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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6 |
<내가 본 축제>전주국제영화제
관리자(2005-06-13 16:05:54)
희망을 남겼다 | 장미영 전북대 국문과 강사 부정에서 긍정으로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예년에 비해 긍정적이었다. 그동안 시민들은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 다분히 부정적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둘러싸고 5회까지 ‘경제적 기반이 약한 전주에서 무슨 국제영화제냐’부터 시작해서 ‘디지털ㆍ독립영화가 뭐냐, 대안영화가 생산성이 있겠느냐’는 등 비관적인 말들이 난무했다. 올해는 디지털 영화나 독립 영화가 매진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곱지 않게 국제영화제를 바라보던 시민들의 시선이 한결 누그러졌다. ‘시민을 위한 영화제가 아니다’, ‘영화가 어렵다’, ‘재미없다’던 관람객들의 부정적인 평가도 올해는 ‘괜찮았다’, ‘재미있다’, ‘의미 있다’ 등의 긍정적인 평가로 바뀌었다. 지난해와 달라진 관객들의 반응은 프로그램의 변화에 있었다.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영화가 축소되는 대신 대중들이 선호하는 영화는 대폭 늘었다. 특히 ‘영화 궁전’과 같은 대중적 섹션은 어린이, 젊은이, 중장년층 영화 등으로 연령대에 따른 관객들의 기호까지 친절하게 배려하는 성의를 보였다. 또 영화의 성격에 따라 각각 어린이를 위한 ‘꿈의 궁전’, 젊은이를 위한 ‘사랑의 궁전’, 중장년층을 위한 ‘추억의 궁전’ 등과 같이 영화의 성향을 쉽게 알아 볼 수 있게 따로 붙인 타이틀은 시민들이 영화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는 보수적이고 전통 지향적인 성향이 강한 관객들에게조차 ‘영화보다 낯선’과 같은 전위적 영화들에 대해 관대한 평가를 내리게 만들었다. 지난 5년 동안은 전주국제영화제가 표방하는 ‘대안 영화제’라는 전위적인 성향과 전주의 전통적인 도시 이미지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분위기가 대안 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안목을 달라지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한편에서는 대중적인 영화의 증가로 말미암아 영화제가 방향성을 상실한 ‘잡탕밥’이 되었다는 비난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예년처럼 ‘시민을 외면한 영화광들만을 위한 잔치’라는 거부감은 상당히 사그라졌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를 대표하는 창구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했다면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영화제로서의 성격을 뚜렷이 하고 있다’는 권위적인 영화평론가의 평가와 함께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주류 상업영화 시스템에서는 절대 만나볼 수 없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영화들이 가득하여 전국에서 몰려든 관객들이 티켓 전쟁을 펼쳐야한 했다’는 신문 기사는 전주 시민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높여주었다. 실망에서 기대로 매년 국제영화제의 부작용 중 가장 심한 것이 ‘실망’이었다. 영화제가 끝나면 시민들은 ‘생산성 없는 적자 행사’ 운운하는 비난 섞인 보도를 들으며 ‘국제적 행사로서는 미비한 점이 많다’는 지적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하는 실망감을 많이 호소했었다. 시민들은 마음에 ‘남을 거리’나 ‘개인적으로 보탬이 될 거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불만도 함께 토해냈었다. 그런데 올해는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많았다’는 관객들이 상당수 있었다. 특히 ‘시장님과 함께 영화보기’와 같은 프로그램에, 관객들은 호기심 반, 기대 반의 이색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정치 문화계 인사들과 시민들이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이벤트로서 인문학적 교양을 갈구하는 시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제와 함께 매년 스페셜 이벤트로 실시되던 ‘JIFF클래스’가 올해는 그 특성에 따라 단기 집중 영화 전문교육 프로그램인 마스터 클래스, 영화 관련 학술행사인 시네마 클래스, 지역 영화인들이 주도적으로 주관하는 로컬 클래스 등 세분된 학술 행사로 운영되면서, 영화제가 토론과 학습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해마다 실시되었던 디지털 필름워크숍과 함께 각종 세미나, 토론, 교육 프로그램은 영화 관련 활동을 취미나 직업으로 모색하는 진지한 학구파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이러한 행사들은 시민들을 단순 관객이 아닌 행사의 주체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들은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관객을 착실히 키워가는 미래 지향 프로그램으로 그 몫을 다했고 더 나아가 기대어린 평가를 받았다. 올해로 6회째 맞는 디지털 필름워크숍은 이 프로그램 출신의 아마추어 영화인들이 증가하면서,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기획 프로젝트인 ‘디지털 삼인삼색’에 대한 일반 관객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중평이 났다. 이렇게 교육 및 토론 프로그램들은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효과적인 흡인 프로그램으로 확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발굴된 일제시대 필름들을 대상으로 상영에 앞서 세미나를 여는 성의까지 보였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관객이 들지 않아 주최 측에서 무척 아쉬워했다. 그러나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몰랐다. 내년에는 꼭 가봐야겠다’는 기대어린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시민들은 ‘올해 처음으로 1천만 원 정도 남는 흑자 영화제가 될 듯하다’는 소식에 반가워하면서 완전한 흑자 전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작년 영화제에서 ‘손익 제로를 맞췄다’는 사실 또한 새롭게 부각되었다. 이러한 반응들은 시민들이 영화제에 대해 발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외면에서 관심으로 그간 시민들은 시내 구경을 하거나 다른 볼일이 있어 나왔다가 잠깐 스치듯 영화제를 구경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많은 수의 시민들은 외지에서 온 관객보다도 더 손님처럼 행세했었다. 그것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이 주류가 아닌 비주류였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주최 측의 홍보 부족이나 영화제를 둘러 싼 주변 여건에 대한 세심한 배려의 부족 때문이기도 했다.   올 영화제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관객의 절반을 넘어서는 학생들의 시험이 막 끝난 시기를 행사 기간으로 잡았다는 점과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펼쳐진 점, 특히 전주 시민의 눈을 사로잡은 ‘루미나리에’라는 조명예술작품의 설치, 과거 참가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된 20여회에 걸친 지프 레터 등을 들었다. 한편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들은 자원봉사자의 미숙한 진행을 많이 꼬집었고, 안내 경찰의 영화제에 대한 이해 부족, 지정 주차장 안내에 대한 홍보 미비,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전주역에서부터 행사장까지의 안내판 부실 등을 안타까워했다. 가장 문제시 된 점은 영화제가 집중적으로 벌어진 고사동 거리에 대학 캠퍼스와 같은 넓고 자유로운 휴식 장소가 없다는 것이었다. 많은 시민들은 영화 상영 중간 중간의 빈 시간에 비좁은 고사동 상점가만을 무의미하게 배회하는 관객들을 지켜보면서 장소의 협소함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제 시민들은 내년도 루미나리에를 걱정한다.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전주만의 루미나리에’를 설치해야 한다고 걱정하는 시민들은 이제 단순한 관객이 아닌 행사 주최 도시의 시민다운 주인의식을 내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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