성, 주민문화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러나 그러기 이전에 부안지역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포괄적 논의와 대안적 제시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과감하게 지원하여 마스터플랜을 내놓게 해야 한다. 특히 규모있는 예산을 지원, 정밀하게 데이터화하여 문화적 콘텐츠로 생산 및 활용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부안 지역문화 지표조사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일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정보화되고 창조적 문화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때 부안의 문화자산이 되는 것이고 문화적인 관광상품 개발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대안도 없이 무슨 축제를 한다고 하고, 관광객 수만 늘려서 돈쓰고 가는데만 정신을 파는 것은 얄팍한 상술이지 문화가 아니다. 생태문화사회로의 전망 삶으로서의 문화, 철학이 있는 문화로서 부안문화를 제시한다면 단연코 ‘생태문화사회’를 전망하는 것이 부안적 문화정체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 근거는 반핵민주항쟁에 있다. 부안은 2003-4년 2년 동안의 핵폐기장 반대투쟁으로 고통과 희생을 치러왔다. 그러나 그 투쟁은 문화적 투쟁으로서의 의미가 매우 크다. 핵폐기장 문제를 떠나 주민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 등이 크게 변하는 역동적 긍정성이라는 소중한 문화자산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부안 주민들은 생명·생태·자치·민주 등을 핵심 키워드로 하는 대안적 지역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전망할 수 있게 되었다. 투쟁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문화투쟁의 성과와 의미를 긍정적으로 살려내 지역 공동체 문화의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부안의 역동성은 문화의 힘에 있다. 우리는 부안 지역문화의 새로운 발전을 위하여 ‘생태문화사회 만들기’를 전개해야 한다. 생태문화사회는 부안의 독특한 문화구성체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는 보편성도 가질 수 있다. 그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부안 지역문화의 전통과 문화자원, 그리고 삶의 양식에 대한 조사 및 발견·부안항쟁 문화투쟁의 성과 및 의미와 접목되는 새로운 문화 역동성 조사 및 발견·생태문화사회 만들기로 전환할 수 있는 지역 문화자원 콘텐츠의 발굴 및 의미화·대안적 지역문화 실천이 가능한 지역주민 주체성 및 역량의 발견 및 의미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현 지자체의 시스템으로는 아마도 불가능하다. 현재의 지자체는 정당성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안의 대안적 지역문화를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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