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 |
<내가 본 축제>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관리자(2005-06-13 16:04:19)
놀이적 성격 되살려야 한다
| 김현주 사물놀이 강사
3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지난 5월 2일과 3일 이틀간 열전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날 판소리 명창, 농악, 기악, 무용, 가야금 병창, 시조, 판소리 일반, 궁도, 경서도 민요 9개 분야가 각각 지정장소에서 예선을 치르고, 둘째 날 전주실내체육관에서 4분야 판소리 명창, 농악, 기악, 무용의 본선이 오후까지 진행되었다.
예선에서는 각 분야마다 장소가 각각 다른데다가 동시에 시작이 되어서, 분야별로 한 번씩 둘러보면서 재미에 빠져보기에는 시간적으로 좀 벅차서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각 분야별 참가자나 객석의 자리를 매운 관객들이 전체적으로 예년보다는 좀 더 많이 참여하였다. 물론 분야별로는 관심도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전주 4대축제가 동시에 있다보니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서 대사습에 대한 관심도와 관객 참여율이 저조하리라 예상하였지만 역시나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그 명성만큼이나 우리음악 애호가들을 대거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객석의 열띤 응원과 추임새, 참가자들의 기량을 비롯하여 질적 수준이 예년에 비해서 나아졌다는 호평, 본선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는 심사위원들의 언급만으로도 출전자들이 얼마나 많이 쌓은 공력으로 대회에 임했는지 알 수 있는 대회였다.
올해 또 하나 특징을 꼽으면, 처음 시도된 장원 입상자들의 한마당 공연으로 볼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상한 자들이 전문성과 예술성 등을 인정받은 기쁨에 더하여,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전주4대축제 중 풍남제에서 공연의 시간을 마련함으로써 더 많은 대중들의 축제 열기를 끌어올려 주었다.
오늘날에는 과거보다 폭넓어진 국악의 향유층과 공연문화로 정착한 여러 지역의 국악 경연대회가 많이 있다. 대부분 느끼듯이 어느 대회든 각 분야별 심사에 있어서 음악적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많이 좌우되는 것이 실기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도 예외는 아니지만 이름만큼이나 오랜 역사와 최고의 명예를 자랑하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전국의 대표적 축제이자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그 성격을 되짚어 볼 때, 대회적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대회 규모와 대통령상 시상을 제외하고는 여느 대회와 크게 다른 점이나 특수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몇몇 특징을 들자면 참가자들이 분야별로 지역적 관심과 정도가 높고 여러 지역의 참여로 전국대회답게 다른 대회에 비해서는 참여폭이 아주 넓은 편이라 할 수 있다는 것과 몇 안 되게 방송되는 국악 대상의 수상이나 대회처럼 전국 생방송된다는 것이다.
전주 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근본적으로 대회의 분야별 활성화 대책이나 항상 거론되는 심사의 공정성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다른 여느 대회와 다르게 이름만큼이나 내실 있는 축제이자 대회로 자리 잡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진행 성격과 흐름의 재구성에 대한 심사숙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먼저, 역사적인 면에서 조선 숙종 때를 연원으로 하는 전주대사습놀이는 영조 8년에 전주 재인청과 가무 대사습이 설치되면서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명창들이 전주 대사습에서 장원을 해야 명창대접을 받는 대회적 성격도 있지만, ‘대사습’의 중심은 궁술, 판소리 따위를 겨루는 ‘민속무예놀이’였다. 그렇다면 서로의 능력과 특기를 과시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평을 받으면서 공유하는 놀이의 장이었다는 것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이것이 1975년 복원되어 일종의 국악경연대회로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데, ‘대사습놀이’라는 명칭의 의미만 남았을 뿐 그 외의 내용에 따른 놀이적 성격의 본질적인 의미와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음악의 큰 장점이자 특징 중의 하나가 놀이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판소리 부분만 하여도 신재효 선생의 ‘광대가’에서 사대법례를 인물치례, 사설치레, 득음, 너름새라 하였듯이, 대회의 각 분야만 하여도 경력과 무대에서 잘하는 소리, 연주 등의 기량만이 전부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심사위원들이 출전자들에게 주는 각각의 점수로만 평가 받고 시상으로 끝나는 대회가 아니라, 겨루는 놀이는 최소한 참여하는 사람들이 제각각 자기의 특기를 과시하면서 개인의 남다른 특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축제의 판을 이끌어 가는 정도를 비롯해 실수로 인해 역전도 될 수 있는 재미, 그리고 관객과 심사위원이 다양한 각도의 눈으로 출전자들의 여러 면모의 특징과 소질을 파악하여 평가해주는 것 또한 주된 역할이며 이에 소요되는 시간도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최소한 이러한 흐름대로라면 “너름새는 기가 막히나 장원자의 소리만큼 못하는 아쉬움이 있어 탈락하였다”거나, “여러모로 참가자들 중 월등하여 장원감이지만 시김새가 아무개보다 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등의 심사위원들과 객석의 여러 평가를 통해서 출전자들, 객석의 귀명창을 비롯한 국악 애호가, 대중에게 좋은 계기와 공부가 될 수 있는 기회, 발전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가늠해 본다. 또한 이렇게 판을 끌어간다고 가정할 때 바로 나타나는 문제는 첫째, 방송 편의에 맞춘 경연대회 방식의 한계, 둘째, 대회의 분야별로 악기, 각각의 공연내용 원리와 소리, 연주형태의 특성상 실내와 실외가 확실히 구분되어 공연되어져야 함이 전혀 무시되는 것, 셋째, 경연자들의 마이크 사용 시 음향 및 무대시설로 인해 나타나는 소리의 질적 한계 등이 시급하게 대두될 것이다. 그리고 해마다 끊임없이 논란되는 것이지만 올해에도 대회전 심사위원이 구성되기 전에 인터넷에 나돌던 ‘장원 내정설’, 대회전부터 ‘장원 낙점설’로 주관주최 측과 출전자가 당혹하게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것도 ‘놀이’의 특성을 살리면 이 대회에 직접 참여한 공연자, 심사위원, 관객만이 누릴 수 있는 공동의 역할과 특권으로 인해 그나마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와 같이 많은 문제점과 한계가 마음 한구석에 심란함을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의 질책으로 본다면 전주대사습놀이는 여전히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바꿔 말하고 싶다. 어느 대회나 축제든지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한 일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더라도 해를 거듭하면서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나가고 더 나은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축제의 묘미가 아닐까 하며, 이번 축제의 흐뭇함이 마음 한편에 크게 자리 잡힌다.