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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6 |
<내가 본 축제>전주종이문화축제
관리자(2005-06-13 16:07:20)
한지 산업의  가능성을 가늠하다 | 김인숙 행위예술가 5월의 첫째 주, 연둣빛 새싹들이 온 천지를 수놓을 때 아홉 번째 전주종이문화축제가 막을 열었다. 2005년 전주종이문화축제는 ‘천년의 빛, 그리고 새로움’ 이라는 주제를 걸고 전시, 체험, 공연, 학술, 마켓 부분으로 나누어 통합적인 축제의 장을 마련하였다. 전주 4대 축제인 풍남제, 국제영화제, 대사습놀이전국대회가 같은 시기인 5월 초에 함께 열렸기 때문에 거리는 축제의 설렘으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즐거운 여유 속으로 쏟아져 나왔고, 구름 같은 인파 속에서 사람구경이 더 큰 재미를 주었다. 그러나 종이문화축제는 다른 축제와는 달리 산업화 방안을 최우선으로 모색하고 있다. 다른 축제와 명확히 차별화해야 하므로 축제 개최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전주종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준비한  일곱 개의 기획전은 천년 한지의 예술성과 산업화를 접목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댄 프로그램이라 한다. 그 중에서 <Start Korea 독도 사랑-독도 지등 밝히기>는 우리의 독도사랑 염원을 한지의 빛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애국심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으며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였기 때문에 큰 호응을 얻었다. 한지의 우수성과 실용성을 대중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산업화를 꾀한 <웰빙관-한지, 생활속으로 뛰어들다>는 한지소재 웰빙 상품들을 전시하여 한지제품이 웰빙 상품으로서 우수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게 하는 전시였다. 한지의 보존성과 건강에 중점을 두고 기획했으나  문화상품의 독창적인 디자인 연구와 충분한 활용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고급화와 아름다움에 중점을 둔 전시였으므로 우리상품이 세계적인 브랜드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제시하였다고 본다. 전통과 현대의 멋이 펼쳐진 전시 <한지, 전통과 미래의 빛을 품다>는 한지를 투영하는 빛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종이 작가들의 빛에 대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빛에 대한 작가들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해석과 다양한 표현이 결여 되어 있어 나열식의 전시였던 것 같다. 작은 소품을 내놓기보다 좀 더 전시의 성격을 돋보일 수 있는 미래의 빛에 대한 공동작품을 시도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빛의 본질적 해석과 기획의 치밀함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였으나 성실한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 이었다. 이에 반해 <세계 종이작가 초청전>에서는 작가들의 다양한 표현과 작가의식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새로운 창작세계를 접할 수 있는 계기였고 외국작가들의 종이미학을 느낄 수 있었다.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종이와 한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구촌이 하나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전라감영 책판전시>는 전주향교에 소장된 소중한 자료를 통해 종이역사와 더불어 종이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하는 축제의 기획의도가 돋보였으며 완판본의 고장인 전주에 이런 보물이 보관되고 있음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체험부분은 한지제작체험을 통해 한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었다. 종이 놀이터와 공예품 제작체험에서는 한지를 이용한 여러 가지 작품을 시민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며 신명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의미가 더 큰 시간이었다. 그 외에 이벤트 광장에서 펼쳐진 여러 프로그램 중 한지 지승 줄다리기대회는 시민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낯선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소통의 광장이 되었다. 종이축제가 전통문화의 재현을 통해 협동심과 통합된 힘을 구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해마다 열린 한지 패션쇼는 개막식 이후 화려하게 무대를 장식했으며 많은 군중들을 모으기에 충분한 즐거움을 주었다. 아마도 한지로 만든 옷에 대한 궁금증 보다는 현란한 패션모델들의 움직임에 시민들은 더욱 관심이 가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한지 의복은 실용화가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의복으로서의 가능성여부만 가늠하지 말고 한지로 만든 의복에 대한 열정적인 연구개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 큰 과제로 느껴졌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활용 방안에 대한 차별화된 연구야 말로 세계시장을 공략 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지 패션쇼로 예술 의상에 대한 미의식은 고양되겠지만 전북경제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수 없는 현실이 뭔가 답답함을 느끼게 하였다. 한지마켓과 장터는 종이문화축제 내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지관에서는 한지 관련 업체들이 한지를 소개하고 새로운 한지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했다. 특히 한지벽지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전시하고 있었던 <한지벽지로 만든 방>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수출을 겨냥한 웰빙 벽지는 황토벽지에 서양인의 기호에 맞는 디자인을 적용하여 새롭게 개발되었으며 한지응용지에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또한 내수 판매를 목적으로 고전방을 만들어 한국 전통 가구와 새롭게 디자인 된 황토 벽지와의 어울림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열악한 한지 제조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 추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외국 바이어들의 방문도 있었다고 하니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본다. 문화상품관에서는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공예품을 판매했으며 작은 소품을 전시하기도 하였다. 좀 더 다양한 제품개발로 산업화와 연결시켜 한지의 우수성 확보와 더불어 전북의 특화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주시민과 관계기관이 지원해야 할 일이다. 이번 종이문화축제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의외로 축제조직위나 시민, 한지산업체들이 한지를 특별한 선물포장이나 작가들의 고유재료로만 한정하고 한지의 다양한 쓰임새를 알지 못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한지산업화를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은 미적인 감상위주의 기획보다는 당면한 문화상품개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모색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박람회 등을 개최하여 전통문화에 대한 세계화 전략이 필요하며 체계적인 유통과정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문화상품이 세계적인 상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통문화의 현대화, 독창적인 문화상품개발, 마케팅전략과 자본이 필수적인 요소이며 한국 고유 이미지의 창출이 선행되어야 함을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한지와 전주에 대한 역사적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웰빙 문화와 함께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친 환경소재로서 탁월한 한지가 얼마나 깊이 가깝게 관련되어 있을까? 시대적 흐름과 함께 한지를 전 세계에 홍보해야 할 이유는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사실을 종이문화축제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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